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자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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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께서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여러분 뿐만 아니라 교수님들 또한 칭찬을 해주셔서 대단히 기쁘지만, 여전히 아직도 저는 배가 고프고 제 글이 완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얼마 전, 아주 친하고 유한 교수님께 직설적인 비판, 초점이 흐리고 장황하고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저랑 아주 친하고 유한 교수님이셨기에, 오히려 성격상 하기 힘드신 말씀을 하여 제게 깨달음을 주시고자 노력하신 것이라고 믿고 대단히 서운하였으나 매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아마 다른 대학에도 있을 텐데, 제가 다니는 대학에서도 글쓰기 클리닉, 상담소가 있습니다.(여러분의 등록금이 돌아가는 서비스가 많으니 최대한 많이 누리십시오) 비록 전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글쓰기를 하였고, 남들의 글을 보면 기겁하는 수준으로 남들과 큰 차이가 있지만 결코 오만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 부족함을 채우고자 바로 연락을 하고 상담을 잡았습니다.
우클릭 하고 새탭누르면 커짐 근데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졸업생도 이용 가능하네요 ㅋㅋ 좋다!
위의 두 개의 글을 각각 30분씩 총 1시간을 예약을 잡고 당장 상담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전문 상담사답게 석사 학위도 있으시면서도 동시에 공부를 오랫동안 하시고, 글쓰기에 대해서 남다른 통찰과 관찰력이 있으며 제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으면서도 중요한 문제점들을 잘 찾아내시더군요.
대체로 일단 장점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글 자체가 성실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세세하게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했기에 독자를 배려했으며, 예시를 다소 뜬끔없는 것을 들더라도 결국 생각해보면 맞는 예시를 들어서 상당히 창의적이면서도, 글의 구성 능력이 좋아서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다음 편이 기대가 되고 결론이 궁금해서 계속 다음 내용을 읽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글을 써본 티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중요합니다. 우선 단점으로는 구어체가 많이 등장한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제가 <수국비>를 쓴 것도 구어체로 썼거든요. 학생을 직접 옆에서 쳐다보면서 설명을 하질 못하니까, 글을 되도록 친절하고 세세하게 쓰면서도 말하듯이 쉽게 쓰는데, 글성보다는 말성이 더 큰 구어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그것 덕분에 쉽게 읽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완성된 글로서 문어체는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장문이 많다고 했는데 이 부분 또한 나름 제 고민에 대해서 답을 같이 해주시는 것이, 글은 읽는 사람의 태도나 표정을 관찰을 할 수가 없으니 과연 읽는 사람이 잘 이해를 하는지 못하는지 가늠을 할 수 없으니까 굉장히 길고 장황하게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심리에서 나온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글이 길어지는데, 길어지다보니 자세히 보면 주술대응이 알맞지 않습니다 결국 1번과 연관되어, 구어체가 많고 말로 읽으면 별로 어색하지 않으나(실제로 저는 지금도 말로 한번씩 되새기고 읽으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세세하게 문장을 해부해보면 글의 주술 관계가 엉뚱하거나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설명을 위한 예시가 많은데 이것도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십니다. 친절하다는 점에서 굳이 학생이 다른 것을 찾아볼 필요가 없으나, 너무 세세하게 말함으로 인하여 글의 전반적인 내용이 예시에 너무 많이 할애되고, 또한 읽는 입장에서 분명 흥미롭긴 하지만 그걸 따로 찾아볼 수 있는, 검색하는 능력을 기를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셨습니다.
예컨데 제가 쓴 메타인지에 대한 칼럼에서 이창호 9단의 예시는 상당히 흥미로웠고 주제와 잘 맞았지만, 너무 세세하고 장황하게 다 이야기를 해버려서 글의 내용 중 예시 설명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하시더군요. 오히려 적당히 간략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갔다면, 호기심에 알아서 찾아볼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글이 결국 길어져서 3~4장이 되는데, 다시 처음부터 쓰고 줄여보자고 권유하시더군요. 단문을 쓰되, 결국 그걸 위해서 접속어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예컨데 '그래서' 라던지. 그제서야 접속어의 의의를 알 수 있었습니다.
글 자체는 열심히 잘 쓰지만 퇴고를 안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하시더군요. 원래 글이라는 것은 쓰는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퇴고를 하는 것이 가장 고되고 오랫동안 시간이 걸려서, 퇴고를 최소 3번은 하면서 맞춤법부터 읽었을 때 어색하지 않게끔, 주술 호응이 잘 되게끔, 문장이 너무 늘어지지 않게끔 다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워낙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글을 다 읽고나서 "그래서 이 글의 핵심이 뭐야?"라고 물음을 받으면 뭐라 말하기가 애매한 느낌이 든다고 하시더군요. 곁가지를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욕심이 스스로가 너무 많아서 너무나도 아깝다, 소재가 조금이라도 버려지는 것이 아깝다고 했더니 상담 선생님도 본인도 석사 학위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텍스트가 잘려나가면서 너무나도 아까웠던 일을 말씀해주시더군요.
한 단락에 3~4 문장이 되게끔 하고, 예시가 전반적으로 너무 많으면 결국 나의 글이 아닌 남의 글을 가져온 것이 되어버리니 예시를 최대한 압축하고 줄여서, 예시는 남들이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알아서 찾게끔 놔두라고 조언해주시더군요.
전반적으로 흡족스러운 상담이었고, 단순히 제 장단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제 인생관이라던지 제가 평소 하는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이유가 잘 드러나는 자기성찰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예컨데 제가 퇴고를 안하는 이유는 일단 제가 게으른 것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글을 쓸 주제가 너무 많아서 하나의 글에 세심하게 시간을 많이 쏟을 여유가 없는 것도 큽니다. 뭐 대회에 나가는 글쓰기라면 몇 번이나 퇴고를 하겠죠.
특히 제가 요약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한 칼럼에서 제 스스로가 느낀 약점에 대해서 쓴 것을 보고 본인이 본인 약점과 단점을 아주 잘 알고 있는데 이게 중요하다고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대부분의 학생은 일단 시도 자체를, 그러니까 글쓰기 자체를 안하고 적게 하니까 문제가 발생할 수가 없는데, 저처럼 글을 많이 쓰는 것에서 한번 걸러지고, 다시 또 그 과정에서 피드백이나 문제점을 찾아내고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여기 상담실까지 오는 것에 한번 또 걸러진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느끼는게 일단 공부를 해야지 뭔가 성적을 받고 어딘가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그런데 보통 대부분은 일단 공부를 안하고 시험도 별로 안치르니까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제가 다행인 점은, 저는 평소 글을 자주 써보았고 여러분한테 칭찬도 많이 받았으나 거기에 안주하거나 영합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 의식도 가지고 있다가 어느 계기가 되어, 저를 아끼시는 교수님의 직설적인 비판을 받고 나서 확실한 행동을 통해서 점점 문제 해결로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도 원칙대로라면 퇴고를 해야 하지만 곧 있을 논문 스터디 때문에 지금 당장 후다닥 끝내고 가는 실정입니다 ㅋㅋㅋ 비록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을 하지는 못하지만, 조만간 시간 여유가 난다면 바로 실천을 하여 퇴고를 습관화해서 좀 더 나은 글로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최소한 교수님들께 보내는 이메일에 대해서라도 퇴고를 여러번 하는 수고와 번거로움을 투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예의이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어느 한 분야에 남들이 칭찬을 한다고 만족하지만 말고, 그걸로 진짜 극한으로 잘 하고 그걸로 밥벌이 할 각오로 높은 경지에 오른다는 욕심을 부리고 한번 그 높은 경지에서도 부정적인 피드백에 개방적인 태도로 수용하여 더더욱 발전하시길 바랍니다! 청출어람!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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