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65편 - 튼튼한 군대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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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대에 관해서 안타까운 죽음과 사건 사고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채해병 사건은 이제 1주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원칙에 의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신상필벌보다는, 정치적 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라서 심각한 갈등과 표류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해병대 지원율이 눈에 띠게 급감했는데, 이로 인해 대한민국 해병대가 입은 피해는 그야말로 궤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도 이렇게 상황을 나쁘게 만들지는 못 할거 같습니다. 무능한 지휘관이 유능한 적군보다도 더 무섭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웃픈 상황입니다. 적을 이롭게 만든다는 단어인 '이적행위'는 그야말로 이런 상황에서 딱 맞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예시로 원균을 들 수가 있겠습니다. 어떤 일본 장군도 원균만큼 이순신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해군과 해병은 당당하게 '이순신의 후예~'라는 말을 하면서, 막상 실제 지휘관들은 원균 같은 ㅅㄲ들을 앉혀둔거 같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907/121069679/1
이런 개탄스러운 상황 속에서 전쟁사를 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군대를 비롯한 조직이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강해지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 스타크래프트와, 그보다 더 전문화되고 복잡한 게임인 토탈워 시리즈 게임을 비교하면서, 군대에게 사기, 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우리에게 국방에 대해서 다소 많은 오해와 잘못된 상식을 주입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전쟁사를 공부하면 공부할 수록, 깊이 파보니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과 다른 것들이 많이 발견 됩니다. 오늘은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또 당연하면서도,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강력한 국방력의 필수 요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한국사 시간에 '무신집권기'를 배웠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차별대우를 받던 군인들이 결국 수치를 당하는 일이 불씨가 되어 나라를 엎고, 고려를 지배했던 시기입니다. 당연하게도 군인들이 요직을 차지했죠. 그러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 군대 관련 전문가들인 군인들이 나라를 직접 지배했으니, 당연히 국방력이 강해지지 않았을까? 군사력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이 집권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절대 아니요' 입니다.
병력을 긁어모아서 주력을 주었는데, 그 군대가 도로 돌아와서 내 모가지를 친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Dhbaq5WI2Gw&list=PLwwDN82BQQ86dbL33DQxT7twJ7hAoVUIW&index=7&ab_channel=EBSDocumentary%28EBS%EB%8B%A4%ED%81%90%29
일단 무신집권기는 명분, 그러니까 정통성이 부족합니다. 힘으로써 억지로 정권을 탈취한 상태인데, 그 권력의 핵심 지지기반이 바로 창칼을 든 군대입니다. 그 무력이 사라지면 바로 엎어지는 상황이죠. 실제로 무신집권기 중 지도자들은 암살 위협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니까 휘하에 있는, 고려 최강의 정예병으로 몽골군에 대항시킨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선택지입니다.
내 말을 듣는 직속의, 친위 정예 부대를 보내면, 일단 보내는 순간부터 정권이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 고려군이 이겨도 당연히 문제입니다. 승전한 장군이 그걸 명분으로 돌아와서 권력을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고려군이 몽골군한테 지는 경우에는 말 안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겠죠? ^^
이렇듯 명분이나 정통성이 부족한 군벌 집단이 권력을 장악한 경우, 민생의 안위보다는 당장 코앞의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무력집단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국사에서는 대몽항쟁을 높이 평가하는 방향으로 서술하는데, 전 이 부분에 비해서 많이 비판적입니다. 온 국토가 유린당할 때 막상 이들을 지켜줘야하는 핵심 권력층과 지도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에 대해서요.
혹시 여러분 '서울의 봄'은 보셨나요? 눈치가 빠른 학생이라면 해당 영화 중에서 전방 부대를 빼면서 전두광(전두환)이 한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오늘 밤에 김일성이 때려 죽여도 안내려온다(남침 못한다). 오늘은 여기(서울)가 최전방이야!!!"
80년대는 아직 남한이 북한에 대해 확실한 군사력과 경제력의 우위를 점하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당시 1212사건에 연루되었던 장교 대부분은 625 전쟁 경험자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방부대를 뺀다는 판단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나라와 국민을 팔아먹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선택입니다.
반란군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당장 장태완 수경사령부 사령관에게 대가리가 깨지거나, 전방이 빈 틈을 타서 내려온 김일성의 북한 인민군에게 대가리가 깨지거나. 전방부대를 뺏다는 말 자체에는 영화의 대사 그대로 서울이 전방보다 중요한 최전방이 되었으며, 북한 인민군은 2순위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https://namu.wiki/w/%EC%9E%A5%ED%8F%AC%EC%8A%A4
반면 진압군의 목표는 '대한민국 수호'인데,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당장 마찬가지로 전방 부대를 빼서 맞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하면 내전이고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약해진 남한을 북한이 다시 침공하는 일입니다. 내부와 외부 두 곳 모두에 적을 둔 진압군은 적극적인 진압이 어려워집니다.
북한의 대대적인 침공 우려 속에서도 무려 전방의 병력을 빼내서 자기 쿠데타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을 보면, 딱 고려의 무신집권기와 겹쳐보이지 않습니까? 국민이나 국가가 박살나도 난 상관없다, 단지 난 권력과 기득권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물론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이후에는, 민생을 위하는 척은 해야겠죠. 당연히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의도와 행동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운이 참 좋게도,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기 대한민국은 이른바 '3저 호황'으로 경제적으로 꽤나 성장하였습니다. 때문에 일부 노인 분들은 그때 그 시절을 오히려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번외로 좀 이야기를 하자면, 일산 신도시를 비롯한 강북 위의 신도시들은 '전략요충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그만큼 625전쟁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다행히 남한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경제력과 국방력을 가지게 된 이후에는 이러한 민간 건설에 전략 요소가 들어갈 필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서울로 진입하는 북한 인민군을 맞이할 거대한 인공, 자연 장벽들.
https://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44&pn=0&num=151455
https://theqoo.net/square/2349478185
이러한 건축물에 상대적으로 얇은 기둥을 공병이 폭파시키면 매우 훌륭한 전차장애물이 됩니다
https://arca.live/b/city/8725269
유사시 기관총을 거치한 후 방어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총안구
https://arca.live/b/city/8725269
각설하고, 위의 두 가지 예시만 보아도 쿠데타는 그야말로 국가에 대한 위협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후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사조직'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게 됩니다.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자기들끼리 작당 모의를 해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인질로 삼아 권력과 뇌물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는 경험적으로, 쿠데타는 나라에 위협이 된다, 국가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국가를 위협할 수도 있기에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역으로, 쿠데타를 할 수가 없는 군대는 건강하고 강력한, 제 기능을 하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겠죠?
대한민국은 2000년 이후 확고하게, 누구나 심지어 군대 그 스스로도 쿠데타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매우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설명할 것이 매우 많은데, 분량 조절을 위해 실제 사단장의 설명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01_202312060800022695
아 참고로, 이러한 쿠데타에 대해서 "좌파가 우파를 세뇌해서 (나라를 구하는 쿠데타를 못하게) 된 것입니다" 라고 말한 놈이 지금 국방부 장관이십니다. 만약 대한민국의 헌법과 정통성을 옹호하고, 쿠데타를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명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 좌파라면, 저는 기꺼이 좌파가 되겠습니다 ^^
제가 여태 전쟁사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 이야기를 자주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제입니다.
북한 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음을 누구나 알고 공감할 것입니다. 단순하게 보았을 때는 김정은이라는 강력한 독재자의 권위로 일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잘 처리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서슬퍼렇게 두 눈을 뜨고 있으니, 뇌물 같은 것을 받으면 그대로 모가지가 날라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상은 정 반대입니다. 북한의 경제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으며,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이 얼마나 내부적으로 개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설명하자면 굉장히 길게 말할 수 있는데, 얼마 전 쿠바 주재 외교관이 탈북을 하고 증언한 뉴스가 있습니다. 짧게 인용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뇌물이나 부패 스캔들, 세금을 내지 않고 음지에서 돈이 도는 것을 '지하경제'라고 합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심각하게 부패했으며, 심지어 대외적으로도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특혜 등을 활용해서 밀무역 밀수를 통해 외화를 버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16952
민간경제와 사회가 개판인데, 군대라는 조직만 깨끗하고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당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그 실태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독재자가 KGB 출신 정보요원이니 국방력이 강할 것이다? 천만에 말씀입니다. 그나마 러시아도 이 모양 이 꼴인데, 북한은 더더욱 군대가 강력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군벌 집단이고, 실제로 명시적으로도 최고 지도자를 '군대 최고 지휘관'으로 동일시하는 나라입니다. 마치 고려의 무신집권기처럼, 북한 지도자는 군대라는 통제수단을 통해 겨우겨우 사회를 유지하는 중세 종교국가에 가깝습니다.
이를 증명해주듯, 실제 북한군의 지휘 체계와 조직도를 보면, 외부의 적을 효율적으로 막기 보다는 내부의 소요 사태나 반란을 진압하는 것에 초점을 더더욱 잡아두었습니다. 북한군에는 대체로 군사 지식에 문외한인 '정치 장교'가 곳곳에 배치되어, 핵심 군벌 세력자의 반란이나 쿠데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지휘 체계가 2중 3중으로 비효율적으로 겹쳐있으며,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커뮤니티에서 재미있게, 만약 당신이 북한 주요 지휘관인데 김정은 대가리를 깨고 북한을 접수하고 싶다면? 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정리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북한군은 오히려 외부의 적을 막기 보다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불만이나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특화된 조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조직이 미군이나 한국군이랑 정면대결을 하면 결과가 어떻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내부의 적에 집착하면서 막상 가장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조직이 된 것입니다
https://bbs.ruliweb.com/best/board/300143/read/59934397?m=humor&t=now&page=1&custom_list=best_100&view=list
옛날에 <군주론>에서 '요새 건설'에 대해서 저자가 평가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요새를 건설한다고 한다면, 외부의 적을 방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마키아벨리는, 오히려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이 무서울 경우에 요새를 건설하라고 추천합니다.
저도 정확히 깊이 있게 이해는 하지 못했으나, 북한의 핵개발을 보면 마키아벨리가 말한 요새가 생각납니다. 즉, 핵은 외부를 대상으로 한 강력한 협박 수담임과 동시에, 지금 고난을 겪고 경제난과 어려움을 겪는 인민들의 동요를 막고, 명분을 제시하고, 내부적으로 결속을 시키는 도구로서도 매우 중요하게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내부의 적이나, 내부 분열이 얼마나 국가에 치명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연개소문 사망 이후 아들들이 권력 다툼으로 분열되고, 일부는 당나라에 전향하면서 고구려가 패망한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망할 것 같으니까 분열을 했는가, 분열을 해서 망했는가는 마치 닭과 달걀 중에 무엇이 먼저인가의 문제와 비슷하기에 거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설명한 사례 외에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어떤 군대나 조직이 강한 군대이고, 어떤 군대가 약한 군대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강한 군대는 원칙과 규율이 통하며, 상호간의 신뢰가 존재하고, 신상필벌이 제대로 작동하고, 목적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약한 군대는 막상 본질적인 목적인 외부의 적을 막기 보다는 내부의 적을 감시하는 것처럼 쓸데없는 것에 집중하고, 상호간의 불신과 감시가 당연하며,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물질적으로도 많이 부족합니다. 지휘체계가 매우 비효율적이며 지휘부가 과연 능력이 있는지, 능력대로 뽑히는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이전에 저출산 문제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라가 원칙과 상식으로 합리적으로 돌아가고,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불만과 불신이 적다면 어떻게 번영을 못하겠습니까. 요새 저도 뉴스를 보면 화딱지가 나서 꺼버립니다. 아마 이 글을 볼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사람들은 10~20년 이후 이 사회의 허리이자 중추가 되었을 것입니다. 오늘 읽고 깨달은 내용을 소중하게 간직하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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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무관이 집권해도 군사력은 강해지지않는다란 사실이 흥미롭네요.
얼추 예상은 했지만 이게 조선시대에도 통할줄은 몰랐네요
선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이 글과 살짝 관련있는 내용으로 국어 질문 드려도 되나요?? (국어 칼럼 쓰시던 분으로 알고 있어서요) 실례된다면 죄송합니다
그럼요 편하게 하세요
직접적인 국어 칼럼은 이제 안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비문학이나 사고력 관련해서는 꾸준히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