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21편 - 장전과 방아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8250151
아마 학생들이 중세~근대 전쟁 관련 영화를 보면서 본 총이 떠오를 껍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포르투갈로부터 화승총을 얻고 이를 복제한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조총은 나는 새를 맞춰서 떨어뜨린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제가 굳이 전쟁사 칼럼에 이 머스킷을 다루는 것은, 수능 비문학 지문 중에서 '과정이 길고 복잡하게 나열된 지문'을 풀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머스킷이랑 수능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심각한 의구심이 들텐데, 그게 정상입니다.
이런 화승총은 현대에서 사용되는 소총보다 훨~씬 복잡하고 긴 장전과정을 거친 후에야 발사됩니다. 미국 독립전쟁에 쓰인 플린트 락 머스킷의 경우 숙련된 병사가 1분에 2발 정도를 발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2차 세계대전 관련된 영화에서 나온 기관총에 비하면 웃음이 나오는 수준의 발사 속도죠.
이 때문에 임진왜란 당시에도 활조차에게도 발사속도가 밀리는 이 신무기는 처음에는 무시당했었습니다. 탄금대에서 전사했던 신립 장군 또한 임진왜란 발발 전 조총의 위력을 등한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화 기록이 있습니다.
(미국 독립전쟁에서도 머스킷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장전에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화기는 훗날 남북전쟁에 가서야 많이 개선됩니다.
http://www.asiae.co.kr/news/print.htm?idxno=2017080814280708175&udt=1 )
이런 머스킷류 병기들은 장전이 정말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현대의 소총과는 달리 탄이 화약과 결합되어 생산되지 않고, 화약통을 따로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화약을 먼저 밀어넣고 거기에 탄을 따로 집어넣는 과정을 거칩니다.
조총의 발사 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총신을 닦아내고, 총신 안에 화약을 밀어넣고, 막대기로 화약을 깊숙히 쑤셔넣고, 거기에 다시 납탄을 위에 넣고, 또 그 납탄을 막대기로 쑤셔넣고, 화약이 유출되지 않게 하기위한 종이를 안에 넣고, 방아쇠 근처의 격발장치를 열고 안에다 또 화약을 넣고, 심지를 달고, 적을 겨냥해서 발사하는 설명하기에도 숨이 차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렇게나 장전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다보니 긴 시간동안 적에게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창과 방패로 무장한 군인이 옆에서 지켜주거나 다른 조총수들과 모여서 밀짚대형을 형성하는 등의 해결방안을 도입합니다.
이런 해결방안들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이런 화승총의 장전 과정이 단축되는건 아니라서 여전히 약점이 존재했습니다. 영화 에서는 평야에서 적군과 전투에 돌입하는데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화약통에 있는 화약을 총 안에 제대로 집어넣지 못해서 장전을 못하는 장면이 있죠.
(안그래도 장전이 복잡하고 까다로운데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서 적군이 코앞에서 새까맣게 몰려오는데 장전을 못하는 장면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urassicgump&logNo=221087807857&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
여담으로 병자호란에 어떻게 조선의 조총수 부대가 등장하냐면,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항복한 왜병, 또 왜병으로부터 노획한 조총과 자체 제작한 물량으로 조선군을 훈련시키기도 했습니다. 조선군도 연습을 많이 해보니 항복해온 왜군보다도 명중률이 더 높아졌다는 기록을 보면 역시 원딜의 민족.
다시 돌아와서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되는 조건 또한 제약받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초창기 화승총은 비가 오거나 습한 날씨에 사용하지 못했고, 불씨가 붙은 심지를 사용해야 했기에 부싯돌도 가지고다녀야 했었죠. 원시적인 화약을 사용했기에 찌꺼기와 연기도 다량 발생하여 청소도 잘 해줘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총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정말 사용하기 간단해졌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자동으로 총알이 날라가죠. 지금 생산되는 총알들은 화약통에 같이 붙어서 나오기에 사용하는 입장에서 일일이 화약을 집어넣는 일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드디어 오늘 본격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까지 왔습니다. 지금 시대에서 총을 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뭘까요? 바로 방아쇠입니다. 영어로는 trigger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촉발, 시작'이라는 의미로도 널리 쓰입니다. 제가 어릴때 했었던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에서도 뭔가 장치가 작동하는 조건을 '트리거'라고 불렀었죠.
저 트리거라는 영어 단어의 뜻만 보아도 방아쇠라는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쓰이는 총들이 아무리 과거보다 사용하기 쉬워졌어도 근본적으로 방아쇠를 당겨서 화약을 점화하는 역할을 반드시 거쳐야합니다. 총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아닌데 가끔 책을 보면 '방아쇠가 되었다', '뇌관이 되었다'라는 표현도 쓰이죠.
(근본적으로 총이 발사되는 시발점은 방아쇠이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거 준비 다 되어있어도 이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면 총은 발사될 일이 없을 껍니다
https://www.cmproducts.com/TRIGGER-SHORT-LENGTH_p_332.html )
현대의 총기가 발사되는 과정을 상상해봅시다. 대충 이러겠죠. 방아쇠를 당긴다 -> 뭔가 내부에서 복잡한 과정이 펼쳐진다 -> 총알의 화약이 폭발한다 -> 총알이 발사된다 -> 명중한다.
제가 왜 갑자기 이런 총이 발사되는 원리를 끌고왔냐면, 수능 비문학에서도 이렇게 과정이 길고 복잡하게 나열된 지문이 종종 등장합니다. 늘 이야기 했던바와 같이 모든 과정과 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과정이 길고 복잡하게 나열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어떤 부분이 중요할까요? 벌써 눈치챈 학생들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보았을때 앞서 설명한 총기의 '방아쇠'에 해당 되는 '발단' 부분과, 결론적으로 총이 발사되는 '끝' 부분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자세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겠지만, A->B->C->D->E->F 의 과정을 나열한 비문학 지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A와 F가 중요합니다. 제가 여태 뚜렷하게 이런 경향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이 총이 발사되는 과정을 생각해보니 왜 처음과 끝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지 알겠더군요.
우리가 총을 사용할 때 총알이 발사되는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이해해야지 총을 쓸 수 있는게 아닙니다. 우린 방아쇠를 당기면 뭔가 총 내부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국 총알이 발사되어 목표에 명중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 정도 이해만 있어도 충분히 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태 과정이 길게 나열된 지문은 구체적으로 오르비에서 설명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그런 지문은 짜증나고 자꾸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든요. 근데 이렇게 좀 정리가 되니까 한편 설명하기 수월한거 같습니다.
사족으로 비문학에서 등장하는 '통시성'도 이번 칼럼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총은 과거에 복잡한 장전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렇게 불편한 일을 더 간단하고 빠르게 개선하면서 현대의 총기가 등장했다~' 라는 지문이 나온다면, 아마 핵심은 '개선된 장전 과정'에 있을 껍니다. 이렇게만 이해해도 과거와 현대의 총기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겠네요.
수능 비문학 설명한답시고 머스킷도 끌고 오고 별에별 예시를 생각해내는데, 이번엔 거꾸로 스스로 예시를 생각하다가 수능 비문학이 이해가 되는 재밌는 경험을 했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21수능 국어 백분위 100, 수학(나형이긴한데) 백분위 100, 영어 100점,...
-
39까진데 아 ㅅㅂ
-
고2 6모는 국어 81(2등급 중후반) 수학 97 영어 98(운이 좀 따랐음 현재...
-
한분이랑 하긴 했는데 혹시나 한번더 국어라도 살려야 한다
-
강대 써킷 1
써킷 몇분잡고 풀어야되요?
-
혹시 확통러 계시면 답 맞춰볼수있을까요 답이 뭔가 찜찜하게 나와서
-
강k 점수 3
96->88->80 공차가 음수인 등차수열
-
불면증인데 6
저녁에 운동 좀 쎄게 하면 잠이 잘 올까요…? 미치겠다 매일 3시 반에 자고 7시에...
-
가형 얘기 보니까 궁금하네..
-
a7 = 3d 일때 ak=0이다 k= 4라고 해야하는데 당당하게 10이라고 적어버렸따
-
ㅠㅠㅠㅠㅠㅠㅠ
-
화작으로 부탁드립니다..
-
에휴 1
22 30풀었는데 틀린거 같네 살자하러 갈게
-
선어말어미 6
현재시제 선어말어미 ‘-ㄴ-’ 뒤에 오는 어말어미는 무조건 종결어미인가요?
-
밥 먹을 때 1
밥 먹을 때 다들 뭐 하면서 드시나요 원래 유튜브 보면서 먹었는데 갈수록 뇌가...
-
제 밴드 가입을 승인해 주실까요 …
-
7투스 미적 30번 14
7이라고 말해줘 제발
-
동창 카톡프사가 이거던데 안친한데 궁금해욬ㅋㅋ
-
x<t에서 f(x)=2f(t)의 실근 개수가 바뀌기 위해선 2f(t)가 f(x)의...
-
늦게 일어나서 7시까지 공부해야겟넹
-
29는 못품
-
여름방학에 개념 안 되어있으면 3등급 미만 각오해야됨
-
윤성훈 사문 스피드개념 들을까요 아니면 그냥 개념강의 들을까요
-
답좀 쪽지로 보내 주세요 궁금함
-
주제넘게라니...
-
채득기라는 사람은 1604년(선조 37) 1645년(인조 23) 으로, 인조때의...
-
굿즈로 한탕하기 0
-
7투스 치신분? 0
답좀요
-
오늘은 상수 꺼내면서 항 개수 안 곱했네..
-
그것이 문제로다. 지금와서 보면 확통도 메릿이 확실하게 있고 화작도 메릿이 확실하게...
-
깨 0
닫
-
일본 코로나 환자 10주 연속 증가세…변이바이러스 전국 확산 1
일본에서 10주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가 늘고 있다고...
-
D-478 계획 1
개념의 나비효과72~80 예비 매3비 2일차~3일차
-
국어 특 2
ㅈㄴ 잘되다가 가끔씩 개망함
-
방금 푼 이감 독서 2문제 진짜 어처구니 없게 틀렸네
-
그게 1.47%라는 희대의 비율을 자랑하는 시험이었으니
-
나오는 행님들 22번까지 보통 몇분걸리시나요 그리고 몇개 넘기고 지나가심 시간관리가 너무 힘들어요ㅠ
-
4번, 9번, 27번, 34번 91점 전체적으로 쉽게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채점하고...
-
찾아보니까 음함수 미분이랑 별 차이 없어보이는데... 명칭 구분하는 거 보면 뭔가...
-
파데 킥옾 끝냈고 기생집 2,3점 하고 있는데 바로 아이디어 들어가야할까요? 아니면...
-
"브레턴우즈 지문 현장 다맞기" 이과생인데 수상하게 환율개념 잘아는(?) 이유:...
-
현우진 질문 3
방학때 수1 수2 기출 들어가고 싶은데 뉴런,수분감 중에 어떤걸로 시작하나요...
-
ㅎㄴㅎㄴ 1
ㅎㄴㅎㄴ
-
별론가요 ?-?
-
지인선 오류 5
지인선 19회차 14번 이거 (나)조건을 h(x)= α를 만족하는 실수 x는 오직...
-
2등급 맞아도 괜찮나요?
-
고3 현역이고 12월부터 지금까지 같은 관독에 쭉 다니고 있습니다. 지하철타고...
-
치타가 아니라 0
나 수박의 스피드 스퍼트 보여준다
-
실내장서 수영하던 초등생 어린이 ‘성기 10배 커져’ 21
부모 “큰 문제 아닐까 걱정” 게티이미지뱅크 학교에서 단체로 ‘생존수영’을 배우던...
진짜 잘 읽히고 도움 많이되네요..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