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가 가지게 될 직업에 대해서 -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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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언어라는 것은 단순히 의미가 정해진 기호의 의미를 넘어서, 복합적인 철학, 문화, 심리, 사상 등을 내포한다고 봅니다.
한국사에서 딱 2명만 '대왕'칭호를 붙이는데, 그 중 한명이 세종대왕입니다.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은 뭐니뭐니해도 한글창제일 것입니다. 고유한 언어체계를 가지게 되면서 국가와 민족 정체성이 결정되었고, 훗날 일제강점기에도 문학과 언어로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언어는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친다는 의미로 서문부터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 자기 뜻을 펼치지 못하는 가여운 백성들을 위하여'라고 창제원리를 밝히고 있으며 여태까지 충실하게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면서 단순히 기호를 정한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철학, 목표, 민족적 정체성 등을 확립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어는 한자를 사용하면서 수없이 많은 문자의 각각 의미를 따로 외워야 하는 높은 난이도로 인해 끊임없이 간소화되고 쉬워지는 쪽으로 개량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한자는 공부해야하는 양이 많고 어려워서 그 난이도가 문맹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누구나 최소한 읽고 쓸 수는 있기에 보편적인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정치참여가 수월합니다. 고대에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점만으로 권력을 얻었던 것을 보면 민주주의 도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글이 도입되면서 문자에 대한 기득권이던 양반계층이 반발한 모습을 보면 소수만이 가지던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식과 문자가 귀하던 시절에도 정보를 안다는 것은 중요했고, 정보가 많아진 현대에서는 중요성이 낮아진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70년 전까지는 같은 국가이자 민족이었지만 지금은 서로 분단된 남,북한 또한 각기 다른 언어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컨데 남한말에서는 외래어가 많다는 사실에서 정보가 빠르게 유입되고 변화가 민감하다는 점을,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일일이 바꿔쓰는 북한어는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언어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역사와 정체성을 내포하기에 번역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중국에서의 '관계(꽌시)'는 사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다소 명확한 이해관계이자 친밀한 사이라는 의미지만 한국에서는 보다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도 다릅니다. 이런 견해차이 때문에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문화적 차이로 낭패를 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중국어에서 '꽌시'를 단순히 한국어로 '관계'라고 번역하여 공부한다면 문화적인 차이로 오해가 생길 것입니다. 두 국가에서 각각 사용되는 '관계'라는 단어가 어떤 성격과 의미에서 대중들에게 쓰이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여야 명확한 번역이 가능하겠죠.
(한국, 중국, 일본은 서로 사용하는 문자 체계도 다르며 그만큼 각국의 철학과 사고방식, 정치체계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서로 계속 역사적으로 섞이고, 같은 알파벳을 기반으로 연관성이 큰 서양에 비해서 개성적인 색체가 강합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720589&memberNo=35171416 )
얼마전 봉준호 감독의 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 당연히 한국어를 공부하지 않았을 심사위원들을 위해 영어로 자막을 달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은 한국 감독이 제작하고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한국인의 관점으로 서술되어있습니다.
한국에서 '서울대'라고 하면 모르는 이가 없고, 가장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가는 대학이라는 의미가 확고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서울대'라고 한다면 모르는 이도 많고 오히려 더 뛰어난 대학도 다수이기에 전혀 한국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의 한 장면에서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라고 말하는데, 이걸 영어 자막에서는 '옥스포드'로 번역했습니다. 그렇기에 외국인 심사위원들도 해당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하며 같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즉 해당 영화의 번역가는 영어와 한국어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적절한 변용을 더해서 의미를 거의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을 뛰어넘어 각각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했기에 가능했던 고퀄 번역입니다.
(영화 의 센스있는 번역은 달시 파켓이라는 영화 평론가가 했으며 이 분은 봉준호 감독과 오래 작업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5281605097517 )
'소프트파워'라는 말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고 수치로 정확히 산출되는 국방비, 국방력, 외교력, 경제력 등의 '하드파워'에 대비해서 부드러운 매력의 강력함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이러한 소프트파워의 큰 축에는 문화, 교육, 국가 가치관, 국가 브랜드 등이 있습니다.
이 소프트파워의 대외적인 문화, 국가 브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번역입니다. 문화적 차이를 잘 이해하는 수준 높은 번역가들이 다수 존재하여 자국의 문학이나 작품이 잘 번역되어 있다면 직접적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을 비롯하여 외국인들에게 인지도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진출에 대단히 오래 공들이고 유명한 국가가 바로 일본입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자국 문화 수준을 퇴보시키고 경쟁에서 스스로 나가떨어졌으며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6.25로 국가가 쪼개지고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이 분야에서 늦게 출발한 감이 있습니다.
일본은 자국의 문화적 역량도 먼저 키워왔으며 외국에 대한 진출도 관심을 두고 작업해왔습니다. 당연히 자국 언어도 외국어로 상당히 번역을 많이 해두었고 이 덕에 노벨 문학상을 비롯하여 문화적 영향력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적자원 위주로 수출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한국도 이러한 부분을 계속 강조해야 합니다.
(자국 언어가 세계로 진출하고 국가 브랜드가 외국에 알려지는 것,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인지를 한다는 것은 곧 문화적 영향력입니다. 한국은 하드파워 뿐만 아니라 이런 소프트파워 종목에서도 계속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할 것입니다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19061480944 )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달려가며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해서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거의 매일 듣고있습니다. 그런데 이만큼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은 거꾸로 그동안 일본이 자국 문화의 홍보를 많이 해왔으며 그덕에 관광산업으로도 큰 이익을 거두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게임계와 e스포츠가 상당히 발전되어있고 외국 게임계에서도 알아주는 정도이니, 아예 피시방 대절해서 프로게이머 만나게 해주고 게임관광해주는 상품이 한국에 있다면 어떨까도 고민해본적이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역량, 소프트파워에서의 경쟁이 더 중요해지기에 아마 문화적 이해도가 높이 필요한 번역과 언어에 대한 직업에 앞으로 크게 각광받지 않을까 합니다. 추가로 참고할 수 있는 만화를 아래에다가 링크해둡니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시즌 2 최종화, 번역청사람들
http://krgs.org/index.php?mid=webtoon&page=2&document_srl=13887
https://orbi.kr/00022647289 - 1편 개요
https://orbi.kr/00022813962 - 2편 다양성
https://orbi.kr/00022881733 - 3편 문화대혁명
https://orbi.kr/00023040442 - 4편 번외편 국력
https://orbi.kr/00023419806 - 번외편 통역, 외교관
https://orbi.kr/00024502654 - 5편 조선의 경제학
https://orbi.kr/00024607294 - 6편 역할분담
https://orbi.kr/00024710368 - 7편 조선의 경제학, 독과점
https://orbi.kr/00024760290 - 8편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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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