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비전투병과(분량조절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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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쟁이라고 하면 서로 간에 포격을 주고받고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물리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상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여러 편의 전쟁사나 직업 칼럼을 통해, 이런 주류이미지 외의 비주류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단순히 전투병과들을 무식하게 몸만 쓰는 사람들이라고 절대 비하하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장기와 특성을 이용해서 군대에 기여할 뿐이지, 주류나 비주류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비주류는 단순히 비율차이로 쉽게 구분한 것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소방관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나요? 거대한 화마에 맞서는 소방관들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소방관의 업무 중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것은 전체에서 적은 비율입니다.
그러나 업무횟수가 적다고 해서 불필요한게 아니죠, 화재는 매우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방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러한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치워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매년 소방관 순직 사례가 발생하는데,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순직은 이런 극단적인 화재진압 발생 중에서 발생합니다. 전체 업무 중에서는 발생 비중이 낮으나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위험한 업무 중에서 순직하는 소방관이 발생하며, 이들의 희생은 주변 동료들에게 강한 PTSD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8/03/206435/)
실제로 경찰관이 직접 물리적으로 출동해서 용의자를 검거하거나 중재하는 행위는 전체 업무의 30%라고 합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다른 행정적인 일이나 상담, 용의자 감시 등을 하겠죠.
그러나 경찰관의 이미지는 범인을 쫓아가서 제압하는 장면이 쉽게 떠오릅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며, 그 일을 잘 해야지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제대로 범인을 쫓아가지 못하거나, 시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는 더 큰 문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찰 또한 소방관과 마찬가지로 여러 상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이런 업무에서 발생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여러분 아마 다들 아실 것입니다. 테란 유닛에는 마린(해병)만 있습니까? 직접 총을 들고 싸우는 유닛만 존재합니까? 아닙니다. 사이언스 배슬은 갖가지 과학전을 통해서 아군을 보호하거나 적군을 저지합니다.
메딕은 여러 유닛을 치료하여 다시 싸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SCV는 기초 공병으로서 건물을 짓고 자원을 채취하는 테란의 버팀목입니다. 굳이 직접 싸우지 않아도 충분히 군대라는 집단에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테란의 SCV는 재료공학, 기계공학, 건축공학을 전부 마스터한 든든한 일꾼이자 버팀목입니다. 유사시에는 저렇게 직접 싸울 수도 있죠)
오히려 저는 이렇게 직접 뭔가 부딪히는, 누구나 당연히 떠올리는 주류 이미지 외에 알게 모르게 기여하는 직종이나 사람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합니다.
로마가 한때 지중해와 유럽을 재패한 제국이었던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때 로마군은 특히 뭐가 특출 났길레 그렇게 동네에서 깡패노릇을 할 수 있었을까요?
활을 잘 쏴서? 군인이 많아서? 기병이 많아서? 갑옷이 튼튼해서? 무기를 가공하는 제련 기술이 발달해서? 방패가 튼튼해서?
물론 제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에서, 대단히 복합적인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할 때 군대는 잘 싸우면 강군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잘 싸우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어마어마한 정복자가 되기 힘듭니다. 아무리 잘싸워도 혼자서는 언젠가는 힘이 빠지기 때문이죠(역시 다구리 앞에 장사가 없다)
로마군이 그때 온 나라는 뚜들겨 패고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로마군이 잘 싸우고 전략적으로 머리가 좋아서 작전을 잘 짰다기 보다는, 요약하자면
‘도로를 잘 깔아서 이겻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히 뜬끔없이 들리겠지만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로마군은 잘 싸워서 승리했다기 보다는, 도로를 잘 깔아서 승리했다는 말이 좀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로마군이 도로를 엄청나게 잘 깔았습니다. 도로를 잘 깔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보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매우 쉬워집니다.
로마군이 도로를 매우 잘 닦아놓으니 그곳을 통해 보급품이 쉽게 조달되었고, 로마군은 먼거리 원정에서도 보급이 끊기지 않고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먼거리를 원정해서 침공을 가하는 군대는 보급선이 매우 길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집니다. 반대로 방어하는 입장은 보통 자기 집 앞마당에서 전쟁을 하기 때문에 보급조달에 유리합니다. 문제는 로마군은 먼거리에 와서도 전혀 지치질 않았다는 것입니다.
로마군과 오래 대치하고 싸울수록 거꾸로 방어자는 보급문제에 시달렸고, 로마군은 든든하게 챙겨먹을꺼 다 챙겨먹으며 우수한 무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이러한 이유로 로마군은 ‘창과 방패가 아닌, 삽과 곡괭이로 이겼다’라고 평가받습니다.
이 외에도 로마군은 비전투 분야에서 뛰어난 요소가 많았습니다. 야전병원과 군의관 제도가 매우 선진적이어서, 비전투로 인한 병력손실(전염병, 부상자의 감염, 사고로 인한 상해)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뛰어난 대응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화살촉을 뽑는 군의관의 모습. 당시 시대에서는 사소한 상처로도 파상풍과 세균감염으로 목숨이 달아나는게 일상이었지만, 로마군은 매우 뛰어난 의학기술로 이를 해결한다)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면, 직접 나가서 싸우는 사람보다 뒤에서 받쳐주고 보급을 조달하는 인원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합니다. 한국사의 고수전쟁이나 고당전쟁에서 보면 100만 대군으로 침략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전투병과 보급병을 모두 포함한 숫자입니다. 오히려 이 인원 중에서 절반 이상이 보급병일 정도로 보급은 매우 핵심적이며 어려운 일입니다.
현대에서도 보급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이게 잘되냐 안되냐로 승패가 갈리는 사례가 무척 많았습니다.
미국의 시빌워, 남북전쟁에서도 사실 싸움 자체는 남군이 더 잘 했습니다. 로버트 리같은 뛰어나다고 명성이 자자한 장군도 남군이었으며, 실제 종전 후 전사자도 북군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남군이 패배합니다. 왜? 북부는 남부에 비해 압도적인 공업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군대에 보급을 끊임없이 수송했기 때문입니다.
남부는 북부에 비해 보급상황이 대단히 열악하여, 심지어 자국 수도(리치먼드) 근처에서 북부군과 싸울때도 추위와 배고픔을 참아가며 싸워야 했습니다. 반면 북부군은 전신선과 철도 수송을 통해 탄약, 군수물자, 식량을 지속적으로 보급받으며 끈질기게 싸웁니다. 잘 싸웠지만 결국 보급에 지친 남부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항복하게 됩니다.
(전략적으로는 뛰어났으나 산업적, 공업적 역량이 부족한 남부가 몰락한 남북전쟁은 현대전의 시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후의 전쟁은 결국 보급역량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보급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 외에도 군대에는 다양한 직군이 존재하며 이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에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위도에 자리잡아 겨울과 눈이 흔한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소련과의 전쟁에서 스키와 썰매를 활용해서 큰 이득을 보았습니다. 눈이 쌓이면 걸어다니기는 매우 힘들어지나, 스키나 썰매를 활용하면 보급과 전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핀란드의 스키부대는 게릴라 작전으로 열세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의 혼을 빼줍니다. 현재 러시아에서도 스키나 썰매를 활용하는 특수부대가 있습니다.
미군 특수부대에서 특수작전 기상팀(SOWT)은 아주 독특한 부대입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전투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측장비를 가지고 적군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송합니다. 현대에서는 헬기와 비행기 등 첨단장비를 활용함에 있어서 풍향과 풍속, 기상 정보는 대단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기상관측 장비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미 특수부대. 해당 지역에 안전히 착륙하고 수송기나 비행기를 띠울 수 있는지 판단을 하기 위한 필수 정보를 알아낸다)
미군의 강함은 압도적인 보급, 수송 능력과 강력한 화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옵니다. 세계 항공모함의 절반은 미국의 것이며, 이 외에도 해상, 공중 전력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통해 아군을 지원하고 적군을 무력화합니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군에 대한 오폭위험을 줄이고 상대방의 위치와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여 지원을 요청해야합니다.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 특수부대가 있습니다. 미 해병대의 항공함포 연락중대(ANGLICO)는 무전기로 적군 위치에 아군의 화력 투사를 요청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겠지만 아군에 대한 오폭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사방에 포탄이 빗발치는 정신없는 곳에서 적군을 정확히 구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확히 관측하고 화력을 유도하는 이들은 이 분야만 전문적으로 훈련받습니다.
(무전을 치는 미군의 모습. 이들의 호출로 곧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병기가 적군 머리 위에 떨어집니다
http://photolog.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c341&logNo=70102486624&parentCategoryNo=&categoryNo=&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
이번 칼럼을 통해, 싸우는 집단인 군대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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