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9-01 22: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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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31편 -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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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원래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책도 많이 읽어보고 타 과의 전공으로 개설된 교육학, 심리학 전공 수업을 듣다보니 참 전쟁사, 외교사에서도 유용한 해석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거 같아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다소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집단사고의 함정'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래에 그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https://m.etnews.com/20200220000246?obj=Tzo4OiJzdGRDbGFzcyI6Mjp7czo3OiJyZWZlcmVyIjtOO3M6NzoiZm9yd2FyZCI7czoxMzoid2ViIHRvIG1vYmlsZSI7fQ%3D%3D 







 갑자기 뭐 비문학 파트 모의 테스트야?




 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집단사고 라는 것은 한 집단의 편중된 관점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전쟁사 사례가 있습니다. 아마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법한 케네디 대통령 시기에 있었던 매우 중요한 사건이죠.




 '쿠바'라는 나라는 미국에서 엄청 가까운 나라입니다. 문제는 미국은 자본주의 체제로서 성공한 나라였지만, 쿠바는 미국보다는 소련에 훨씬 더 가까운 나라였습니다. 피델 카스트로라는 걸출한 인물이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켜서 공산주의 국가가 미국 옆에 붙어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자본주의를 택한 미국에게 대단히 위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쿠바가 국력이 강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공산주의 국가가 미국에 가까이 붙어있다는 것은 훗날 여기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덮칠 수도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국은 쿠바의 공산정권을 뒤엎기위해 군사적 개입을 감행합니다. 바로 '피그만 침공'을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우선 미국의 1천명이 넘는 쿠바 망명인들을 군사훈련시키고 장비를 지급하여, 이들을 기습적으로 쿠바에 상륙시키서 무력으로 국가를 전복시킨다는 계획이었죠. 물론 상당히 적은 병력으로 수도 점령까지 바란 것도 아니라, 이 공격을 발판삼아 쿠바의 자국민들이 봉기를 일으켜 공산정권을 엎는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너무나도 허술한 준비였습니다. 피그만 침공 이전 미국 언론들은 쿠바 공산정권이 몇달 안에 무너질 것이라며 저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내왔었고 또한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벌리곤 해왔습니다(이거 일본군이 미군에게 미드웨이에서 당하던 그 장면 아니었나???). 미리 적에게 경고를 준것이죠.




 미군은 처음에 이들 부대에게 상당한 미군 장비와 전략적 폭격을 지원해줄 생각이었으나 미국의 국제적 위상의 문제로 인하여 장비와 차량 등에서 상당히 부족한 지원을 받습니다. 미국이 직접 주권을 가진 다른 국가를 침략한다는 오명을 씌울 쑤는 없으니까, 미군의 직접적인 전투 지원은 최소로 하게끔 결정났습니다.




 또한 미국측은 쿠바 군대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했으며, 앞서 말한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침공하는 모양새를 연출하지 않기 위해서 적절한 폭격을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전투가 터지자 곧장 쿠바 정권 수반 카스트로는 반정부 인사를 구금하고 거리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로 미국이 도모했던 '내부에서로의 봉기를 통한 정권 몰락' 이라는 시나리오는 철저히 공략당합니다.













 결국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해안에 갖힌 상륙군은 쿠바군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압박을 가하자 무너지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의 계획이 완전히 실패한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쿠바의 공산정권은 더더욱 공고해졌으며, 당시 이 계획을 주도했던 미국 엘리트 관료들의 오류는 연구가 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집단 사고'입니다. 분명 미국에서는 최고의 엘리트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쿠바에 대한 여러 외교적, 군사적 방안을 논의했을텐데 피그만 침공의 경우 단순히 결과가 완벽한게 실패일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 드러난 과정에서도 보이듯이 이상한 판단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가 탁상공론, 탁상행정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높은 곳에 있으신 분들은 현장을 잘 몰라서 자기 생각대로 계획을 실행시키려고 한다는 것이죠. 분명 미국에도 많은 천재들과 관료, 전문가, 경력이 깊은 인재들이 여럿 포진되어 있었음에서도 전혀 엉뚱한 예상을 통해 최악의 실패로 끝나게되는 군사 작전을 수립한 것입니다.




 이들이 절대 '무능'하거나 '똑똑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이 집단은 매우 폐쇄적이었으며, 자기 집단이 보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방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집단은 자신의 높은 지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아주 좁은 시야로 다듬어진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추진시킵니다.




 워낙 해야할 이야기가 많아 피그만 침공의 설명 다수를 요약하거나 빼먹어버려서 이해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기억해야 할 것은 피그만 침공은 집단 사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컬어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때의 동일한 대통령이 훗날 쿠바에서 또다시 벌어진 갈등을 훌륭하게 잘 해결한 일도 있었습니다.

 






 

(쿠바가 소련과 손잡고 핵무기를 가져오자, 미 영토 전역이 위험권에 놓이게 된 미국 역사상 가장 갈등이 심했던 사건입니다. 이러한 쿠바와 소련의 행위를 대단히 적대적이라고 보고 핵보복과 핵전쟁까지도 염두에 둘 정도로 미소 양측이 심각하게 대립하였었습니다.)







 당시는 냉전이었고 쿠바는 같은 공산국가인 소련의 힘을 빌려 자국의 안보를 지키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소련의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부족한 핵무기 개수로 인하여 미국과의 핵경쟁에서 밀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만약 쿠바에 소련제 핵무기를 배치하면 곧장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양측은 소련제 무기의 쿠바 설치에 합의합니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쿠바 미사일 위기'의 전말입니다. 당장 미국 본토에 소련군 핵미사일이 날라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에 미국은 발칵 뒤집히고 급히 회의를 소집합니다. 당시 케네디는 위의 피그만침공을 승인했던 대통령으로서 권위가 상당히 실추된 이후였습니다.




 그러나 케네디가 이전의 오류를 인지하고 고친 것일까요? 이번에는 무조건 관료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가능한한 모든 방안을 정리 후에 여러가지 경우를 돌려봅니다.




 당시 군부에서는 대대적인 쿠바에 대한 공격과 소련에 대한 핵공격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군부의 관점, 세계관에서는 이러한 쿠바 미사일 위기는 곧 전쟁을 의미하며, 이왕 맞게 된거 우리가 먼저 치자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군부는 대단히 강경한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 대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쿠바 해상을 봉쇄한다, 소련과의 외교적 협상으로 풀어나간다 등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방안도 있었습니다.










 케네디는 이 중 '해상봉쇄'라는 카드를 꺼내듭니다. 모든 소련에서 쿠바로 향하는 선박(아마 여기에 핵무기와 미사일이 있을 것이기에)을 검문하겠으며, 이에 불응하면 격침시키겠다는 대단히 강경하면서도 절제된 조치를 취합니다. 소련은 당연히 이에 반발하였으나 미해군이 소련 해군보다 더 우세한 전력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협상 테이블로 옵니다.




 미국은 이러한 강경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막전막후에 협상을 하여 결국에는 터키의 미군 군사 자산을 철수시킨다, 그리고 쿠바의 모든 소련제 미사일과 핵무기를 철수시킨다는 절충안으로 합의를 합니다. 만약 이때 케네디가 편견에 갖혀서 무조건적인 소련에 대한 공격기안 핵보복을 지지했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는 석기시대에 살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당시 케네디는 피그만 침공 사건의 실패로 대외적으로 젊지만 유약한 지도자이다라는 편견이 있었고, 소련 또한 이런 생각에 미국에 대한 도전을 시도했으나 예상보다 매우 강경하고 확고한 대처에 눌려서 결국 상호합의하에 쿠바 미사일 설치 계획은 취소하게 됩니다.





 이처럼 외교, 전쟁사에서도 보면 인간의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는지, 또 반대로 편견을 깨고 다양한 의견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를 통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고 성공한 사례를 잘 드러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현재까지도 미국이 해외 국가들에 대해서 가진 '편견' 때문에 다소 고전하는 사례를 하나만 더 들어보고 마치겠습니다.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이기에 현재 한반도의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적 형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경제제재이지요. 오랜 기간의 경제제재는 북한의 경제 성장을 막고, 사람들을 굶게 만드는 자본주의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공격입니다.




 결국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면, 그 정권은 스스로 망하게 되어있습니다. 생필품조차 구하기 힘든 나라에서 국민들이 당연히 들고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만약 남한이 세계적으로 제재를 받고 국민들의 삶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남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을가요? 스스로 붕괴될 것입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미국의 판단에는 오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논리를 적용하는 대상에서는 오류가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 김일성에서 이어지는 3대 독재 세습체제 중세 왕조국가이거든요. 이 국가에서 지도자는 곧 종교의 예수님과 비슷하고, 따라서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이들이 아무리 괴롭힘을 당해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직까지도 살아있습니다.




 미국은 자본주의적 관점에 충실한 처방을 내렸지만, 문제는 그 대상이 자본주의적으로 흔들리는 나라라기 보다는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종교국가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자본주의적인 시각에서 해당 국가를 엎으려 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 것입니다.















 대북외교에 관하여 이런 미국의 오판은 곧 자본주의 세계관으로서 다른 나라(특히 엄청나게 다른 나라인 북한)를 대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본주의 편견에 갇혀있는 한, 미국은 북한을 쉽게 요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남북한외교를 오랫동안 담당해오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회고록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관심이 있으시다면 <불가사의한 국가>를 도서로 추천드립니다.





 워낙 해야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분량을 조절하느라 짤린 부분도 많고 오해의 소지도 상당할거 같습니다. 제가 다 정리해서 마지막 3편으로 이런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마치겠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https://orbi.kr/00029459571 - 번외편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사건

https://orbi.kr/00030326474 - 27편 낙엽이 지기 전에

https://orbi.kr/00031115960 - 28편 늑대떼와 양떼

https://orbi.kr/00031424411 - 29편 불공평하다

https://orbi.kr/00031680019 - 30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1)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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