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09-22 22: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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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 2편 - 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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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앞으로 가지게 될 직업에 대해서' 5편에서는 박제가와 <북학의>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박제가의 스승이기도 하며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북학파였던 박지원이 쓴 소설 <허생전>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인 합리적 사고방식으로 허위의식과 신분제를 비판하며, 실학파 중에서도 자본주의 성격이 짙은 중상학파의 연암 박지원은 박제가의 스승임과 동시에 큰 영향력을 떨쳤던 학자입니다)







 <허생전>의 대략적인 내용은 수능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허생이라는 아주 가난하게 살던 선비가 부자로부터 큰 돈을 빌려다가 그 돈을 밑천으로 돈을 벌어들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장사를 한 것이 아니라 독과점 방식(매점매석)을 사용해서 특정 물품을 몽땅 사버린 후에 비싼 값에 뒤팔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돈으로 도적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살기 좋은 섬에 정착시키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조직한 후 다시 돌아와 처음 돈을 빌린 부자에게 돈을 갚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에 박지원은 여러가지 말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불안정하여 떠돌이가 되거나 도적이 되는 백성들, 1만냥을 가지고도 경제를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허약한 상품시장, 반드시 필요한 원리와 지식만 가르치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꾸리는 일, 합리적인 지탱 없이 북벌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에 대한 비판 등등이요.









(허레허식과 양반 신분제사회에 존재하는 체면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생활의 풍요로움과 경제적 번영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분명 세기말적 유교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허생은 독과점을 이용해서 큰 돈을 벌었습니다. 특정 물건을 높은 가격으로 사재기를 한 후, 다른 유통로가 포화되자 비싼 값으로 샀던 물건들을 훨씬 큰 가격에 되팔았습니다. 허생은 손쉽게 돈을 벌었지만, 허생은 이런 대사를 합니다 "겨우 만냥으로도 이 사회를 흔들 수 있다니. 나중에 벼슬아치나 부자가 이런 방법을 쓴다면 필시 백성들이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런 독과점 문제는 현대에서도 매우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이 한때 거대재벌 몇 종류로만 경제가 굴러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재벌 기업들은 강력한 자본력을 동원해서 같은 업종의 중소기업들에게 출혈경쟁을 강요했습니다.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팔아버리니 사람들은 당연히 대기업 물건만 샀었고, 결국 중소기업들이 모두 망하고 대기업의 독점체제가 확립되자 이런 지위를 악용하여 이전보다 훨씬 더 비싸게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챙겼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경제적 상황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이후부터 미국 정부는 독점을 일삼던 초거대기업들을 박살내서 분해시킵니다.




 결국 시장이라는 것은 다양성과 경쟁이 있어야지만 효율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것인데, 그 과정에 인간의 악의적인 의도가 들어가서 시장을 교란하거나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독과점이라는 방식으로 장악하게 되면 여러 권리가 침해되게 됩니다. 결국 유일한 공급처가 해당 물건을 파니까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도 사람들은 다른 대체제를 구입하지 못하는 강요를 받게 되는 것이죠.




 허생 또한 큰 돈을 벌을 수 있었던 것도 무언가 양질의 서비스를 사회에 제공했다기 보다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특정 물건을 독점하여 폭리를 취하는 방법을 썻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독과점이며, 어디까지의 독과점을 규제해야할 지는 아직도 인류가 끊임없이 논쟁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이 모든 것이 보다 나은 권리와 자유, 건강한 시장경제를 위해서이지요)







 만약 허생이 1만냥으로 특정 물건을 매점매석할 때, 조선의 경제체제가 훨씬 튼튼하고 안정적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허생이 과일이나 망건을 대량으로 사들임에 따라 빠르게 다른 지역이나 공급망에서 물건이 보충되고, 유통망이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물건을 신속히 전달할 수 있었다면 가격은 안정되어 허생은 실패했을 것입니다.




 마치 인간의 몸에 혈액이 잘 돌아야지 생명유지가 되는 것처럼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이 잘 발달하면 특정 지역에서 소비가 크게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공급이 추가되어 물가변동이 크지 않겠죠. 어딘가에 물건이 쌓여만 있고 돌아다니질 못한다면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큰 손해일 것입니다.




 따라서 박지원은 단순히 독과점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건전하고 튼튼한 경제체제는 국민들에게도 안정을 주며 국가를 번영시키며, 단순히 명분론에 앞서 북벌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한 것입니다. 지금 현대에서도 다시보면 이 충고를 자주 되새겨야할 것 같습니다.









(EBS 조아란 선생님 <허생전> 수업 출처.





 


 지난편 칼럼에서 애덤스미스와 국부론 이야기를 잠깐 했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자유 시장경제의 개념을 촉발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데, 그럼 독과점을 옹호했을까요 부정했을까요? 당연하지만 부정했습니다.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상인들이 성직자, 귀족 등의 정치 권력과 결탁하여 독점권을 보장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상인들은 쉽게 큰 부를 누릴 수 있었지만 반대로 국민들은 곤궁해졌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현실의 작태를 비판하며 효율성과 자유, 경쟁을 중시했습니다. 그리고 <도덕감정론>에서는 인간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양심과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지 소개해놓았습니다. 한마디로 '자유를 누리되 그에 맞는 책임과 행동을 하라'로 저는 이해합니다.







(애덤 스미스를 비롯하여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책을 읽어보면 정말 감탄하는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우리가 아무리 벗어나고 혁신적인 것을 내놓으려고 해도 결국 이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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