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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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의 모든 문제를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먹고 사는' 문제로 수렴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며 사는 것도,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하는 것도 모두 먹고 사는 문제 때문입니다.
근대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식량문제는 심각한 고민이었고 멜서스는 을 통해 강력한 산아정책과 인구 억제정책만이 식량 한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먹는 입을 줄여야 한다고 이론적으로 탐구할 정도로 우리에게 먹는 문제는 민감한 문제였습니다.
현대는 하버보슈법이나 유전자 조작, 품종 개량 등의 기술 덕에 식량 문제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국민들에게도 밥은 민감한 문제였는데, 극한의 상황에서 놓인 군인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문제였을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군인도 사람이니 먹어야 싸울 수 있고, 밥을 줘야지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전쟁사에서 이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몇개 소개하겠습니다.

('먹어야 싸울 수 있다'
https://www.fmkorea.com/343441071 )
군대에게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전쟁터에는 당연하지만 음식점도 없고 좁은 지역에 군인이 밀집되어있기에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도 까다롭습니다. 태평양 전쟁의 미군도 음식 뎁혀 먹는다고 불을 때면 연기를 보고 적군 포병이 신나게 포탄을 던져줘서 차가운 통조림을 까먹기 일쑤였습니다.
과거 한반도의 삼국시대때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린 북어와 미숫가루를 군인들이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둘 다 수분함량이 적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또 먹기에도 편하기에 빠르게 영양소 공급이 가능한 간편식이죠. 구관이 명관이라고 미숫가루는 6.25전쟁에서도 전투식량으로 쓰일만큼 편리한 군인식이었습니다.
나폴레옹때 이 병참 문제가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되는게, 군인들의 식량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밀봉 살균처리한 병조림이 처음 개발됩니다. 이후 이 병조림은 통조림의 원조가 됩니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군표'라는 것을 지급하여, 군인들이 현지에서 주민들에게 식량을 사먹고 군표를 지급하게 했습니다. 나중에 국가에서 군표에 해당되는 보상을 해주었죠.
몽골군이 중세 유럽을 휩쓴 배경에도 식량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몽골군은 말고기를 축구공처럼 만들어서 들고 다니거나 육포로 가공해서 들고다녔습니다. 밥 먹는 시간에는 냄비에다가 물 붓고 고기를 넣어서 먹었죠. 이건 알다시피 현대의 샤브샤브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로 대량의 무거운 식량을 운반할 필요가 없었기에 기동성에 큰 여유가 생겼고, 이로인해 유럽 국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몽골군의 기동전에 박살납니다.

(당시 몽골 기병은 여러필의 말을 함께 데리고 다니며 거기서 나오는 우유, 피 등을 섭취하고 고기는 보관이 용이하게 가공해서 보급 문제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몽골이 빠르게 진격한 주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https://kimssine51.tistory.com/451 )
태평양 전쟁과 625에서도 식량 보급 문제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일본군은 미군에 비해 형편없는 보급 역량과 의식을 자랑했는데, 동남아시아 전선에서 영국군과 싸울 때 보급 문제를 '처칠 급여'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태평양 전쟁 초기 영국군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놓고간 무기와 식량을 공짜로 노획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 덕에 영국군 식량을 빼앗아 먹을 수 있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몇번 실패를 반복한 영국군은 이후부터는 퇴각하면서 철저히 남겨진 보급품을 파기하거나 소각하고 도망갔기에, 작전 기간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식량을 들고간 일본군은 정글에서 살아있는 뱀을 뜯어먹을 정도로 배고픔에 시달렸습니다. 종종 영국군이 실수로 일본군 쪽에 투하한 보급품은 '처칠 급여'로 불리며 일본군에게 생명줄이 되어줍니다.
미국에게도 전쟁동안 군대 보급은 큰 부담이었는데, 국민들에게 배급제를 실시함과 동시에 평소 즐겨먹지 않던 먹거리를 새로 개발하는 일도 했었습니다. 홍합은 그 당시까지 낮은 취급을 받는 음식이었는데, 육류 대부분을 군 장병들에게 공급하게 되면서 대체제로 조명되었습니다.
현대의 군인식도 높은 열량과 단백질 함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단순히 군인들의 기호에 맞을 뿐만 아니라, 상처와 스트레스를 빨리 극복하는데 단백질과 지방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평소 군인들의 기호를 맞춰져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비상식량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끔찍한 맛을 내도록 개발되었습니다. 비상식량이 너무 맛있다면 비상시가 아닌 평상시에 다들 몰래 빼먹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비상식량용 초콜릿의 경우 널빤지를 연상케하는 수준으로 맛이 맞춰졌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의 야전 식당인 field kitchen의 사진. 저 도구들로 꽤 다양한 요리가 가능했었고, 그나마 사정이 나아서 사진 정도이지 저것보다도 더 열악한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http://www.surfacezero.com/g503/showphoto.php?photo=131545&title=u-sarmy-field-kitche&cat=all )
625전쟁에서 장진호 전투는 중공군이 빠르게 몰려내려오면서 포위된 미군이 치열하게 싸운 전투입니다. 당시 추위가 영하 30도를 웃으며 넘기는 수준이었기에 땅이 얼어붙어서 삽질을 전혀 못하는가 하면 아예 부동액이 얼거나 액체류가 몽땅 얼어버려서 쓰지 못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통조림을 불에 녹이면 아랫부분만 녹고 윗 부분은 여전히 얼어붙어있었다는 지옥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고립된 미군 부대가 무전으로 '투시 롤'이라는 특정 상호의 초콜릿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뜬끔없이 초콜릿 사탕을 대량으로 보내달라는 요구가 이해가 안됬으나 어쨋던 후방 항공부대가 투시 롤을 왕창 챙겨서 낙하해줍니다.
당시 고립된 미군 부대는 해병대였는데, 해병다 사이에서 '투시 롤'은 '박격포탄'을 지칭하는 은어였습니다. 적군의 도청을 염려해서 일부러 은어로 무전을 친건데 덕분에 뜬끔없이 초콜릿 사탕이 왕창 공수되죠.
그래도 의외로 이 초콜릿 사탕들이 매우 요긴하게 쓰인게, 전차에 구멍이 생기면 초콜릿을 녹여서 붙이면 영하의 날씨 덕에 훌륭한 용접을 해주었습니다. 불을 피워 조리한다는 일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던 탓에 초콜릿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식량이 되어주었죠.
이처럼 군인들에게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극한의 고통 속에서 유일한 위안이 되기도 하고, 때론 투시 롤처럼 의도치않게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었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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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 잘 읽고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