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몬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01-11 23: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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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의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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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추천받은 단어인 '머리'의 어원을 알아보자. 


'머리'는 '대가리', 'head'를 뜻하는 고유어인데 15세기부터 '머리'라는 형태로 현재와 동일한 표기로 쓰였다. '마리'라는 이형태가 있는데 '머리'와 '마리' 모두 같은 의미로 쓰였다. 둘 중 기저형을 삼는다면 '마리'를 기저형으로 삼고 '머리'는 '마리'에서 발음이 변화한 형태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그 이유는 계림유사에 "頭日麻帝(머리를 '마제'라 한다)"라는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帝는 중세 한국어로 '뎨'로 음차되었으며 그 이전에도 ㄷ의 음을 가진 한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13세기 송의 당대 한자음과 고려 말 한국어의 음운 체계를 바탕으로 하여 대략적인 음가를 재구할 수 있는데 [mati] 또는 [madɒi] 정도로 재구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ㄹ을 어말로 갖는 말 중 꽤나 많은 말이 고대로 가면 ㄷ~ㅌ 정도로 소급됨을 알 수 있다. 密(밀)도 고대음은 '믿~밑'으로 소급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말고도 여러 예시가 있다. 


반드시 ㄹ이 어말일 필요는 없다.  '바다'의 고대 국어 역시 /d/를 어중에 갖고 있었는데 중세국어에선 'ㅂㆍㄹㆍㄹ'이라는 형태가 등장하는데 이는 ㄷ이 ㄹ로 약화된 것이다. 


그리고 현대 국어의 ㄷ 불규칙의 역사를 설명할 때도 이 ㄷ의 약화가 중요하다. 고대 국어의 어말 /t/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ㄹ로 약화되었다는 것은 한국어에서 ㄷ은 ㄹ로 약화한다는 뜻이며 결국 ㄷ 불규칙은 고대 국어의 음운 현상의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참고로  현재 국어학자들은 ㄷ 불규칙이 15세기가 되기 전에부터 있었던 활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계림유사의 기록과 재구음을 토대로 어근을 '맏-' 정도로 상정할 수 있다. 따라서 /t/가 /l/(물론 고대국어의 ㄹ은 그 음가가 설측음인지 탄음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로 변화한 것은 그렇게 문제가 되는 음운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음절을 늘리기 위해 접미사 '-이'가 붙었을 것이며 '마디'는 어중의 ㄷ이 ㄹ로 약화하여 '마리'라는 형태로 변화하고 단순히 첫 음절의 발음이 변화한 '머리'가 중세 때 '마리'와 공존하였다. 그러다 16세기 정도에 '마리'는 점점 그 쓰임이 줄어들어 '머리'가 정착하였다. 현대 국어에선 함북 지역에서 '마리'라는 형태로 옛형태가 방언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머리카락'이라는 어휘로 인해 '머리'를 ㅎ곡용으로 보는 경우가 꽤나 있으나 타당하지 않은 설명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선 '머리카락'을  참고하길 바람.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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