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0-11-13 16: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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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번외편 - 21세기의 이순신, 손원일 제독과 대한해협 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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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 여러분 코로나로 다사다난한 올해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컨디션 조절만 유의하면서 그동안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육지, 바다, 하늘(그리고 우주?) 중에서 어느 것이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을까요?




 정답은 바다입니다. 지구의 70%는 바다로 덮여있으며, 우리가 보통 알고있는 대도시나 수도는 강이나 바다를 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인류 문명의 시작도 큰 강을 중심으로 성장했었습니다. 교역에서도 육상교역과 해상교역 중에서 보통 해상교역이 더 중요했습니다.




 육지를 통해 가는 것은 다양한 위험과 한계(도적, 폭풍, 지도, 인간과 말의 체력 등)에 의해 방해받습니다. 그런데 해상교역은 육상교역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물건을 운송하기 용이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요 대도시들은 강과 바다를 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선박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른 경우도 많았죠.




 미국의 전략지정학자 엘프레드 마한은 <해군력 이론>이라는 책을 통해서, 세계 패권은 해군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해왔고 실제로도 역사는 해양에서의 주도권에 따라 정세가 바뀌어 왔습니다. 미국이 본격적인 해양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2차 세계대전부터 현대까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어디이며, 현재 세계 해양을 지배하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생각하면 확실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마한의 이론을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바다, 해양에서의 패권과 주도권을 쥐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며 그 과정에서 치열한 전쟁사도 전개되었고, 그 중에서 걸출한 인물들이 역사에 기록되어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바다와 관련된 위인이 여럿 있습니다. 우산도(독도)까지 한반도 세력을 확장한 이사부 장군, 청해에서 해적을 소탕하고 무역로를 개척한 장보고 장군, 대마도를 정벌한 이종무 장군, 해전에서 전설적인 전공을 이룩한 이순신 장군 등. 




 그러나 한국의 근현대사에서는 워낙 혼란스럽고 정세가 어지러웠기에, 한국에 큰 기여를 했으나 그에 합당한 명성과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21세기의 이순신이자 현대 한국 해군의 아버지라 불리울 수 있는 '손원일' 제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솔선수범하여 조국의 해군을 창설하고 인천상륙작전에서도 직접 총을 들고 참전한, 대한민국 해군의 어버이 손원일 제독

https://www.bobaedream.co.kr/board/bulletin/view.php?code=army&No=108369)








 일제가 패망하고 한반도가 거대한 두 세력에 의해 분할된 직후, 남한이나 북한이나 해군력이 비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독립된 주권 국가로서 해군은 반드시 필요하고 특히 한반도 역사에서 수없이 크고 작은 전쟁이 바다에서 벌여져왔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주권이 타국에게 넘어가고 철저히 수탈당한 직후, 우리에게는 군함이라고 부르기 변변한 함선조차 없었습니다.




 간접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당장 세계 2차대전에서 두 국가가 명운을 걸고 모든 전력을 쏟아부운 태평양 전쟁에 휘말렸기에(많은 사람들이 강제 징용되었고, 막대한 해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전쟁이 격화될수록 수탈은 심해졌음) 독립 직후 한반도에는 당연하게 쓸만한 군함이 남아있을 리가 없습니다. 있었으면 벌써 태평양에 끌려가서 미군과 싸워야했겠죠.




 명목상 '충무공정'이 해군의 최초 보유 함선이었으나, 해상경비조차 제대로 못하는 형편의 대한민국 해군을 건설하고자 손원일 장군을 비롯한 해군 수병들과 집사람들은 모두 합심해서 돈을 모읍니다. 장교와 병사들은 봉급의 일부를 기부했으며, 수병 집안의 가족들은 삯바느질이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보탰죠.




 어렵게 돈을 모은 이후 손원일 장군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예산 일부를 지원받고 쓸만한 군함을 사기 위해 미국으로 직접 날라갑니다.




 1945년 조선의 해방과 동시에 세계 2차 대전도 종전하면서, 미국은 막대하게 소요되었던 전비를 충당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하던 군함들을 대거 고철로 팔아치우거나 퇴역시키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약소한 국가에서 부족하게나마 돈을 들고온 동양인 장교는, 이렇게 헐값에 거래되는 퇴역 군함들이라도 건져보려고 직접 흥정까지하는 솔선수범을 보입니다.





 대단히 어려운 과정 끝에(이와 관련된 일화만해도 전쟁사 2편 분량이라서 따로 하단에 참고 링크를 걸어둡니다) 한국은 최초의 해군함을 들여옵니다. 바로 백두산함이죠. 이 백두산 함을 구매하고 운반하고, 수리하는 것까지 손원일 장군과 동행한 수병들이 직접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작업했다고 합니다.








(한국 최초의 전투함으로 취역한 '백두산함'은 한국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대한민국 영해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작은 배가 무려 6.25 전쟁의 향방을 뒤엎을지는 아무도 몰랐죠. "백두산함은 결코 작지 않아"

https://namu.wiki/w/%EB%B0%B1%EB%91%90%EC%82%B0%ED%95%A8)









 최초의 한국 해군은 정말 보잘것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후 쓸모없는 함선으로 폐기처리 직전의 함선을 겨우 포탄 100발이 실려있었고, 그렇기에 포탄 사격 훈련조차 함부로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값싼 모의탄을 써야하는 형편이었죠. 참고로 백두산함은 먼저 한국으로 오고, 손원일 장군은 추가로 3척의 군함을 더 인수하기 위해 미국에 남아있다가 6.25 전쟁 발발 이후 함정들과 귀국합니다.




 6.25 전쟁이 터진 직후의 흐름은 여러분이라면 대충이라도 아실 껍니다. 미국은 동아시아 정세 오판으로 '에친슨 라인'을 선언하면서 남한을 제외해버렸고 미군이 떠났습니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소련과 중국의 묵인과 지원(물론 그 과정에서 대대적인 전면전에 대해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반대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고집은 김일성이 더 쎘나 봅니다)을 받고 대대적인 전력 확충을 끝낸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항일투쟁과 국공내전을 겪으며 단련된 조선인들까지 같은 공산진영인 북한으로 흡수됨에 따라 남북한의 전력차는 더더욱 커지기만 했었죠. 남한은 당시 전차 한대조차 없었으니 어떤 양상으로 전쟁이 전개될 지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화력의 열세에서도 불구하고 국군은 격렬하고 용감히 저항했으며, 다른 분야에서는 외교적으로 국제 기구의 지원을 요청하고 연합군 파견까지 어떻게든 남한 영토, 특히 부산까지는 방어해야 했습니다.




 육지에서 남북한의 피말리는 격렬한 전쟁이 발발한 와중에 해상을 통한 공격도 있었습니다. 무장된 북한군을 태운 선박이 해상을 통해 몰래 잠입하여 동해 해안가에 침투, 후방을 교란하는 역할도 했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 부산을 점령하여 연합국의 해외 원조와 상륙을 막아버리기 위해 600여명의 게릴라군이 탄 상륙정이 몰래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38선에조차 충분한 전력이 배치되지 못한 남한의 사정상 부산은 그야말로 빈집이었습니다. 6.25 발발 당일 백두산함은 동해안에 상륙하는 적군을 막으라는 명령을 하달받고 임무에 들어갑니다.




 그러던 중 1천톤급의 괴선박을 발견하고 발광신호로 교신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450톤의 백두산함은 1천톤짜리 괴선박을 후방으로 침투하는 북한군으로 판단하여 교전을 개시합니다.







(백두산함이 북한 상륙선과 교전을 벌인 '대한해협해전' 이 해전은 6.25 전쟁의 방향추를 기울였다는 미국 역사학자의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쟁의 향방을 갈라버린, 조용했지만 격렬했던 전투입니다.

http://www.cssbsk.org/bbs/content.php?co_id=seawar)







 빈약한 사격 훈련 때문에 원거리 교전에서 명중탄이 나오지 않자, 백두산함은 정말 목숨을 걸고 자신보다 거대한 함선에 근접 사격한다는 승부수를 띄웁니다. 북한 상륙선도 기관총과 게릴라들이 있었기에 1시간 동안 서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수병이 전사합니다.




 결국 괴선박과 600명의 게릴라는 침몰하였고 남한의 유일한 해외 원조 통로인 부산항을 지켜내는데 성공합니다. 연합군과 각종 원조 물자가 들어올 부산항을 지켜냄으로써 조기에 한반도를 점령한다는 북한의 시나리오는 완전히 망가집니다. 앞선 전쟁사 이야기에서 상륙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륙군이 보급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는 자주 말해왔죠.




 이 대한해협 해전으로 김일성의 야욕은 좌절되었습니다. 낙동강에서 더이상 진격이 어렵게 되었고, 부산항을 통해 연합군이 물밀듯이 보충되고 강력한 미 해군이 한반도에 배치되기 시작합니다. 만약 무방비 상태의 북한 게릴라 600명이 부산항에 입성했었다면 이후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손원일 제독은 추가로 인수한 군함 3척과 귀국하여 6.25 전쟁에 참전합니다.




 결국 3달만에 한국과 연합국은 대대적인 역습을 가하여, 인천에 상륙작전을 벌이고 북한군 보급로를 끊어버리고 남한 전역을 청소하죠. 특히 인천 상륙작전은 북한으로부터 불법적이고 선제적인 침략을 당한 한국 입장에서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는 손원일 제독의 요청으로 손원일 제독과 휘하 병사들도 참가합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언제부터인가 손원일 제독이 안보여서 찾아보니 저 상륙지 앞에서 직접 총들고 같이 돌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 국방부장관으로 56년까지 역임했습니다. 중장까지 진급했으나 대장 직함까지 승진하는 것은 거부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전투함 한척조차 제대로 없는 해군에서 해군 대장이 나오는 것은 비웃음거리이다'라 하며 한사코 거부하고, 1980년 타계하시게 됩니다.





(백두산함은 이후 스크랩 처리되어 마스트 일부만을 보존하기로 하고 역사에 남게 됩니다. 사진은 백두산함 마스트를 보존하고있는 해군사관학교와 경례하는 사관생도들

https://namu.wiki/w/%EB%B0%B1%EB%91%90%EC%82%B0%ED%95%A8)







 제가 최근들어서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전 항상 불만이 많았었는데, 이제서야 제 주변의 것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를 아무런 대가없이 사랑하시고 키워주신 저희 부모님, 가난하고 핍박받던 나라에서 세계적인 수준까지 경제를 성장시킨 조상님들, 우리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헌신하고 희생해오신 한국군 장병들, 우리 근처에 코로나 환자가 없도록 헌신하고 봉사하는 의료진과 보건소 직원들, 마스크를 쓰며 협조하는 우리나라 국민들까지.




 여태 저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추구했으며, 항상 불만에 차 있었고 우울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되돌아보니 참 감사할 사람들이나 감사할 일들이 많았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이번 편에서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잘 살고 공부할 수 있도록 조국을 수호하는데 기여하셨던 손원일 제독에게 감사를 느끼며 마칩니다.





참고, 보충 자료




역사채널e - 한국 바다를 지킨 첫 전투함, 백두산함

https://www.youtube.com/watch?v=_RtpitmdbPs&ab_channel=EBSCulture%28EBS%EA%B5%90%EC%96%91%29




[위대한 호국보훈유산] 4편 백두산함의 용사들 나라를 구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0rFtlzetkW4&ab_channel=EBSCulture%28EBS%EA%B5%90%EC%96%91%29





[해군 창설 67주년 특별영상] 손원일 제독을 기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J5lmm0e_Ug&ab_channel=%EB%8C%80%ED%95%9C%EB%AF%BC%EA%B5%AD%ED%95%B4%EA%B5%B0RepublicofKoreaNavy




배 가격을 깎은 대한민국 해군

http://cheonji.egloos.com/4992547




해방 직후 어느 국군 장성.jpg

https://www.bobaedream.co.kr/board/bulletin/view.php?code=army&No=108369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https://orbi.kr/00029459571 - 번외편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사건

https://orbi.kr/00030326474 - 27편 낙엽이 지기 전에

https://orbi.kr/00031115960 - 28편 늑대떼와 양떼

https://orbi.kr/00031424411 - 29편 불공평하다

https://orbi.kr/00031680019 - 30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1)

https://orbi.kr/00031924410 - 31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2)

https://orbi.kr/00032009629 - 32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3)

https://orbi.kr/00032048830 - 번외편 미래전

https://orbi.kr/00032500068 - 33편 실험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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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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