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이란 무엇인가 1편 - 바둑과 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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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새 제가 활동이 아주 뜸했고, 뭔가 새롭고 독창적인 컨텐츠를 제공하지 못해서 제가 많이 죄송하고 스스로도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매우 좋은 주제가 생각나서, 여러분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던 '학습이란 무엇인가'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사고력이란 무엇인가'를 연재할까 합니다. 제가 최초로 오르비에 정식적으로 연재한 시리즈가 '학습이란 무엇인가' 였으며 이 내용은 제가 출판한 전자책에도 넣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어주셔서 보람찹니다.
학습이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읽고 감명을 받은 많은 분들께서 개인 메세지로 질문을 많이 하기도 하셨었고, 제 전자책에 대한 기대도 많이 해주셨던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제가 과거 연재했던 시리즈보다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항상 수능에서 말하는 '사고력'이 무엇인지, 또 이것을 잘 훈련시키면 나중에 어떻게 이로운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평가원은 항상 '사고력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하였다고 말하고, 선생님들도 이런 사고력을 중시하는데 사실 저도 고등학교 재수 삼수 내내 이 사고력이라는게 대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었습니다.
https://m.mt.co.kr/renew/view.html?no=2015111214038237425
이 시리즈에서는 좀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나름 설명을 많이 듣긴 했는데 잘 이해가 되질 않는 학생들을 위해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바와 구체적인 예시로 쉽게 설명해볼까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여러분이 다소 어렵고 생소한 '바둑'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저희 아버지 세대, 50 60 세대만 하더라도 한국 바둑에서 기라성같은 천재 바둑 프로 선수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분들의 자서전이나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었는데 참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제가 삼수를 할 때 마침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붙어서 1:4로 완패를 하고 말았죠. 왜 하필 이세돌 선수가 붙었냐면, 당시 세계에서 최강의 선수였거든요. 그래서 알파고를 개발한 팀은 아주 큰 자신감을 가지고 큰 배팅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세돌 9단에게 패배했다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당시 알파고의 압승으로 제가 다니던 대학의 컴퓨터 공학과 교수님들도 크게 놀라셨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가장 최근에 알파고와 붙었던 당시 세계 최강의 이세돌 선수입니다. 중국 선수들 상대로 아주 신랄한 티배깅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가운데는 조훈현 선수로 우리나라의 국수라고 불립니다. 한국 바둑의 전성기를 시작한 1세대 우승자이자, 한중일 중 가장 변두리에 속해있던 한국 바둑을 최정상으로 올린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돌부처라고 불리는 이창호 선수. 조훈현 선수의 제자였는데 어릴때 이미 조훈현 선수를 뛰어넘는 천재였습니다.
http://m.cyberoro.com/news/news_view.oro?num=517972
바둑의 시초를 아시나요? 바둑은 처음 중국에서 만들어진, 마치 서양의 체스와도 같은 게임입니다. 다만 체스와는 함부로 비교할 수 없는게, 체스는 한참전에 컴퓨터가 인간을 상대로 승리한 게임입니다. 그러니까 바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경우의 수가 한정적이고, 컴퓨터가 얼마든지 연산을 많이 하면 사람을 상대로 쉽게 승리할 수 있는 좀 더 낮은 차원의 게임이죠.
그러나 바둑은 경우의 수가 남다릅니다. 바둑은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다양한 메타들이 등장해서 유행했었습니다. 체스보다 훨씬 단순한 룰을 가졌기에, 얼마든지 창의적인 수가 나올 수 있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바둑판을 우주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프로 리그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기본적인 19x19줄의 바둑판에서의 경우의 수는

우주 원자 개수보다도 더 많거든요....
https://www.a-ha.io/questions/408e574152f2327099f1f53fe4454f4f
http://tromp.github.io/go/legal19.html
그러니까 바둑은 단순히 컴퓨터가 경우의 수를 박치기로 연산을 해서 인간을 쉽게 상대할 수가 없는 종목입니다. 바둑판 자체를 우주에 비유가 될 정도이죠. 실제로 바둑을 꽤 잘 두는 높은 수준의 아마추어와 세계 정상급 프로 바둑 기사들은 체스를 보고 "저딴거 그냥 경우의 수 전부 다 외우겠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체스에 비해서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바둑은 최초로 요 임금이 자신의 아들을 좀 공부 시키려고 만들었다는 설이 내려오는데 사실상 거의 신화에 가깝습니다.(아니 근데 공부를 시키는 양이 좀 선넘은거 아닌가...) 그 이후로 바둑은 동아시아에서 유행했었습니다. 저도 정확한 역사를 모르지만, 조훈현 국수가 어릴때 일본에 유학을 가서 바둑을 배울 정도로 당시에는 일본이 가장 강력한 국가였습니다.
중국은 이미 인구가 넘쳐나지 않겠습니까. 또한 일종의 종주국이니 선수가 넉넉하고 여러가지 교본이라던지 자료가 많아서 프로가 많았고, 일본 또한 마찬가지로 중국 이상으로 뛰어난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던 나라였습니다. 일본은 당시 바둑을 단순한 경기, 스포츠를 넘어서 일종의 '미학', 그러니까 철학 수준까지 연구했었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일본이 이렇게 발달했던 계기는 깊은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둑 또한 일종의 목숨을 건 전쟁이라고 여겨서, 가문끼리 바둑으로 승부를 두었고 지면 우리가 잘 아는 그 '할복'을 할 정도로.... 전통이 오랫동안 내려왔고 그만큼 목숨걸고 열심히 연구가 되었기에 아주 뛰어난 인재들을 항상 배출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조선 팔도의 최고 선수조차 일본의 흔한 바둑 프로를 이기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전통이 부족했고 인재도 적었습니다. 강자에게 일종의 패널티를 부여하기 위해, 약자에게 먼저 4수를 양보하기도 했는데 그런 패널티를 앉고도 일본 프로가 쉽게 조선 최정상을 이겼다고 들어보았습니다.
바둑에 대한 역사는 이정도로 하고, 구체적으로 바둑이 왜 '사고력'이랑 묶이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그냥 단순히 머리를 엄청 써야 하는 스포츠니까 사고력이랑 관련된거 아닌가요?"라고 하면 맞는 말이긴 한데, 좀 더 본질을 꿰뚫지 못한 부족한 질문입니다.

대한민국 1세대 아시아 최정상이자, 어릴때부터 미친듯한 재능을 보인 조훈현 국수의 어린 시절. 이때 일본의 정식 프로 기사를 꺽어버리면서 천재라고 불리우며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됩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원격으로(...) 전화기를 통해서 바둑을 두었습니다.
https://namu.wiki/w/%EC%A1%B0%ED%9B%88%ED%98%84
바둑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바둑의 룰은 정말 정말 간단합니다. '4면으로 완벽히 포위하면 상대 돌을 먹을 수 있고, 자신의 돌로 4개 면을 장악한 지역은 내 집, 즉 영토이다' 매우 역설적이게도 이런 식으로 게임의 룰이 너무 단순하면, 복잡한 룰의 게임보다 훨씬 경우의 수도 많아지고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당장 우리가 바둑에 비해서 훨씬 쉬운 온라인 pvp게임을 해도, 상대의 수를 먼저 읽고 적절히 대응하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지 않습니까? 바둑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만약 이 곳에 두면, 상대는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 쪽에 둘 것이고, 그럼 난 그것에 대응하여 이 곳에 두고.... 이런 생각을 계속 상상하는 것입니다.
당장 프로 바둑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아무것도 안하고 오랫동안 바둑판만 멍하니 쳐다봅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노는 것으로 보이지만, 프로 바둑 선수들은 정말 자신의 정력을 밑바닥부터 전부 다 끌어모아서 생각, '사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두어야 얼마나 유리할 것인가, 내가 이렇게 두면 상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럼 난 거기에 어떻게 응수해야 하는가.... 가 끊임없이 이어지죠.
바둑도 게임이라고 하죠.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하는 각종 게임도 모두 비슷비슷한 것입니다. 상대방이 어떤 카드, 어떤 스킬, 어떤 움직임을 할 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내가 만약 상대방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수인가? 를 따지는거죠. 그리고 그렇게 간파하면 당장 상대방의 예상 진로에 폭탄을 던져넣거나 총구로 미리 쳐다보거나, 그에 대응하는 카드를 미리 뽑아두는 것이죠.
바둑 프로 기사들이 머릿속에서 천문학적인 계산과 수싸움, 사고력 싸움을 하는 동안 친절하게 프로 바둑을 해설해주는 분들은 직접 바둑판에 자석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설명해줍니다.

저기에 보이는 마우스와 빨간색 삼각형이 있는 돌이 보이시죠? 저것들은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진이 각 프로 선수들이 어떻게 둘 것인지 예상하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A 선수가 여기에 두었군요, 그럼 B 선수는 저기에 두겠죠, 그럼 곧장 A 선수도 이렇게 둘 것입니다, 그럼 B 선수는 이대로 반격하느냐 굳히느냐를 판단해야 하는데요~ 라고 하면서요
https://www.youtube.com/watch?v=nraQArdtcq4&ab_channel=%EB%B0%94%EB%91%91BADUKTV
근데 문제는 프로 바둑 선수들은 이러한 과정, 설명을 순전히 스스로, 자기 머리 속에서만 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천재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은 스스로의 머리에 '칠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들은 기억력이 그렇게 비상한 천재가 아니기에, 직접 종이에 적어보거나 칠판에 식을 전개하면서 생각을 이어나가죠.
그런데 이런 천재들은 그 과정을 굳이 종이에 적지 않고 머리 속에서 상상하면서, 가상의 바둑판 위에 수를 계속 놓으면서 상대방을 압도하려고 최적의 경우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당장 수능 수학에 대입해보면, 무척 어려운 21번 29번 30번(문이과 통합 이후에는 제가 몰라서 ㅋㅋ) 문제를 푸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앞선 쉬운 문제들은 그냥 척 보고 단순히 한 단계로만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었죠. 그런데 어려운 문제일수록, 다양한 조건이 주어지고 이 조건들을 잘 활용하고 조립하면서 스스로 식을 계속 전개하고 정답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제가 수학을 한창 못하고 5등급만 매일 맞을 때에는, 이런 수학적 사고력이 전무했습니다. 조건과 문제를 읽어도 단서도 잡지 못하고, 그러니 식을 딱 한두줄 정도만 적어두고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진행이 아주 쉽고, 마지막으로 친 수능에서 21번은 정말 한 30초 정도 걸릴 정도로 사고력이 성장했었습니다.
마치 바둑 프로 기사들이 머리 속으로 상상하면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스스로 전개해 나가고 그 중 최적의 경우를 찾는 것처럼, 수능에서 요구되는 사고력(특히 수학에서는)이란 '스스로 생각하여 단계를 밟아나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 제가 나름 설명할 수 있는 '사고력'이라는 것은, 스스로 그런 미래의 수를 예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1편이라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 두루뭉실하고 부분적으로만 이야기를 드리는 건데요, 앞으로 연재하면서 최대한 더 구체화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학습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 1편 바둑과 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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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서 다시보러왔는데 또다르네요.. 감사히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