전쟁사 이야기 41편 - 한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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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일보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1410140005577
아마 여러분이 한국에서 국방과 관련된 뉴스를 접할 때 이런 문장을 많이 볼 것입니다.
"한국형 신무기 체계" "한국형 잠수함" "한국형 전투기 사업"
이 '한국형' 이라는 이름에는 물론 한국 국민에게 알린다는 의미도 있고 한국에서 개발했다는 의미도 포함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숨어있습니다. '한국 실정에 맞는' 이라는 의미가 말이죠.

(20년간의 개발 끝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형 전투기 사업 KF-21 보라매가 올해 공개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세계 최강의 전투기를 만드는 사업이 아닙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1410140005577)
올해 공개된 항국형 전투기 KF-21에 대해서 봅시다. 한국은 현재 다양한 전투기 기종을 운용하며 이미 북한 정도는 충분히 압도합니다만, 굉장히 오래된 모델을 여전히 현역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공군의 최전방에 설 미국의 최강 전투기 F35시리즈를 수입하기로 했죠.
하지만 전쟁이 늘 그렇듯이 전장이 최신 무기로만 도배되는 것이 아닙니다. 60년 넘게 오래된 AK-47 시리즈는 여전히 사람의 몸을 관통시켜버릴 수 있으며, 박물관에 전시된 화포나 전차도 연료나 부품, 탄약만 제대로 보급한다면 당장 꺼내서 쓸 수도 있습니다.
한국 공군의 최선봉에서는 F35가 있겠지만, 이들을 받쳐줄 1.5선, 2선급 전투기들 또한 필요합니다. F35 만큼 강력하지는 않더라도, F35의 뒤를 봐주고 필요한 곳에 적당한 화력과 역할을 해줄 보조 전투기들이 필요합니다.
비슷하게 세계 최강급은 아니지만 가성비는 끝내주면서 한국에서 큰 자부심으로 삼는 K-9 자주포가 있긴 하지만, 모든 자주포가 K-9인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사람의 힘이나 차량의 힘으로 끌고 가서 수동으로 정렬하고 배치하여 쓰는 견인포나, K-9과 최대한 비슷하게 개량한 무기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모든 현역 무기들이 최신예, 최고인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처음 이 전투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애초에 미국이 제일 잘 만드는데 그냥 돈 주고 사서 미국껄 가져와서 쓰면 되지, 굳이 실패를 무릎쓰고 한번도 해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하는가"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이번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무기 개발 사업으로 지칭될 만큼 매우 큰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말이 있습니다. 평화와 안보는 돈으로 사지 못한다고요. 한국 또한 미국의 우방국이면서 미국의 무기를 수입해 사오지만, 함부로 해체하여 기술을 복제할 경우 소송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국산 제품이기에 수리를 하려면 당연히 미국에 보내야 하고, 그 때문에 실제 기동할 수 있는 개체수가 적다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운이 안좋으면 갑질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기술자들이 수리, 운반을 하러 한국에 오더니 미국산 무기를 보고서는, 안에 보안 라벨이 떨어졌다 기술을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과 갑질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안보와 병기를 해외에만 의존할 경우 이런 크고작은 애로사항이 생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전투기를 사용한다면? 비록 초기 개발 비용으로 가격이 높긴 하지만 양산(대충 전투기는 300대 정도 찍으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합니다)을 하고 수출을 하여 오히려 최종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리나 부품 운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장 지구 반바퀴를 돌아가지 않고 여기 한반도에서 즉석에서 수리하고 다시 실전에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뭔가 한국에서 개발한 무기가 '한국형'이라는 이름이 붙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한국의 현실과 경제, 안보 상황에 최적화된,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실용성과 자부심이 같이 포함된 말입니다.
당장 한국 전쟁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알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이 쓴 '판옥선'은 그야말로 한국형 무기의 끝판왕이었습니다.
한국의 서,남해안은 조류가 심하고 암초가 많으며 갯벌이 많습니다. 수심이 얕고 해류가 강하게 흐르기에 이런 궂은 환경에서 잘 항해하려면 배의 바닥이 평평한 것이 유리합니다. 실제로 판옥선은 바닥이 평평하여 왜군과 남해안에서 싸울 때 기동력에서 큰 장점을 가졌었습니다. 아무리 해류가 심해도 제자리 선회가 가능해서 한쪽 화포를 쏘고 반대편 화포로 2연타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왜선은 빠르게 적에게 접근해 백병전을 치루고 물건이나 사람을 약탈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가볍고 빠르게 만들어졌으며, 배의 밑 부분이 뾰족해서 장거리 항해에서 판옥선보다는 유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특징은 남해안에서 조선 수군과 싸울때 계속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판옥선은 임진왜란 이전부터 왜구의 침공을 막기 위해 튼튼하고 높이가 크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관료의 보고로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성과도 같다' 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니까 왜군이 조선 수군의 불화살 세례와 화포를 맞아가면서 접근해도, 막상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판옥선은 당시 조선에서 많던 소나무 등을 써서 왜선보다 내구도가 강력했고, 나무못을 사용했기에 선박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해체하여 수리한 다음 조립이 가능한 정도였습니다. 왜선은 쇠못으로 배를 만들었기에 바닷물에 부식되어서 꼼꼼한 관리가 더 필요로 했었습니다.

(판옥선이 과연 2층 구조였느냐 3층 구조였느냐는 과거 논쟁이 있었습니다만, 하여간 판옥선은 한국형 선박이 한국 지리에 최적화되어 적군을 맞이하면 얼마나 큰 활약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와 같이 무기 개발 또한 한국의 실정과 경제, 안보, 지리에 맞는 역할을 해야 비로소 최고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미국 무기가 무조건 비싸고 좋다고 사서 쓰는 것보다도, 직접 우리가 스스로 개발하면 가격도 더 싸면서도 적절한 성능을 뽑아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워낙 방산업이 발달해서 그렇지, 미국 또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무기를 개발해도 다양한 개량형을 준비합니다. 한국군 또한 K-9을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에 수출할 당시 동계장비로 개량한 버전을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수험생들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당장 수학만 보더라도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풀이가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남들이 다 쓴다고 유행하는 풀이에만 집착하면 안됩니다. 그 방법이 정말 잘 맞고 이해가 되서 완전히 체득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여러분은 선생님의 풀이를 1차원 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생님들의 풀이와 의견을 보고 종합하여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경로, 과정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문제 풀이라는 큰 틀이 될 수도 있고, 세세하게 미지수를 설정하는 사소한 습관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KF-21처럼, '자신형' 문제풀이 체계, 수능 사업을 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각자 성격이나 내공에 따라 최적화된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무조건 전교 1등의 풀이법을 따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여러분에게 알맞고 정확도가 높다면 그 풀이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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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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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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