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2-12-01 20: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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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55편 -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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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랫만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제가 에어소프트건을 다루는 회사에 알바겸 일하게 되어서 정말 바빴습니다. 오랫만에 다시 재미있고 좋은 주제로 돌아왔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전쟁이 언제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나요? 군수복합산업체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인의 야망 때문에? 미치광이가 핵 쏜다고 난리칠 때? 나라가 어려울 때? 물론 정말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모두 요약해서, '균형이 깨졌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6.25 전쟁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미군의 철수와 에치슨 라인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소련제 최신 무기(얼마전 독일을 박살낸 당시 첨단 무기)와 국공내전 이후 북한으로 돌아온 사회주의 계열의 무장 독립운동 세력이 북한군을 빠르게 정예화하기 시작합니다

https://www.newscj.com/article/202005140772559








 625 전쟁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당시 이승만 정부는 입만 열면 북진 무력 통일을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남한군은 숫자도 부족하고 또한 미군이 철수하면서 상당한 양의 무기를 파기하거나 그냥 가져갔기에 무장 정도가 매우 빈약했습니다. 게다가 남한이 계속해서 북한과 마찰을 빚으면서 무력 통일을 운운하자, 안그래도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가 뒷정리로 곤란하고 군축을 하는 와중에 어이가 없었죠.




 대표적인 예시가 남한에게 산이 많다는 이유로 전차 단 1대도 주지 않고 떠났다는 점입니다. 이미 태평양 전쟁의 정글에서 전차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용해먹은 미군의 핑계는 그냥 주기 싫다는 의미였습니다. 남한의 항공세력은 거의 전무하였고, 미군이 가져왔던 폭격기나 대형 항공기도 전부 철저히 망가뜨리고 떠납니다. 해군도 상황이 비슷해서 태평양 전쟁 이후로 고철 덩어리가 된 함선들을 그냥 공여해줘도 괜찮을텐데, 전투함을 단 한 척도 넘겨주지 않았습니다(물론 전쟁 터지니까 그땐 그냥 다 줬습니다 ^^)




 미군의 지원은 커녕 미군이 전부 철수해서 홀로 남겨진 남한 vs 소련의 지원을 빠방하게 받아서 당시 동아시아 최강의 전차 세력을 구축한 북한. 딱 봐도 뭔가 사단이 일어나게 보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김일성은 대세가 북한에게 기울었다고 생각하고,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남한을 완전히 점령할 계획으로 기습적이고 불법적인 남침을 시작합니다.




 만약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미군의 풍부한 무기와 물자를 받아서 튼튼했다면, 감히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생각에 균형은 이미 깨졌고, 전쟁은 자신에게 우세하게 돌아가리라 생각하였으며, 국군의 사기는 매우 낮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근데 사실 그건 니 생각이었고, 국군은 열악한 전세 속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격렬히 저항하여 결국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이 상륙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균형이 깨지고 북한군은 사실상 인천상륙작전 이후 압록강까지 밀리면서 사실상 붕괴하였습니다. 

https://www.pinterest.co.kr/pin/765049055444944912/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쟁은 실제 국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한 균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정치 지도자나 독재자의 생각에 따른 균형이라는 것입니다. 이승만은 대체 무슨 의도로 북진을 공개적으로 외쳐댔는지 의문이지만, 뭐 그 사람은 남한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겠죠. 반대로 김일성은 나름 북한의 전력을 잘 알고 균형이 깨졌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그런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였고, 미군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균형이 깨집니다.




 만약 두 국가의 국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균형을 객관적으로 잴 수 있다면, 아마 전쟁에서 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변수가 너무나도 많고, 특히 지도자나 지도부의 편견은 균형에 대해서 오판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경고했던 편견이죠.




 이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는 개전 이전까지 세계 2위 군사강국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한국보다도 못한 경제 상황 때문에 보급부터 무기, 물자 준비가 매우 부족했고 김일성처럼 순식간에 우크라이나를 단기전으로 끝낼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도 우크라 전쟁 당시 우크라이나가 굉장히 빠르게 무너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그저 덩치만 큰 계란같은 군대였으며, 부패하고 비합리적이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국가가 침략을 당한 것도 아니고 침공을 하는 건데 동원령을 내려서 국민을 강제 징병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전쟁사에서 어이가 없는 일인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서방으로부터 받은 물자와 우크라이나 군의 용기, 젤렌스키 대통령의 카리스마, 그리고 미군이 실시간으로 찍어주는 러시아 정찰 정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초기 수세적인 상황에서 공세로 전환하여 조국의 영토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마치 625 전쟁과도 비슷하네요.




 러시아의 푸틴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플랜 B조차 마련하지 않았었으며, 러시아 군대가 얼마나 내부적으로 부패했고 심각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자기네 군대가 대충 우크라이나보다 쎄보이니까 전쟁을 터뜨렸고, 뒷수습을 못해서 동원령도 내리고 미사일로 우크라 민간 지역을 공격하고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식의 작전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저 또한 우크라가 저렇게 잘 싸울 줄은 몰랐습니다. 항상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며, 우리 인간은 편견 속에 갇혀서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https://snuac.snu.ac.kr/?p=35676







 워낙 개전 초기 러시아의 준비 태세나 병력의 양이 많았으니, 균형은 깨졌다고 판단하고 상대적으로 약체인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점령하여 서방의 지원 전에 판을 끝장 내려던 푸틴의 생각은 완벽하게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러시아 영토까지 우크라이나 군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죠.




 저는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지만, 절대로 현실을 상상대로 움직일꺼라고 예상하지 않습니다. 위의 두 사례처럼 현실은 상상과 다르고, 인간은 편견과 착각 속에서 오판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한번 현실에서 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전쟁이 아니라, 뭔가 대회라던지 수학 테스트라던지요. 제가 예전에 만년 수학 5등급을 받을 때는, 그냥 직접 공부하거나 필기, 문제풀이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보기만 하고 머리로만 이해하고, 풀 수 있으리라 상상하고 넘어갔죠.




 실상은 같은 문제를 받으면 전혀 풀이 방법이 기억이 안났습니다. 이처럼 상상만으로는, 생각만으로는 실력이 늘어나기 힘듭니다. 직접 해보고, 선생님이 써준 풀이를 따라 써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 다시 그 문제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상상에 갇히지 말고, 직접 현실에 부딪혀야지 실력이 늘어납니다.




 같은 맥락으로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도통 어떻게 생긴 그래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팁을 드리자면, 위와 비슷하게 직접 한번 부딪혀 보는 것입니다. 숫자를 일일이 집어넣으면서 대충 y값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면 단서를 찾을 수 있고, 그 함수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필기를 하거나 문제를 풀어보지도 않고, 선생님의 풀이를 보고 이해하고 고개만 끄덕인다고 절대로 현실의 모의고사에서 풀리지 않습니다. 모두 상상과 착각에 의한 것입니다. 그렇게 상상만으로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었다면, 앞서 언급한 두 독재자들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던 바를 이뤘을 것입니다.




 즉 전쟁사에서 균형이 중요한 것처럼, 공부를 할 때도 정확한 판단과 근거,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전쟁은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테스트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모의 군사훈련이나 탐색전 형태의 국지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공부는 얼마든지 시험이나 모의고사 등으로 테스트가 가능합니다.







 이 세상의 도가 뭔가 특별하고 굉장히 신선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꽁꽁 숨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전 삼수를 하면서 깨달은 바를 책으로도 집필했습니다. 재수를 하던 삼수를 하던 아니면 원효대사처럼 해골에 빗물을 받아먹는 일이던 간에 현실에서는 우리가 좀 더 지혜를 짜내고, 생각하고 고민하여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깨달음이 존재합니다.




 만약 필자가 깨달은 공부의 도를 빠르게 보고 싶다면, 제가 쓴 <수국비>를 한번 참조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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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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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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