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학)'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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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명문대 서울대의 상징 동물인 '학'의 고유어는 '두루미'라고 할 수 있다. 둘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쓰이는데 '두루미'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중세국어 표기를 보자면 현재와 다를 바 없는 '두루미'였다. 15세기(월인석보)에서도 '두루미'로 쓰였고 이 표기가 계속 현재까지 내려왔다고 보면 된다. 다만 17세기엔 제2음절의 ㅜ가 ㅗ로 바뀐 '두로미'도 등장하였는데 거의 '두루미'로만 쓰였다.
어원을 알아보려면 형태소를 나눠야 한다. 그러나 '두루미'의 형태소를 분석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리고 거의 다 근거 없이 추측을 기반으로 한 설명이므로 그냥 불명이라고 보아야 한다.
1. 울음소리로부터 유래되었단 설. 가장 기초적인 가정을 기반으로 한 가설이다. 애초에 동물의 어원은 털 색, 생김새, 무늬, 크기 등의 신체적 특징이나 울음소리 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으니 뚜루뚜루 운다고 하여 '두루미'가 되었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렇게 보려면 '두루+미'로 보아야 하는데 문제는 '-미'가 접미사로 쓰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볼 거면 '두룸-+-이'로 보아야 타당할 것이다.
2. '두루'와 '미'의 합성어설. 서정범 교수는 '두루'를 '둘'을 뜻하는 말로 보고 '미'를 '매'와 동계어로 처리해 '새'를 뜻하는 말로 보았으나 과연 이 의견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애초에 '미'와 '매'를 동계어로 처리할 만한 역사적 근거도 부족하고 '매'의 어근을 갑자기 '맏'으로 잡을 근거 또한 없다.
개인적으로 서정범 교수가 무고죄에 맞서고 자신의 연구를 묵묵히 해 낸 점은 존경하지만 그 연구 성과에는 지나치게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는 점, 특히 계통론적으로 현대 언어학과 그 방향성이 너무나 다른 점은 비판받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충분한 근거 없이 고대 국어의 음운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마당에 너무나 쉽게 공시적인 단일어를 형태소를 분석해 합성어로 본다거나 일본어 음운과 몽골어 음운과의 대응성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 성조를 무시한 경우도 흔히 보이고 갑자기 종교적인 어원 설명을 시도하는 것도 비논리적이다.
북방 조어 즉 알타이족을 지나치게 믿으셨으나 한국어 계통론의 선구자인 이기문 교수나 김방한 교수는 알타이족 설정이 너무 성급하였다며 역사비교언어학적인 근거가 충분해질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말한 바가 있는 만큼 알타이어족이라는 어족을 설정하여 한국어 어원을 설명하는 것은 크게 신뢰성이 떨어진다. 안타깝지만 서정범 교수의 어원 연구에는 실제 문헌 기록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방법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음이 비슷해 보이는 말들을 골라 그 어원을 찾고 하나의 어족을 설정하고 한국어를 그 어족의 하위 언어로 고려하는 방식인데 과연 이러한 과정으로 얻은 결과가 타당한지는 의심이 든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두루미'의 어원은 불명이다. '두루미'는 15세기부터 계속 '두루미'로 쓰였고 이게 현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그 어원은 아직 불명이며 괜히 그 어원을 상상하다간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다.
다음은 범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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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상어 뚜루루뚜루
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