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15-10-23 18: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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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셔틀.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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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때니 한..2005년쯤이었는데

우리 때는 빵셔틀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횡횡하던 때가 아니었음

그냥 누가 매점가면 의리로 빵 사주는 정도?

그리고 학교에서 매점까지 거리가 500m정도 됐었고 매점이 산중턱에 있다보니

쉬는시간 10분안에 그 곳을 주파하기위해선 굉장한 말벅지과 햄스트링, 멈추지않는 폐와 열정적인 심장이 필요했음


이런 요소들이 섞이다보니

보통 학교에서 빵셔틀이라 불리우는 한 마리의 병아리마냥 여리여리한 친구들은 빵셔틀 역할을 절대 할 수 없었고

병아리가 닭이 되어 10분만에 매점을 주파하는 순간 완성된 근육질로 인해 일진들은 빵셔틀을 건들 수 없을 정도였음

즉, 우리 학교의 빵셔틀들은 소위 말하는 빵셔틀들이 아니라 점심시간 축구를 피지컬로 제패하는 포워드들의 모임이었음


그러던 어느날 머리가 좀 돌아가는 포워드 한 놈이 집에서 포대자루를 하나 쳐들고오더니

"쉬는 시간에 빵을 먹고싶은 자들이여 나에게 돈을 가져오너라!!!!"라고 외치면서

빵 1개에 10%의 수수료를 떼며 빵셔틀이 아닌 물류사업가로 승급을 했음


이때 거래 모습이 진짜 가관이었는데

매일 2교시가 끝나면 배고픈 그지 승냥이들이 어디서 줏어온 동전인지 짤랑짤랑거리면서 쪽지와 돈을 건네기 바빴으며

3교시가 끝나기 전 그는 아스팔트를 초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런닝화=고무 실내화를 비장한 마음으로 어루만지고있었고

3교시가 종소리가 땡~ 치는 순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매점 아주머니 뿐이었음


그에게 철칙이 하나 있었는데 쉬는시간 8분 안에 그곳을 다녀오지 못하면 수수료를 환불해준다는 것 이었음

매일 3교시가 끝나야 우유가 나오는데 이 우유가 반에 도착하기까지 넉넉잡아 5분은 걸렸고

8분에는 도착해야 우유와 함께 빵냠냠이 가능하기때문! (수업들으며 빵을 먹을 순 없으니...)


그래서 그는 빵을 기다리는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꽤나 진지한 태도로 마치 인생의 사명처럼 철칙을 지켜냈고

그가 멀리서 산타크로스마냥 뛰어 올 때면 승냥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기 소보루! 여기 피자빵!"를 외쳤음

그리고 그가 사명을 다하고 문 앞에서 쓰러지며 포대를 던져두면 알아서 하나하나 가져가는 양심적 배급 시스템

워낙에 착한 친구들이라 빵을 2개씩 가져가는 놈들은 없었고

오히려 쉬는 시간에 뻘짓하다가 돈 내놓고 빵 안 가져가는 놈들이 꼭 2~3명씩 있어서 빵이 항상 3~4개가 남았음

그 빵은 원가에 갖다 팔았는데 이 수입도 굉장히 짭짤했다는 소문이...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퍼지면서 각 반 대표 포워드들은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놈은 10%의 수수료를 떼면 50원짜리, 100원짜리 다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월 단위 정액제로 2000원만 내면 하루 빵 1개 배달이 무료!' 서비스를 만들었고

'1000원을 내면 배달 10번이 무료!' 서비스도 만들었음.

어떤 친구는 반까지 찾아가는 서비스도 했는데 반이 20개쯤 되는지라 허벅지 파열 징조가 보여서 그만 둠


생전 경영학과의 경자도 모르는 풋내기들이

마케팅이란 무엇이며,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지 경험으로써 익혀버림


시간이 지나며 치열한 머리싸움과 줄어드는 이익때문에 정통 물류사업가는 지쳐가기 시작했고

다른 포워드들도 이 짓 하느라 허벅지가 쪼그라들어서 축구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물류사업에 위기가 옴...


그래서 정통 물류사업가는 물류사업가 모임을 개최하여 미래 물류사업의 향방을 논의했는데

"니들때문에 잘 나가던 물류 사업이 다 같이 망하게 생겼다 이럴게 아니고 우리 하나가 되자

1000원 차감제를 도입하고, 수수료를 20%로 올리고 매일 1명씩 돌아가면서 배달하자!"라는 의견을 내니

"그렇게하면 아무도 안 사서 있던 돈 줄도 끊긶다" "그럴꺼면 걍 50%로 하자" 별의 별 말이 다 있었음


기나긴 설전 끝에 1000원 차감제를 도입하고 수수료를 20%로 조절하는 것으로 물류사업 회의는 막을 내렸는데

애들이 줄긴커녕 셔틀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서비스가 좋아지면서 회원 숫자가 더 늘어나기 시작했음

그래서 이치에 밝은 빵피아 조직단은 수수료를 25%로.. 급기야 30%까지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때쯤하여 빵피아들은 버스따위 쳐다보지도 않았고 기본요금 택시도 마음대로 타고다니는 사치를 부림...ㄷㄷ


그러던 어느날 특기가 투포환인 주임 선생님이 빵피아들을 집합시켰고

결국 빵피아집단은 해체당한 뒤 학교에서 돈벌이를 하였다고 전원 교내봉사 정학(하루)을 받음...

졸지에 잘 나가던 정통 물류사업가는 상그지가 되었음...




내가 이때 걸리지만 않았어도 대학교 등록금은 벌어놨을텐데....ㄲ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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