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면서 허세 좀 부리지 마십시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2419084
제가 감히 어떻게 이렇게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제목을 지었냐구요?
제가 그랬었거든요....
여러 차례 이야기 한 것처럼 전 현역 시절에 수학을 진짜 정말 정말 못했습니다. 4~5등급을 왔다갔다 했었거든요. 내신이나 모의고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공부를 하는 방법은 커녕 아는 것이 없어서 모의고사 맨 앞 문제들만 풀어놓고 할 일 없어서 노는 형국이었습니다. 60~70점대를 왔다갔다 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나름 자존심(?)이 있어서, 차근차근 부족한 실력에 맞는 가장 쉬운 문제집부터 풀 생각을 안하고 무조건 어려운 21번 29번 30번 풀이만 주구장창 듣고 주구장창 필기만 했었습니다.
당연히 필기만 열심히 했지 제대로 이해한 것은 하나도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그런 바보짓, 허세짓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수능 직전에 좀 정신을 차려서, 당시 <개념원리> 라고 꽤나 쉬운 수학 문제집을 수능 직전에 빠르게 풀어서 첫 현역 수능을 80점, 4등급을 맞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역시 수학을 못하는 놈 답게 4점짜리 후반 문제 5개를 다 틀렸었습니다.
저는 너무 뒤늦게 제 실력에 맞는 쉬운 수학책을 풀었었습니다
결국에는 1등급 맞고 수학 공포증을 극복한 사람으로서 보기에, 수능 수학의 유형은 매우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가장 쉬운 2, 3점 문제들은 무조건! 다 맞춰야 합니다. 일단 그래야지 저처럼 80점이라도 찍고 4등급을 맞을 수 있습니다(아마 수능 직전에 개념원리로 공부 빡세게 안했었으면 5등급 나왔을껄요?)
저는 재수를 하면서 굉장히 체계적으로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칼럼들에서 소개한 것처럼 <수학의 명작>을 바탕으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오개념들을 완벽하게 다시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재수를 할 때부터는 절대로 허세짓을 안했습니다. 무조건 제 실력에 맞는, 일단 2점과 3점짜리 문제라도 다 맞추자!!! 하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실력이 자연스럽게 쌓이니까, 4점짜리 문제나 어려운 3점짜리들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적이 올라가더군요. 아마 제가 재수 삼수 하면서 허세짓만 계속 하면서 당시 굉장히 어렵기로 유명했던 <블랙라벨> 이런 책을 잡고 있었다면 또 4등급이 나왔을 것입니다.
근데 의외로 저처럼 허세짓을 하면서 성적이 오르길 바라는 착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저도 정신 차리고 나서야 성적이 올랐어요.
수학을 비롯해서 상당히 많은 분야들은 계단식으로 공부를 해야합니다. 무슨 소리냐면, 가장 기초부터 튼튼하지 않으면 위로 갈 수가 없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악기나 운동을 많이 배워봤습니다. 수영, 축구, 탁구, 골프,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등등.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가장 기초부터 진짜 미치도록 연습을 합니다. 골프는 기본적인 자세 스윙을 제대로 잡기 위해 하루에 수백번씩 스윙만 해댔고, 탁구는 가장 기본적으로 공을 맞받아치는 자세를 잡기 위해 한달간은 무식하게 같은 동작만 연습했습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좀 더 어려운 테크닉, 더 어려운 곡, 더 어려운 상황에 맞는 동작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피아노를 화려하게 마치 조성진처럼 치고 싶은데, 가장 기본적인 악보를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종일 조성진의 연주만 쳐다보면 자연스럽게 조성진처럼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이 세상의 많~은 분야는 주로 계단식으로 성장합니다. 첫 계단을 못 딛으면 절대로 다음 계단으로 가지 못해요, 억지로 하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https://m.blog.naver.com/1bookpro/222083468151
비슷하게 사격술도 들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특수부대원들이 어두컴컴한 방에 온갖 야시경과 광학 장비를 들고 도어 브리치를 하고 안에 있는 적을 사살하죠? 그런 멋진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반복 운동을 해야 합니다.
총기들은 기본적으로 적절한 그립법, 파지법이 있으며 제대로 잡질 않으면 반동 제어를 못해서 목표를 맞추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가장 기본적으로 파지법을 배우고 고정된 목표물에 사격하는 연습을 정말 죽도록 합니다.
그러다가 좀 맞추기 시작하고 좀 빠르게 조준이 가능하다 싶으면 서로 다른 표적을 맞추거나 이동 표적, 거꾸로 이동하면서 표적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부터 더 절도 있는 동작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하는 법을 계속 숙달합니다. 특수 부대원들 몸값이 왜 높은지 아십니까? 하루 종일 그것만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잘 하고, 그래서 돈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부푼 꿈을 가지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실내 교전(cqb)를 곧바로 하고 싶어합니다. 이렇게 하면 가랑이 바로 찢어지겠죠??
https://gatdaily.com/training-for-the-wrong-scenario/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스스로 허세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헛욕심을 가지고 무리하게 나에게 맞지 않는 과정을 소화하려고 있지 않은가? 내 실력을 등한시하고 기본을 튼튼히 연습하지 않고 있나?
제가 이런 허세짓을 해봐서 잘 압니다. 무조건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하면 절대로 풀리지도 않으며 절대로 성장도 없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쉬운 문제를 풀기 시작해서, 쉬운 문제가 여러가지가 섞인 중간 문제를 풀고, 그런 중간 수준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힌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점프! 같은건 절대로 없어요.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학습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https://orbi.kr/00056781109 - 3편 자유로운 직업세계
https://orbi.kr/00056882015 - 4편 따라하기
https://orbi.kr/00057164650 - 5편 어린 놈들이 약아서
https://orbi.kr/00057384472 - 6편 자기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https://orbi.kr/00057614203 - 7편 체력분배
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https://orbi.kr/00060975821 - 11편 자문자답
https://orbi.kr/00061702648 - 12편 '박영진 이혼전문변호사'를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법률 이야기
https://orbi.kr/00062050418 - 13편 수능 국어 공부
https://orbi.kr/00062206444 - 14편 현우진이 말하는 독해력과 사고력
https://orbi.kr/00062298282 - 15편 교수 면담
https://orbi.kr/00062328444 - 16편 관세법과 일관성
https://orbi.kr/00062406700 - 17편 말하기 공부법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저땐 여남돌 골고루 맛도리 노래들이었는데 지금은 좀 아쉽군뇨...
-
문제도 푸는건 진짜 필수인듯.. 내머리로는..ㅇㅅㅇ
-
내신고쟁이 절대등급 수학의 신 이정도까지 풀았는데 이정도면 실정정돈 안 풀어도 되는건가요?
-
하나는 고양이네...... 이게 진정한 현대소설 아니냐
-
솔직히.. 2
천연사이다는 맛있다고 생각해요.. ㅇㅈ?
-
!
-
고2 9모 212111 국어 감으로푸는 허수 응애아가 정시러 출격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맥주가 땡기는군 1
-
뭐가 나을까요
-
영어 실모 3
10개? 정도 풀고있는데 등급이 1로 안올라요 ㅠㅠ 81~89 왔다갔다하는데...
-
정병호쌤 프메기본편 하는 중이고 내년 커리 뜨면 프메랑 원솔멀텍으로 기출분석하려고...
-
님들은 수능 이외에 계층사다리가 또 뭐있는거 같음? 10
개인적으로 계층사다리는 사회활력적인 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제 수능도 그...
-
서바한테 개쳐맞다가 이감 보니까 할만하다고 느껴지네요 안풀고 모아뒀던 파이널 1-1 풀었습니다!
-
가기전에 안아드림 16
토닥토닥
-
뉴런 1
난이도 비슷한 교재 뭐 있음?
-
이거 뭐임? 9
아무 사람한테나 가서 저렇게 메세지 보내고 다니는 사람임?
-
미리 정리하기 0
다푼건 집으로 배달
-
마스터피스 0
마피 클래식 1회부터 8회까지 있는거 난이도 어때요??
-
ㅇㅈ?
-
제가 수2를 좋아하는데 미적을 할려다가 안정하게 1등급딸려고 확통을 선택해서 시발점...
-
형아 자지 마라 5
내가 조아하는3가지
-
동뱃이 많군 7
나도 가지고싶다 주황색 예쁘군
-
“이미지쌤 풀커리 타기“ (진지함)
-
라이엇 너무하네 3
배치 4연승 했는데 실버 1은...
-
있냐
-
에이어 지문 수능에 처음나왔으면 역대급 소리 들었을 듯? 11
생각보다 많이 빡센느낌이기도... 6평에 나와서 다행
-
D-30일때 관동별곡 옥루몽 유씨삼대록 시작한다…
-
임정환쌤 도표특강 오늘 다 들었는데 바로 검은 마더텅 도표 푸는 게 낫나요 도표특강...
-
다른과목땨문에 생윤은 유기해버려서 오르비에서라도 공부한단 마인드
-
사촌 동생 원서인데... 셋 다 컴공계열임 컴공은 생각도 안하던 화석이라 어렵네...
-
적분퍼즐 0
적분퍼즐 많이 있는 어싸 몇주차 인지 알려주세요 ㅠㅡㅠ
-
지능이고 뭐고 더러운 문학과 언매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지는...
-
정신을 어지럽히는 기만자들도 증가하는거같군.
-
6모 88 9모 100이고 보통 92ㅡ93 변동해요 6모 이후로 유기했었는데 좀...
-
너무 안했는데
-
분위기 관련된 글 많았는데 근데 최근 보니 좋다던데
-
좋아하는 op 10
-
월요일 좋아 9
난 1교시가 있는 날이 좋더라
-
와! 추억이다! 그때 올렸던 사진 그대로 퍼온거임
-
77점 이면 몇등급인가요?
-
태어나서 한 번도 안해봤는데 꼭 해보고 싶다 느낌이 궁금함
-
건조한 가성 3
-
수능때 컴싸 3
개인 컴싸 가져가도 되나요? 뒤에 빨간펜 달린 컴싸도 괜찮나요?ㅜㅜ
-
1.2020~2024년 평가원만 2.2022~2024교육청+평가원 둘중 머가 더 낫나요..?
-
아이패드 쓰다가 3
책으로 수학 문제 풀때 특 잘못 지워버린거 있으면 두 손가락으로 두번 터치하고 싶음
-
실검 1위 뭐냐뇨이 12
-
실모풀때 항상 1~15이번호대에서 시간 다잡아먹힘 풀수는 있는문제들인데 시간이...
-
자신의 상방과 하방사이의 어떤 값을 무작위로 뽑아주는.. 하방도 어느정도 각오는...
-
미적이고 9모 88점 2등급입니다 드릴 수1 수2 4코 시즌2 이렇게 N제 총 3개...
가형일듯
어그로 끌려서 왔는데 의외로 진짜 유익한 글이라 추천드리고 갑니다
죄송합니다 참고하여 겸손하게 살겠습니다
DM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