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를 통해 이해하는 언어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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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태 '언어'에 대해서 자주 말했잖아요? 컴퓨터 언어, 외국어, 모국어, 수능 국어 등등.. 이번에 새롭게 예시를 들 수 있는 언어를 발견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한국의 간판 질본부장 정은경씨와 그 옆에서 막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화통역사 말입니다.
https://www.fmkorea.com/index.php?mid=best&document_srl=2752308205&cpage=3
우리가 중학생때 '반언어와 비언어'를 배운바 있습니다. 반언어는 딱 50%만큼 언어라고 이해하면 편한데, 음성에 같이 들어가는 악센트, 억양, 소리톤 등을 가리킵니다. 비언어는 그 외의 언어적인 표현이나 분위기 파악에 용이한 눈빛, 제스쳐, 태도를 말합니다.
음성정보는 단순히 거기 안에 포함된 단어의 의미 뿐만 아니라, 이 반언어와 비언어가 더 포함되어 종합적으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인간의 뇌는 여태까지 단순한 단어 의미 파악 외에도 비언어와 반언어를 받아들이고 해석에 이용하는 능력을 개발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전자 매체의 증가로 이런 비,반언어를 제외한 단순히 의미 그 자체의 정보만 제시하는 대화가 많아졌습니다. 카톡이나 페메로는 종합적인 비,반언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통신수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여전히 인간에게 직접 대면하고 상담하는 자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 부분에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카톡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비,반언어를 받아들이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수화통역사가 이런 엄중한 시기에도 방송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오는 것은 이런 비언어와도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농인(예전 표현은 맹인. 소리를 못 듣는 사람)의 의사소통은 수화라는 손짓으로 해야하는데, 이 사람들은 음성 단서를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므로 시각적으로 정보를 표현해야 확실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수화통역사는 손짓으로 단어나 문장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표정과 눈빛, 태도에서도 맥락이 드러납니다.
예전에 자주 말했던 내용을 또다시 수화를 빌려 설명하자면, 수화 또한 '언어'입니다.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한국에서 한글과 마찬가지로의 동등한 대우를 받습니다.
만약 현 시점에서 질본부장이 방송에 나와 뜬끔없이 '영어'를 사용해서 브리핑을 한다면, 일단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들은 전부 불이익을 앉고 시작하는 겁니다. 해당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만 정보를 얻을 수 있겠죠.
때문에 한국이란 나라에서, 한국어로 방송을 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 이전에 근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농인들은 비록 한국인이지만 음성을 듣지 못하기에 '음성 한국어'라는 언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수화를 알고 있고, 같은 수화를 언어로서 이해하고 있기에 소통이 가능하죠.
단순히 말을 통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음성을 듣고 수화로 표현한다는 부담 때문에 수화통역사들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음성을 통한 언어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편한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수화통역사들은 아주 명료하게 잘 드러나는 표정과 몸짓을 통해 이해를 돕습니다. 이런 표정을 마스크로 가려버리면 온전한 정보 전달이 안되기에, 이들은 통역을 할때만 마스크를 벗습니다.
(한때 한국을 뒤흔들었던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파면한다'라는 문구가 등장할 때 수화 통역사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수화를 모르는 저도 저걸 보면 어떤 말이 나왔을지 짐작이 갈 정도로 내포하는 의미가 큽니다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strange/1804400 )
이렇듯 우리가 평소 쓰던 한국어에만 시야가 쏠리면 알아내기 힘들었던 언어의 근본적인 의미를, 우리에게 생소한 수화를 보니까 이해가 되더군요.
초등학생때 귀를 가리고 손짓만으로 맨 뒷사람에게까지 어느 단어를 그대로 전달시키는 게임을 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한때 놀이로 즐겼던 일이지만 이걸 보면 소리와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지 소중한걸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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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 뜨는 글에 양아치 페북 보고 좋아 죽는 사람들 있는데 비웃는 님들은 그...
그래서 카톡에서 이모티콘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카톡을 하면 할수록 비언어의 중요성에대해 더 절감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