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9편 - 예상과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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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예측과 예상을 시도합니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 일이 전개될지 미리 시나리오를 짜보고, 각 상황에 대한 대응과 나름 최선의 행동요령을 미리 익혀두고 약속해둡니다.
살짝 이에 대해서 이과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뉴턴역학을 발견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은 모든 것을 예측하고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모든 자연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변수들을 최대한 많이 고려한다면(어쩌면 모든 변수를) 나중에 벌어질 모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가 불확실성 원리, 양자역학을 발견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깨졌습니다. 아무리 인간이 관찰을 잘 하고 좋은 장비로 계산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 자연의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모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지니고 살 것입니다.

(로 유명한 하이젠베르크. 그는 전자 관찰에서 속도와 위치를 모두 다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는 뉴턴 세계관에 큰 충격을 줍니다)
특히 사회 현상, 인간과 관련된 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게 쉬웠다면 다들 주식으로 부자가 되었을 것이고, 또 학생들이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올지 몰라서 모든 공부를 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겠죠.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은 참 아직도 갈 길이 먼거 같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하여간 이번 시간에는 예측이라는 주제로 전쟁사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 합니다.
만약 학생 여러분이 올해 수능에 나올 모든 문제를 미리 알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만점 또한 가능할 것입니다. 그 정도로 나중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외교관들, 군사 전략가들은 최대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수능도 만점 받고 대박이 날텐데, 하물며 다른 더 중요한 분야는 얼마나 파급효과가 크겠습니까? 그래서 군대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예측, 예상을 위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놓고 연습을 합니다. '워게임'이라고 아마 들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모의 군사훈련인 워게임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미리 연습을 하고, 돌발적인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준비의 일종입니다
http://apdf-magazine.com/ko/%EB%AF%B8%EA%B5%AD-%EC%82%AC%EC%83%81-%EC%B5%9C%EB%8C%80-%EC%9D%BC%EB%B3%B8-%EC%9B%8C-%EA%B2%8C%EC%9E%84%EC%97%90-%EC%B0%B8%EA%B0%80/ )
군대는 워게임을 통해 우리 군의 한계와 문제를 발견하고, 상대방이 역습이나 기습해올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고 이에 맞춰 대응합니다. 발생할 수 있는 많은 경우를 고려하면서, 그에 대해서 충분한 훈련과 대응태세를 약속해 둔다면 아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워게임을 비롯하여 예측을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심리적으로 인간은 편안함을 추구하고,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많은 경우, 예상을 할때 정말 객관적으로 모든 변수를 고려한다기 보다는, 본인이 '바라는 것'을 합리화하고 끼워맞출 때가 많습니다.
비트코인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부정적인 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복회로를 돌리며 합리화 했듯이, 인간은 자신이 선호하는 미래가 오길 바랍니다. 이런 사례는 무척 많으며, 태평양 전쟁의 미드웨이 해전에서도 예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은 제가 여태 자주 칼럼에 다룰 정도로 다양한 인간 군상과 승리를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사진은 미 해군의 대대적인 공습을 당하는 일본 해군 Shattered Sword, P. 222)
일본 해군 또한 미드웨이에서의 승부수를 띄우면서 여러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이 계획의 입안자인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과거 진주만 공습의 성공을 바탕으로 군대 내에서 입지를 다진 인물이었습니다. 다양한 반대 목소리와 문제점 지적이 있었음에도 막무가내로 계획을 실행합니다.
미드웨이 해전을 준비하면서 당연하게도 일본군은 워게임을 실시하여 문제를 짚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상의 미군을 맡은 일본군 장교들은 실제로 미군이 들고온 작전안을 포함하여 다양한 전술로 일본 해군을 기습하여 괴멸시켰습니다. 여지없이 일본 해군의 당시 문제점이 까발려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 계획을 추진하던 야아모토 이소로쿠 사령관은 더 이상 반대 의견과 충돌하여 피곤해지기 싫었고,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갔습니다. 이는 당시 해당 작전을 지지하고 실행하던 부하 장교들 또한 마찬가지여서, 다양한 미군의 공습과 기습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는 적을 쓸어버릴 것입니다!" 라는 따위의 무책임한 소리나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역시 일본군은 강해' 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만화의 일부. 미드웨이 해전 직전 워게임을 묘사한 만화이나, 다소 만화적인 각색이 들어갔으며 실제로는 반대파 장교들의 멸시와 경멸감으로 분위기가 험악했다고한다. 물론 지나친 합리화를 하는 모습은 거의 그대로이다)
이렇게 본인이 바라는 미래대로, 미 해군이 아무것도 모르고 일본군의 의도대로 기습을 당하고 패배하리라는 미래를 합리화하고 넘어가버립니다. 그래서 실제는 어떻게 되었나요? 실제로는 미 해군은 일본군 대가리 위에서 놀고 있었으며, 반대로 미 해군이 숨어있다가 포착된 일본 해군을 기습하여 작살을 내버리고 종전을 왕창 앞당깁니다.
이러한 일은 비단 일본군에게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 또한 자신이 제대로 풀지 못하는 취약 유형은 출제되지 않고 쉬운 문제만 나오길 바라죠. 그런데 어쩌죠, 출제진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고 여러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 해군은 지나치게 본인의 바람대로 미래를 합리화하고 끼워맞췄으며, 그 결과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고 결국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으로 거의 모든 전력을 잃고 패배합니다. 상대방인 미 해군 또한 결코 패배하기를 싫어하며, 어떻게든 일본군 자신을 괴롭히려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편안하고 안일하게 준비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하며, 상대방이 나를 반드시 괴롭히는 최악의 수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것을 항상 준비해야합니다. 전쟁의 전략전술에서의 기본은 상대방이 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인간 삶에서 고통이라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면이 있는 듯 합니다.
때문에 인간은 고통을 이겨내고 우리가 절대로 만나기 싫은 미래까지 상상하며, 이를 대비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취약한 유형이 있다면, 출제진들이 운 좋게 그런것을 내지 않을 꺼라고 합리화하지 말고, 시험 직전까지라도 최대한 연습을 해두어야 합니다. 맞을때 가드라도 최대한 올리고 맞으면 덜 아프듯이.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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