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11-16 21:11:27
조회수 1,750

직업과 경제 - 11편 과학과 공학의 차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5463784






 '앞으로 우리가 가지게 될 직업에 대해서'라는 제목은 너무 길어져서 좀 간단하게 바꾸었습니다.




 과학과 공학은 서로 이름도 비슷한 경우가 많고(화학과, 화학공학)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뚜렷이 구분되며 지향점이나 특성도 많이 다릅니다.




 물론 화학과나 화학공학의 경우에서 보이듯이 같은 '화학'이라는 분과를 활용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서로는 혼동되면 각 과 교수님들이 싫어하실 정도로('화학이 좋아서 화학공학을 왔어요'라는 면접생의 답변을 자주 듣기도 하고 별로 선호하지도 않는다고 현직 화공과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뚜렷이 구분되기도 합니다.







(취업깡패라고 불리는 전.화.기 중 하나인 화학공학은 포항공대를 비롯하여 한국에서 유망한 공학과 중 하나입니다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12 )






 쉽게 말하자면 '과학'은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 인간 지식의 확장을 목표로 하지만 '공학'은 그런 과학이 밝혀준 사실들을 바탕으로 현실에 써먹을 수 있게 가공하는 학문입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무슨 말인지 좀 정확히 알기가 어렵죠.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화학과 vs 화학공학과'가 직접 충돌한 재미있는 사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느 화학실험과에 교수님과 제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교수님은 '화학과'출신이셨고, 제자는 '화학공학과' 출신이었습니다.




 어떤 물질 A와 B를 섞어서 C를 뽑아내는 일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화학과와 화학공학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논쟁이 벌어집니다.




 화학과 출신이신 교수님은 '구체적으로 A와 B가 섞여서 그 반응의 과정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커니즘을 정확하게 탐구하고 알아내야한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반해 화학공학과 출신 제자는 '그 과정을 세세히 알 필요는 없고, 우리는 단지 A와 B를 서로 다른 조성으로 섞어서 실험해본 후, C가 제일 많이 나온 최적의 조합비율을 알아내서 그 방법으로 C를 대량생산하면 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화학공학은 화학 자체에 대한 탐구보다도, 화학적 성질이나 원리를 응용하여 정제, 분리, 설계 등을 하는 학문입니다. 전통적인 성격이 강한 화학과와 달리 화학공학은 응용지향적이고 현실성에 밀접한 학문입니다

https://admission.postech.ac.kr/bbsLink.do?f=sub6-1_read&boardId=GSKO_POS_YEAR&BOARDSEQ=193&iNowPage=6 )







 저 논쟁의 흥미로운 점은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순수한 연구원으로서의 자세, 탐구, 과정의 규명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그런데 A와 B가 서로 어떤 과정과 원리를 통해 C로 합성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굳이 일일이 실험하지 않고도 최적으로 C가 많이 나오는 조합비율을 찾을 수 있겠죠.




 그러나 후자는 그렇게 시간을 들여 정확한 과정을 규명할 필요도 없이, 결과지향적으로 C가 잘 나오는 조합 비율만 예측한다면 곧장 현실적인 이득으로 연결되니 좀 더 빠르게 결과에 다가가자는 초점입니다.




 두 주장에는 각각의 뚜렷한 시각이 존재하며,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예컨데 화학과의 주장대로 정확한 합성 원리를 규명하면 합성에 더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죠. 화학공학도의 주장대로 실험적이고 경험적으로 조합비율만 바꿔보면서 결과만 바라본다면, 어딘가에 존재할 미세한 최적점을 찾지 못할 한계도 존재합니다.




 특히 화학과는 다른 순수학문에 비해 더 전통적인 느낌이 강해서 레포트도 직접 손으로 다 쓰게 하는 등 특색이 존재합니다. 화학공학 입장에서는 단순히 타이핑으로 더 빨리 끝낼 수 있을텐데 왜 답답하게 저 방법을 고수하느냐고 지적할 수 있는 문제이죠.











(삼성전자에서 최근에 출시한 QLED 디스플레이 TV

https://www.currys.ie/ieen/tv-and-home-entertainment/televisions/televisions/samsung-qe55q80ratxxu-55-smart-4k-ultra-hd-hdr-qled-tv-with-bixby-10191540-pdt.html )






 필자도 이런 비슷한 논쟁을 겪은 바 있습니다. 과거 R&E 사업으로 '양자점'이라고 요새 삼성전자에서 QLED TV라고 새로 출시한 제품과 관련된 나노소재를 공부한 바 있습니다.




 거기서 전 '좀 더 확실한 결과를 위해서 양자점을 적당히 가공한 제품을 찾아서 연구에 사용하자'라고 주장했고, 화학교육과이셨던 지도교수님은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인 사고방식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양자점을 직접 합성해서 테스트를 해야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나름 서로 근거와 시각이 뚜렷한 주장이었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공학은 결과지향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현실성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고, 과학은 연구와 경험을 중시하고 현실적인 성공 여부보다도 지식의 누적과 규명에 초점을 맞췃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https://orbi.kr/00022647289 - 1편 개요

https://orbi.kr/00022813962 - 2편 다양성

https://orbi.kr/00022881733 - 3편 문화대혁명

https://orbi.kr/00023040442 - 4편 번외편 국력

https://orbi.kr/00023419806 - 번외편 통역, 외교관

https://orbi.kr/00024502654 - 5편 조선의 경제학

https://orbi.kr/00024607294 - 6편 역할분담

https://orbi.kr/00024710368 - 7편 조선의 경제학, 독과점

https://orbi.kr/00024760290 - 8편 창의성

https://orbi.kr/00024817233 - 9편 번역

https://orbi.kr/00024894728 - 10편 판소리꾼

rare-세종대왕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