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 - 11편 과학과 공학의 차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5463784
'앞으로 우리가 가지게 될 직업에 대해서'라는 제목은 너무 길어져서 좀 간단하게 바꾸었습니다.
과학과 공학은 서로 이름도 비슷한 경우가 많고(화학과, 화학공학)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뚜렷이 구분되며 지향점이나 특성도 많이 다릅니다.
물론 화학과나 화학공학의 경우에서 보이듯이 같은 '화학'이라는 분과를 활용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서로는 혼동되면 각 과 교수님들이 싫어하실 정도로('화학이 좋아서 화학공학을 왔어요'라는 면접생의 답변을 자주 듣기도 하고 별로 선호하지도 않는다고 현직 화공과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뚜렷이 구분되기도 합니다.
(취업깡패라고 불리는 전.화.기 중 하나인 화학공학은 포항공대를 비롯하여 한국에서 유망한 공학과 중 하나입니다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12 )
쉽게 말하자면 '과학'은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 인간 지식의 확장을 목표로 하지만 '공학'은 그런 과학이 밝혀준 사실들을 바탕으로 현실에 써먹을 수 있게 가공하는 학문입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무슨 말인지 좀 정확히 알기가 어렵죠.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화학과 vs 화학공학과'가 직접 충돌한 재미있는 사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느 화학실험과에 교수님과 제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교수님은 '화학과'출신이셨고, 제자는 '화학공학과' 출신이었습니다.
어떤 물질 A와 B를 섞어서 C를 뽑아내는 일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화학과와 화학공학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논쟁이 벌어집니다.
화학과 출신이신 교수님은 '구체적으로 A와 B가 섞여서 그 반응의 과정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커니즘을 정확하게 탐구하고 알아내야한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반해 화학공학과 출신 제자는 '그 과정을 세세히 알 필요는 없고, 우리는 단지 A와 B를 서로 다른 조성으로 섞어서 실험해본 후, C가 제일 많이 나온 최적의 조합비율을 알아내서 그 방법으로 C를 대량생산하면 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화학공학은 화학 자체에 대한 탐구보다도, 화학적 성질이나 원리를 응용하여 정제, 분리, 설계 등을 하는 학문입니다. 전통적인 성격이 강한 화학과와 달리 화학공학은 응용지향적이고 현실성에 밀접한 학문입니다
https://admission.postech.ac.kr/bbsLink.do?f=sub6-1_read&boardId=GSKO_POS_YEAR&BOARDSEQ=193&iNowPage=6 )
저 논쟁의 흥미로운 점은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순수한 연구원으로서의 자세, 탐구, 과정의 규명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그런데 A와 B가 서로 어떤 과정과 원리를 통해 C로 합성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굳이 일일이 실험하지 않고도 최적으로 C가 많이 나오는 조합비율을 찾을 수 있겠죠.
그러나 후자는 그렇게 시간을 들여 정확한 과정을 규명할 필요도 없이, 결과지향적으로 C가 잘 나오는 조합 비율만 예측한다면 곧장 현실적인 이득으로 연결되니 좀 더 빠르게 결과에 다가가자는 초점입니다.
두 주장에는 각각의 뚜렷한 시각이 존재하며,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예컨데 화학과의 주장대로 정확한 합성 원리를 규명하면 합성에 더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죠. 화학공학도의 주장대로 실험적이고 경험적으로 조합비율만 바꿔보면서 결과만 바라본다면, 어딘가에 존재할 미세한 최적점을 찾지 못할 한계도 존재합니다.
특히 화학과는 다른 순수학문에 비해 더 전통적인 느낌이 강해서 레포트도 직접 손으로 다 쓰게 하는 등 특색이 존재합니다. 화학공학 입장에서는 단순히 타이핑으로 더 빨리 끝낼 수 있을텐데 왜 답답하게 저 방법을 고수하느냐고 지적할 수 있는 문제이죠.
(삼성전자에서 최근에 출시한 QLED 디스플레이 TV
https://www.currys.ie/ieen/tv-and-home-entertainment/televisions/televisions/samsung-qe55q80ratxxu-55-smart-4k-ultra-hd-hdr-qled-tv-with-bixby-10191540-pdt.html )
필자도 이런 비슷한 논쟁을 겪은 바 있습니다. 과거 R&E 사업으로 '양자점'이라고 요새 삼성전자에서 QLED TV라고 새로 출시한 제품과 관련된 나노소재를 공부한 바 있습니다.
거기서 전 '좀 더 확실한 결과를 위해서 양자점을 적당히 가공한 제품을 찾아서 연구에 사용하자'라고 주장했고, 화학교육과이셨던 지도교수님은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인 사고방식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양자점을 직접 합성해서 테스트를 해야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나름 서로 근거와 시각이 뚜렷한 주장이었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공학은 결과지향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현실성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고, 과학은 연구와 경험을 중시하고 현실적인 성공 여부보다도 지식의 누적과 규명에 초점을 맞췃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https://orbi.kr/00022647289 - 1편 개요
https://orbi.kr/00022813962 - 2편 다양성
https://orbi.kr/00022881733 - 3편 문화대혁명
https://orbi.kr/00023040442 - 4편 번외편 국력
https://orbi.kr/00023419806 - 번외편 통역, 외교관
https://orbi.kr/00024502654 - 5편 조선의 경제학
https://orbi.kr/00024607294 - 6편 역할분담
https://orbi.kr/00024710368 - 7편 조선의 경제학, 독과점
https://orbi.kr/00024760290 - 8편 창의성
https://orbi.kr/00024817233 - 9편 번역
https://orbi.kr/00024894728 - 10편 판소리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 문제같은 경우는 b_2=-2, b_3+b_7=0에서 d=2, a_5=4라는 조건...
-
삽질도 존나고해보고어멍청한 짓도 해봐야 비효율에서 효율이 나오는거
-
아오 어지러
-
산문은 독학할건데 운문은 인강이 필요할 거 같음 운문강사 추천 ㄱㄱㄱㄱㄱㄱㄱ...
-
탐구도 예시문항 풀어보니까 통사통과라 개쉽던데 내신도 5등급제고 수학범위...
-
초딩부터 고딩때까지 영어에 돈 겁나 썼는데 만년 44444444 나랑 똑같은 테크탄...
-
조건부 끝냈고 이제 들어간다 ㅋㅋ
-
시급날먹같자나
-
본인 문학 화작은 다맞는데 푸는데 45~50분씀…독서는 한개 풀고 나머지는 밀어왔음...
-
지금 문과로 다니고 있고 고등학교 때 이과였어서 그런지 학과가 너무 안 맞고 배우는...
-
가능충 ㅈㅅ합니다 백분위다 중간값정도 화작기하생윤사문 공대어디까지 가능할까여
-
스윙칩마딛네 1
처음먹어보는데 두봉지 순삭이구나
-
걍 논술공부하는게 이득아님?
-
기하 72 사문 41 생명 39..
-
디저트도 먹어ㅛ 8
-
이 문제 난이도가 4점중에서 상중하 중에 어디쯤 될까요? 그리고 제가 이 문제를...
-
수학나형 백분위 92 3등급 이거 뭐임 백분위 92가 3등급인 시절이 수능 역사상 있었음?? 뭐지
-
이감 중요도 몇회차에 들어있어요??
-
작년에 사놨는데 그냥 써도 되려나..
-
내가 글쓴거보면 0
글쓰기가 아니라 글싸기인듯
-
비문학 연습용으로 10
리트나 경찰대 풀어보는거 도움되나여?
-
ㅠㅠ
-
빵수
-
진짜로 미확 만표가 1점 차이난다고? 내가 이 1점을 위해서~~~?
-
다음주 금요일부터 해야할듯...수12확통인데 강의수도 엄청 많던데 할수있을까요..
-
뭔가 사문처럼 그 개념은 @@이다. 딱 이렇게 정의 내려지는게 아니라 이 사상가...
-
맛저하세요 11
초록이는 맥주
-
피곤해서 1시간 반동안 쳐잤네 엄 간게 어디야 한잔해~ 그래도 남은 한시간 반동안...
-
5월 모고 성적 언매 100 1 미적 70 2 영어 70 3 물2 20 4 생2 20 4 보여준다
-
4규 정답률 75정도 이해원 7개 중 1,2개 틀림 드릴 잠깐 봤는데 어려워보이던데...
-
사실 사교육만 없어져도 대한민국의 사회문제 대부분이 해결될 가능성이 큼 14
일단 대한민국의 사회문제라고 하면 1.저출산,고령화 2.사교육 3.높은 학구열&...
-
도저히 영어는 못하겠다 하기싫어
-
여중생같은데 번따해도 되나? 일단 챗지피티한테 물어봤는데 법적으로는 상관없다는데 ㅇㅇ
-
선동 3
앉은서
-
이건 무슨병임? 의대가면 배우냐?
-
독재 하 2
존잘남 옴 큰일났다
-
수학 엔제들 회독하시나요 아니면 한번풀고 오답만 정리하시나요??? 18
가격이 너무 비싸네요 어떻게 하시나요???
-
민주당 집권하고나면 여자랑 원나잇 하는거 조심하셈 이번 동덕사건만 봐도 성범죄...
-
머구러셀 문이과통합 34등 ㅁㅌㅊ?
-
어떤 책으로 하는게 좋을까요? 1ㄷ1 과외중인데 선생님이 책 정해오라고 하시네요...
-
만약에 내 이상형 앞에있으면
-
180석쳐먹어ㅛ던거 생각하면 절대아닌가
-
개념완성 강의 필기 차이 많이 나나요 ??
-
공부좀해볼가 12
실력발휘좀 해볼가 안할레
-
나도 실모풀래!
-
11일차 0
화작을 하기로 했어요
-
냐옹
-
잘하게된 강사 누구잇나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