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09-27 14: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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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가 가지게 될 직업에 대해서 -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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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의 화두는 당연 '창의성'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창의성의 정의는 무엇인가,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자주하는데, 필자가 느끼기에는




 '야 터널은 어딨니?' '휴게소 옆에 있어'


 '그럼 휴게소는 어딨니?' '터널 옆에 있어'




 처럼 빙빙 도는 느낌이 들어서 두루뭉실하고 답답합니다. 창의성의 정의를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 '새로운'이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해야 할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집니다.






 필자 또한 창의성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정의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름 여러가지를 관찰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이 창의성이라는 것이 경력과 경험의 축적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성이 하늘의 계시를 받아서 공짜로 떨어지는게 아니라,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낀 후 그것을 서로 연관시키는 것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천재, 영재라고 부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기본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음악계의 천재 모차르트가 제대로 작곡을 한 나이가 13살 부터였습니다. 그럼 모차르트는 자기가 상상한 악보가 신의 계시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걸까요?




 모차르트가 처음 작곡과 음악을 접하게 된 나이는 '3살'입니다. 그때부터 아버지 손에 끌려서 악기연주와 악보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차르트 같은 천재도 처음으로 자신의 개성이 확립된 작곡이 가능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였습니다.




(모차르트가 13살부터 작곡을 했다고 말하면, 뭔가 태어나서 처음 악기를 접하자마자 불현듯 음악의 진리를 깨우쳤을 것이라 상상하기 쉽지만 무려 10년동안이나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은 뒤에야 가능했던 일입니다)




 제가 느낀바로는, 천재들은 단지 일찍 시작할 수 있었거나 적은 경험으로부터 남보다 빠르게 알아냈던 사람들이었지, 완전히 백지 상태의 무지식에서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유명했거나 한 시대를 이끌었던 위인, 전쟁영웅, 선구자들이 많습니다. 체스터 니미츠, 윌리엄 홀시, 스프루언스, 이소로쿠, 잭 플레쳐 등등. 이들은 하나같이 중년 이후의 나이가 되어선 후에야 높은 자리에 올라 뛰어난 전략을 고안해냈습니다.




 이 사람들은 이미 20대부터 사관학교를 비롯한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자라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최소 20년 이상 각종 전사와 교범을 읽고 배워온, 상당히 긴 경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뛰어난 활약을 했던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완전히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벼락부자되듯이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의 생애를 보면 성공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는 근대 이전의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한때 전 유럽을 뒤흔들었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또한 20대 시절부터 장교생활을 했습니다. 포병 장교로 임관하여 작은 전투에서부터 훌륭한 전과를 내며 경력을 쌓아올라왔고 결국 30살에는 프랑스 최고 권력자가 됩니다.






(젊은 시절 툴룽지역의 반란을 진압하면서 지휘관으로서의 경력을 쌓은 나폴레옹은 훗날 전 유럽을 뒤흔드는 전쟁지도자가 됩니다. 해당 전투때부터 포병의 효과적인 운용으로 이득을 거두며 경험을 쌓아올립니다.

http://news.mk.co.kr/v7/newsPrint.php?year=2014&no=1492742 )





 나폴레옹은 지속적으로 전투를 경험하면서 포병 전력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훗날 유럽 정복전쟁에서 포병을 아주 적극적으로 운용하며 프랑스 대육군을 이끌었습니다. 




 나폴레옹이 활발히 유럽을 진출하는 동안 각 유럽국가의 군주와 지휘관들은 그의 창의적인 전략에 뚜들겨 맞으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항상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프랑스군이 튀어나와 공격해왔기 때문이죠. 그가 짠 전략 또한 오랜시간 스스로 고민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을 껍니다.




 세계 2차대전에서 초반에 독일군이 전차전력의 집중적인 운용으로 재미를 볼 수 있었던 점 또한 이전에 준비가 많이 되었던 덕분입니다. 다른 나라는 전차를 단지 보병의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했지만 독일은 새로운 시도를 했으며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독일의 창의적인 전략 밑바탕에는 연습과 실험이 쌓여있었습니다.






(사막의 여유라 불리며 유명했던 독일 육군장교 롬멜도 이미 전쟁전부터 경력을 쌓아올렸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독일의 새로운 운용방법에 맞선 연합군 보병들은 깊은 충격을 받았고 프랑스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홀라당 넘어가게 됩니다.




 이 외에도 고대 로마의 백부장, 돌격대장 격인 '센츄리온'의 선정에도 잔뼈굵은 경력이 요구되는 자리였습니다. 고대나 지금이나 경력자, 경험이 많은 자는 우대를 받는거 같습니다.




 물론 무조건 경력을 신성시하면 안되는게, 지나치게 경력과 기수만 중시하다가 비효율과 실패를 겪은 일본제국군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경력과 경험은 최소한의 조건이지 필수적으로 창의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의 누구도 전생의 경험과 기억을 달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더라 하더라도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과 시도가 없다면 그런 재능의 존재 유무 자체도 인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1의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황제테란 임요환 선수는 엄청난 연습량으로 유명합니다. 이 선수는 게임 개발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전략과 전술을 가져왔는데, 그의 연습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같이 연습 상대해주는 사람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도록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은 분명 젊은 나이에 데뷔하고 성공하지만 그 사람들 또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젊어서 충분히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극단적이고 완전히 질릴정도로 게임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반이 있는 선수들이 항상 창의성을 더하여 1등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황제테란으로 불린 임요환 선수는 다양한 1등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창의적인 전략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연습량으로도 충분히 유명했습니다

http://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179770 )






 혁신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도 꽤나 나이가 들고 나서야 제대로 회사에 정착하고 기념비적인 제품들을 출시했습니다. 이 사람은 젊은 나이부터 캘리그래피나 불교도를 깊이 음미하는 등의 창조적인 경력을 쌓았었죠. 그리고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현실로 그가 가진 창의성을 실현했습니다.




 교육학에서는 어떤 분야의 창의적인 인재를 이미 전문가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합니다. 해당 분야에 지식이 충분히 축적된 사람이 창의성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필자도 책읽고 글쓰는 연습을 초등학생때부터 해왔고 10년 정도 지난 지금에와서야 좀 온전히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과거에 썻던 글이나 연습했던 것들을 보시면 다들 웃음이 나올껍니다. 지금 여러분은 뭔가 사람이 쓴듯한 글다운 글을 보고 있지만, 저도 여기까지 다다르기에는 다양한 피드백과 평가가 있었고 다시 보면 웃픈 것들도 수두룩합니다.




 저 스스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창의성을 표현하고 실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랜 경력이 존재했습니다. 누구도 태어날때부터 맨땅에 헤딩하듯 잘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은 없었다 느낍니다.









https://orbi.kr/00022647289 - 1편 개요

https://orbi.kr/00022813962 - 2편 다양성

https://orbi.kr/00022881733 - 3편 문화대혁명

https://orbi.kr/00023040442 - 4편 번외편 국력

https://orbi.kr/00023419806 - 번외편 통역, 외교관

https://orbi.kr/00024502654 - 5편 조선의 경제학

https://orbi.kr/00024607294 - 6편 역할분담

https://orbi.kr/00024710368 - 7편 조선의 경제학, 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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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Zee지Zee · 852377 · 19/09/27 15:01 · MS 2018

  • 행복은 찾는 게 아냐 · 883158 · 19/09/27 22:40 · MS 2019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 기초의학 · 584925 · 19/09/28 13:23 · MS 2015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저는 어렸을때 과학자를 꿈꿨고 지금 과학을 하고있지만(대학원생이긴하지만) 어렸을때는 창의력이 전부인줄 알고 나 같은 창의적인 사람은 분명히 훌륭한 과학자가 될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창의력이라는게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걸 깨닿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분명히 창의적인 사람들은 의식적이 노력이 있어야되는것이고... 저도 재수하면서 의식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난 후, 오히려 창의력이 더 늘었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껴서 의대를 갔지만 지금은 의사하지않고 연구를 하고있구요. 세상의 훌륭한 과학자, 혹은 높은 위치에 올라간 모든 사람들이 책에 나올때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처럼 묘사가 되지만 과정이 없는 천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배움의 속도나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은 비슷한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되는게 인간인것 같습니다.
    뉴턴도 미적분을 발견할때 그냥 하늘에서 아이디어가 뚝 떨어져서 발견한게 아니라 노트에 수많은 노가다? 의 흔적이 발견되었죠 예를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