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어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0748032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즉 크리스마스로부터 하루가 남은 날이다.
‘하루'는 15세기에 등장한 'ㅎㆍㄹㆍ'로 소급된다. 단독으로 나타날 때나 자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앞에서는 'ㅎㆍㄹㆍ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앞에서는 'ㅎㆍㄹㄹ'로 나타나 'ㅎㆍㄹㆍ/ㅎㆍㄹㄹ'의 이형태 교체를 보이던 놈이었다. 뒤에 오는 조사의 음운론적 자격에 따라 'ㅎㆍㄹㆍ도(ㅎㆍㄹㆍ+도)'로 쓰이기도, 'ㅎㆍㄹㄹㆍㄴ(ㅎㆍㄹㆍ+ㅇㆍㄴ)'으로 쓰이기도 한 것이다.
16~18세기 문헌에서는 어중의 'ㄹㄹ'을 'ㄹㄴ'으로 표기하는 경향에 따라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에 결합하는 'ㅎㆍㄹㄹ'을 'ㅎㆍㄹㄴ'으로 표기한 예도 나타난다. 19세기에 들어와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앞에서도 ‘하로를’과 같이 나타나면서 위의 이형태 교체가 사라지고 'ㅎㆍㄹㆍ'형으로 통일되었다.
16세기에 아래아의 제1차 음가 소실에 따라 제2음절 이하의 모음 'ㆍ'가 'ㅡ'로 바뀌었지만, 간혹 'ㅗ'로 바뀌기도 하였다. 'ㅎㆍㄹㆍ'는 그 희귀한 경우여서 제2음절의 아래아가 'ㅗ'로 바뀌어 17세기부터 'ㅎㆍ로' 형태가 등장하였다.
18세기에는 아래아의 제2차 음가 소실에 의해 제1음절의 'ㆍ'가 ‘ㅏ’로 변하였는데, 17세기의 'ㅎㆍ로'도 이러한 변화를 겪어 '하로'가 등장한다. 한편 19세기에는 모음 'ㅗ'가 'ㅜ'로 바뀐 'ㅎㆍ루' 형태가 등장하였는데 19세기 정도면 표기에서만 아래아가 보이고 음소로서의 자격은 거의 잃어버렸다 봐도 무방하므로 19세기의 'ㅎㆍ루'는 '하루'와 발음이 같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아래아가 자모 체계에서 완전히 퇴출되고 이 'ㅎㆍ루'가 '하루'로 표기되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 표기상으로 보이는 변화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5세기~19세기)ㅎㆍㄹㆍ>ㅎㆍ로(17세기~19세기)>하로(18세기~19세기)/ㅎㆍ루(19세기)>하루(20세기~현재)
어원을 보자면 하나를 뜻하는 'ᄒᆞᆯ'과 일을 뜻하는 'ᄋᆞᆯ'의 조합인 'ᄒᆞᄅᆞᆯ'로 추정된다. 이는 여러 방언들에서 나타나는 '하를/할ㄹ-'의 형태와 중세 한국어에서도 나타나는 'ᄒᆞㄹㄹ'을 바탕으로 재구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내적 재구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15세기 이전엔 ‘ᄒᆞᄅᆞᆯ’이라는 단일형을 취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틀'이나 ‘사흘', ‘열흘' 등의 옛말에서 보이는 ‘ᄋᆞᆯ’은 ‘일(日)’을 뜻하니까 딱히 오류는 없는 이론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하나(一)를 의미하는 'ᄒᆞᆯ'이 문제다. 훈민정음 표기 이전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얘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아내는 게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고대 국어 시절의 'ᄒᆞᄃᆞㄴ'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제망맹가나 계림유사에서의 음차 표기를 보면 '하나'에 대응하는 고대 국어는 'ᄒᆞᄃᆞㄴ' 정도로 재구된다. 제망맹가의 '一等隱'의 '等'은 'ㅎㆍㄷㆍㄴ'으로, 계림유사의 '一曰河屯'의 '河屯'도 대충 'ㅎㆍㄷㆍㄴ'으로 재구되는데 여기서 ㄴ은 ㄹ로 달리 재구되기도 한다.
아무튼 여기서 실질적인 의미를 지닌 어근을 'ㅎㆍㄷ'으로 보게 되면, 고대에도 ‘하루'에 대응하는 어휘가 존재했다는 가정하에 'ᄒᆞᄃᆞㄹ'(ㅎㆍㄷ+ㅇㆍㄹ)이라는 형태를 상정할 수 있다. 여기서 고대의 'ᄒᆞᄃᆞᆯ'이 단일형 'ᄒᆞᄅᆞᆯ'로 변한 것은 '바다'의 옛말 '바ᄃᆞᆯ'이 '바ᄅᆞᆯ'로 변한 음운 현상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고대 시절까지 범위를 넓힌 변화는 'ᄒᆞᄃᆞㄹ>ᄒᆞᄅᆞㄹ>ᄒᆞᄅᆞ>ㅎㆍ로>하로>하루'라는 단계가 나온다.
다만 고대국어는 아직까지 그 체계가 학자마다 통일되지도 않았고 다른 의견을 지니고 있기에 확실한 정설이랄 만한 게 없다. 자료도 부족하고 음운이나 형태에 관한 부분은 거의 정립된 체계가 없다시피 하므로 고대국어를 말하는 글이 있다면 웬만큼 신뢰할 만한 교수나 전문가의 글이 아니라면 일단 거르자. 특히 환빠나 르완다어빠만큼은.

국어 어휘사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피험자에게 어느 한 사람이랑 사소한 공통점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은 실재로는...
-
하....그냥안잔다 3 0
응.
-
ㅇㅂㄱ 0 0
오늘도 멋지게 하루를 시작!!
-
좀만더... 0 0
왜이리못자 ㅠㅠ
-
고대 연대끼리 서로 드립치고 으쌰으쌰 그러는거 누군가에겐 그런 장난치고 응원가...
-
죠죠 6부 정주행 끝! 0 0
-
저점 방어하기 좋은 사탐 1 0
사문 제외하고 2등급 방어하기 가장 좋은 사탐이 무엇일까요?
-
ㅇㅇ 1컷 언매 93-94긴 했어요.
-
지금 피아노 치러 가면 4 1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가? ( O ) 똥을 맘대로 못 쌀 수도 있는가? ( O )...
-
내 아내임 2 1
-
내가 너무 일침충같아 보일까봐 내가 얕게 아는게 티나거나 알못같아 보일까봐 상대가...
-
메인컷 더 낮아진거같은데 2 0
음ㅁ
-
방과후 티타임 2 0
영원해
-
근데 보카로쪽은 옛날명곡들을 너무 신처럼 받들긴함 2 0
신이긴한데
-
얼버기 2 0
다시잫까요 ㅋㅋ..
-
6모국어불기원 0 1
아무래도물국어는치르지못하겟다 물국어만 뜨면 화작당함 + 아예 안틀리는게 불가능함
-
일단 내가 팝송 기반의 댄스곡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가...
-
꾸는꿈은불길을뿜는거칠은 0 0
저화산이다지금의자화상이아직은 비록타다만 불씨같다만 이뤄질꿈인지도장담할수없다만
-
초카구야 다시보는중 2 0
존잼
-
론리나잇 1 1
론리나잇~
-
RPG도 개많이들었는데 3 0
수능준비하면서 이거들으면 항상 힘이났음
-
물론 좋은 노래는 맞긴 한데 보카로 세계에선 무슨 신급 노래로 모시길래 그...
-
생각할게 많으면 걷게되더라 2 1
지금은 어떻게 그랬을까 싶은데 수능 망친 직후 몇키로씩 하염없이 걸으며 왜 수능을...
-
가끔 청계천 산책하는데 0 0
음악듣고 그냥 걸으면서 세운상가에 동대문까지 가면 뭔가 기분좋음
-
저에게도 성과급을 주세요 0 0
새르비의 리젠을 굴리는 저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으신다면 조기수면 하겠습니다
-
삼전 메모리 사업부 성과급 0 0
축하
-
그냥이제 0 0
수능아트온라인에 갇혔다고 생각하니까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네
-
밤샐까. 4 0
숙면패턴 정상화
-
자러갑니다 0 0
주식 단타만 하고 자러가네요 오늘은
-
계약도 약대다 2 0
그렇다
-
다이스킷테 유우나라 0 0
다이다이스킷테 카에스요
-
걍 전역하자마자 폰 살걸... 0 0
아이폰18프로 기다리다 정병걸릴듯..
-
이젠 괜찮은데 0 0
사랑따위 저버렸는데
-
송나라는 도대체 2 0
얼마나 돈을 뿌려댄거지 교과서 읽는데 죄다 뿌리고 있네
-
우리는 생각보다 합리적이다 20 11
물론 가끔 가다 진짜 븅슨같은 선택을 할 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에서...
-
2학년 1학기까지 자격증 3개 따고 석차 전교1등이었음 좀 안좋은 마이스터고이긴...
-
나는야 4 3
꿔다놓은 보릿자루
-
오겠지 해뜰날 오늘도 화이팅! 1 0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삼전노조 유퀴즈 짤 2 1
-
과제고 뭐고 일단 애니보기 0 0
-
영어 ebs연계 어떤가요? 4 0
6모도 얼마 안 남았는데 영단어를 수특vaca 볼까요? 아니면 사설 영단어...
-
대학왜감 0 2
하 뭔가 어렵네요 과외 가르치는입장인데 애들이 계약학과 쓰냐고 물어보는데...
-
컴공 아무리 떡락했어도 0 0
그래도 사랑한다
-
이건 진리야
-
나는 솔직히 2 1
많은 돈 필요없고 내 가족만 오순도순 잘 살고 싶어... 사회에서는 어디가서 무시...
-
나는 4 0
돈도없고꿈도없고미래도없어
-
설전정 기다려라 3 0
반도채가 미래다
-
빨리 돈 벌어서 나 같은 금지옥엽 애새기 잘 나아서 기르는 게 으흐흐흐.. 아니다...
-
이럼 0 0
의치 하닉 삼반 약수 되는건가
-
그저 행복하게 살고싶을뿐 6 4
더 바라는것은 없다.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