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1-02-05 23: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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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34편 - 패닉과 마인드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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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여태까지 '미드웨이 해전'을 정말 지긋지긋하게 사골이 우러나와서 뼈가 녹아내릴 정도로 자주 가져와서 이야기 했습니다. 늘 말씀드렸지만 미드웨이 해전은 태평양 전쟁의 중요한 분기점이며, 여기서 각 진영의 패착과 패닉, 실수, 작전 준비 미비 등 다양한 군상이 드러나 있기에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자꾸 꺼내게 됩니다.




 여러분 '패닉' 하면 무슨 말이 떠오르십니까?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서 말이 안나왔다, 선지가 눈에 하나도 안보인다, 글을 읽었는데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등등.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마음의 평정을 잃고 실수하는 일을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누구보다도 이런 당황스러운 패닉을 겪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전 게임을 하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오똑하지 오똑하지 하면서 AUTOKE AUTOKE를 외치면서 어찌 할 줄을 모릅니다. 재밌게도 미드웨이 해전에서 이런 혼란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 주력 항공모함 전단이었죠.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 해군 항공대의 대대적인 공습을 받는 일본 항모 카가, 아카기, 히류, 소류. 이들은 완전히 허를 찔렸고 적 항공기를 피해서 이리저리 혼란스럽게 진형을 어지럽게 흔들면서 각자 공격을 피하려 했었습니다. 덕분에 항모 외의 다른 수상함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될 정도로 개판이었죠

https://blog.naver.com/imkcs0425/60157242673)









 미드웨이 해전이 대략 어떻게 되었는지는 제 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좀 미뤄두고, 왜 저런 꼴, 그러니까 사진에서 보이듯이 강력한 항공대를 보유한 항공모함들이 어지럽게 이리저리 회피를 하는 꼴이 났는지를 탐구해봅시다.





 현대의 대공, 그러니까 항공기에 대응하는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예컨데 아래 사진의 'CIWS' 라는 물건은 적 항공기가 초근접하는 경우 그야말로 총알의 비를 뿌립니다. 근데 이게 또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게 아니고 레이더와 연계된 시스템이기에 정말 어마무시한 수준으로 적 항공기를 정확하게 겨누면서 발사합니다. 영화 <배틀쉽>에도 잠깐 이런 장면이 등장하죠.




 이런 병기 외에도 현대에서는 항공기에 대항하는 수단은 보통 자동화가 되었습니다. 항공기가 예전보다 엄청나게 빨라졌고 잘 들키지도 않으며, 사람이 직접 조준하고선 도저히 격추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거든요. 그런데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공포는 사람이 직접 탑승해서 열심히 페달을 밟으면서 구식의 사격통제장치를 직접 사람이 계산하면서 고도와 각도를 계산해야 했습니다.







 


(영화 <배틀쉽> 에서는 정말 이 무기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빗발치듯 날라오는 외계인 무기를 미친듯이 갈아버리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https://www.gd-ots.com/armaments/naval-platforms-system/phalanx/)










 그래서 세계 2차대전의 대공은 현대의 대공과는 차원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태평양 전쟁이 개전하면서 항공기에 대비하는 일본과 미국의 태도가 크게 달랐고 기술력의 차이도 커서, 미국이 당연스럽게도 일본보다는 더 우수한 대공 체계를 형성했습니다.




 일본은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으며 딱히 대공 방어 체계라는 것에 큰 투자를 하지는 않았습니다.(물론 미군에 비교해서) 또한 미드웨이 해전 직전의 도상 연습(워게임)에서는 적에게 기습당할 경우 함대를 어떻게 움직일지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기에 그야말로 개판이 되버렸죠.




 매우 높은 고도에서 급강하 폭격기가 내려오고, 저고도에서는 뇌격기가 어뢰를 박으려고 근접하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그걸 또 요격하려는 일본군 전투기가 섞이는 정말 정신없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게다가 각 함선이 동시에 공격받은게 아니라, 다른 항모가 공격받는 것에 시야가 좁아져서 구름이 많이 낀 고고도에서 달려오는 폭격기들은 피격 직전에서야 인지하기도 했죠.





 항모는 매우 크고 둔중합니다. 게다가 갑판 위에 항공기도 있기에 기동의 제약이 큽니다. 자동차처럼 쉽게 선회할 수도 없고, 선회하는 반경만 근 1km가 될 정도로 정말 거대한 함선입니다. 이런 함선들이 공격을 받으니 각자 알아서 회피기동을 하니까 진형이 완전히 붕괴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공 방어가 불가했습니다.








("적기 직상! 급강하!" 라는 유언을 남기고 몇초 후에 터진 일본 항공모함 카가의 최후. 미 해군 항공대의 어마어마한 공세를 받고 폭탄을 두들겨맞은 카가는 내부에 적재된 연료와 무기가 연속적으로 유폭되면서 많은 인명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https://blog.naver.com/imkcs0425/60158065245)









 그래서 대충 일본군은 이렇게 망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미드웨이 해전 당시 미 항모는 일본 항모에 비해서 매우 적은 피해를 입었으며, 심지어 공격받고 나서 재빠른 수리 덕에 두번째 일본의 항공대가 다른 새로운 항모를 포착했다고 착각했을만큼 뛰어난 맷집, 탱킹력을 자랑했습니다.




 당시 미국 함대의 대공 교리는 매우 '공세적'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일본 해군의 대공 방어는 매우 '수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적기를 조기에 격추시키거나 섬멸하지 않고, 그냥 맞게 되는 순간 알아서 회피하고 알아서 혼자 이리저리 기동을 했어야 했습니다.




 반대로 미국 함대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해서, 애초에 함선이 회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적 기가 근접하면 아예 조기에 모두 격추시켜 버리거나 공격을 방해해서 아군 함대를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공원형진'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대공 원형진을 보면, 중간에 가장 중요한 항공모함이 있으며 그 주위로 구축함과 순양함들이 원형망을 이루어 360도에서 근접하는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이때 미국 함선은 일본 함선과 정 반대로, 자의적이거나 개별적인 기동을 전혀 허용하지 않고 공격받더라도 끝까지 원형진을 유지하도록 교리를 정립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imkcs0425/60154778190)











 일본 항모가 적기에 공습받으면 이리저리 기동을 어지럽게 하는데, 문제는 당시 대공포를 쏘는 것도 사람이었고 적 항공기의 고도와 속도,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직접 사람이 계산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항모가 기동을 하면 또 다시 적 항공기를 향한 대공포 조준 위치가 바뀌어야 하고 이는 대공 효율의 급감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당시 일본 해군은 항모를 집단적으로 운용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육안으로 포착되는 거리에 모든 항모가 배치되었다는 것이죠. 따라서 만약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면 모든 항모가 공격받을 위험에 한꺼번에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구축함과 순양함의 호위를 받으며, 동시에 적기가 나타날 경우 각 함정의 사격 통제 장치의 도움을 받아 다수의 적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일본 항모는 주판기로 열심히 계산하는데 중간중간 누가 흔들어 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하고, 미국은 컴퓨터를 여러대 장만해서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미국은 항공모함을 비슷한 위치에 같이 배치시키지 않고 따로따로 기동하였습니다. 이는 곧 적에게 발각되더라도, 발각된 함대만 공격을 받지 다른 항공모함 함대는 공격받지 않는다는 방어적인 잇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항모는 거의 5분에 동시에 3대의 주력 항모가 한꺼번에 터져나갈때, 미국 항모 한대는 적의 공격을 받고 나서 재빠른 수리를 그 사이에 해버려서, 다시 공격하러 온 항공기가 2번째 항공모함을 공격한다고 착각시킬만큼 어그로 분산이 유리했습니다. 만약 미국은 항공모함 한대가 격침된다 하더라도, 일본 항공기가 다시 드넓은 바다를 이 잡듯이 쑤시면서 찾지 않는 이상 격멸이 어려웠습니다.









(매우 큰 선회반경을 이루면서 적 항공기를 회피하려고 아둥바둥하는 일본 항공모함 소류)

(적 항공기가 접근하자 일사분란하고 질서정연하게 기동하는 미국 함대. 일본 항공기의 반격을 받는 미국 항공모함 요크타운의 모습. 이 함선은 무려 이런 공격을 2번 당하고도 끝까지 살아남으며 좀비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심각해 보이지만 보수반원들이 즉각 대응하여 화재를 완벽히 진압하였고, 일본 항공모함 전대가 한번의 공격으로 3대를 순식간에 잃어버릴 동안 미국 항공모함은 2번의 공격을 받고도 격침되지 않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imkcs0425/60158859705)










 어떻게 오랫만에 쓰다보니 분량 조절에 완전히 실패해 버렸군요 마치 한꺼번에 저승으로 가버린 일본 항공모함 전대처럼 ㅋㅋ. 




 그래서 서론에서 말한, 제목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보호하는 교리에 있어서 이미 철저한 준비가 있었으며 그 결과 적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격추시키면서도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함정간 충돌이나 팀킬이 없었습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교리에 충실했으며,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빠르게 상황파악을 한 후에 퇴함도 신속하게 이루어졌었죠.




 반대로 일본 해군은 미국 항공기의 산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인 기습 공격을 받자 각자 기동을 하면서 어떻게든 공격을 피해보려 했으나 애초에 항공모함 정도의 거함을 쉽게 움직여서 공격을 회피한다는 발상 자체부터 실패한 것이었습니다. 미군의 기습을 받은 항공모함 전단은 효율적인 대공 화망을 형성하지도 못하고 각자 알아서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결국 미군 항공대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죠.




 당시 일본 해군 항공모함들은 그야말로 어떡하지 어떡하지 큰일났다를 속으로 연신 외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준비된 교리도 없이 그냥 알아서 임시방편으로 최대한 기동으로 회피를 시도했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어떡해 어떡해"를 외치는 자는 패배한 자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아직도 게임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처하면 놀라고 순간적으로 판단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어떻게 기동하거나 어떤 전술을 취할지 미리 준비하고 훈련해두었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여 오히려 기습한 적을 골로 보내버릴 수도 있지요.




 수능 시험장에서 패닉을 방지하는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가능한한 모든 출제 유형들에 대한 준비와 해당 문제들에 대한 교리, 그러니까 알고리즘 혹은 풀이를 미리 작성해두어야 합니다.





 제가 삼수때 치루었던 수능 수학의 21번을 전 거의 3분만에 풀고 지나갔습니다. 해당 유형(적분과 미분을 이용해서 적분 상수를 유추하는 문제였습니다)을 정말 지겹도록 공부했었기 때문이었죠. 저는 문제의 조건을 보는 순간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딱 그에 알맞는 교리를 머릿속에서 뽑아내서 그대로 적용하고 지나갔습니다.




 여러분도 수능날 일본 해군처럼 갈팡질팡하지 마시고, 미국 해군처럼 침착하고 유연하면서도 질서정연하게, 빠르고 정확하게 적(출제진과 그들의 문제들)을 제압하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배 직후 후퇴를 하는 과정에서도 일본 순양함들은 오밤중에 서로 충돌해서 사고가 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비록 앞서 말한 교리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날은 마치 수험생들에게 수능날처럼 평생에서 가장 재수없는 날이었을 것입니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을 것입니다.




(으아아아악 비켜요 그만 꺽어

https://blog.naver.com/imkcs0425/60160246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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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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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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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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