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후적 풀이, 쓸모없다? (200616)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066660
안녕하세요 :)
많은 분들이 사전적 풀이와 사후적 풀이에 대해 고민하시더라구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사전적 풀이는 '문제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이고
사후적 풀이는 '채점하고 해설을 본 뒤,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입니다.
최근 사전적 풀이를 강조하는 의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깔끔한 풀이라도,
내가 시험장에서 떠올리지 못하면 의미 없잖아 선생!
저도 사전적 풀이를 강조하는 편이에요.
시험장에서 써먹을 수 없는 멋진 풀이보다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현실적인 풀이가 낫다고 생각해요.
깔끔한 한방보다는 지저분한 노가다가 낫다고 자주 말합니다.
그럼 사후적 풀이는 쓸모없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같이 문제 하나를 풀어볼게요.
20학년도 6월 모의평가 가형 16번입니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니까 한번 풀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이 문제를 고른 이유는, 제가 이걸 시험장에서 틀렸기 때문입니다.
1. 사전적 풀이..?
부끄럽지만, 시험장에서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g(x) 미분? 도함수? 음... 이게 뭐지?
f(x) 도함수 줬네? 에라 모르겠다 미분이나 하자 ㅋㅋ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같이 따라가 볼까요?
g(x)의 도함수를 구해볼게요. 계산이 복잡해서 분수 미분법을 잘 써야 합니다.
이게 맞나...? 문제에서 x=π를 주었으니, 대입이나 해 보자.
음... 여기서 어떡하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저는 여기에서 막혔고, 다른 문제를 풀다 왔습니다.
그제서야 놓친 걸 깨달았죠.
어이구야 g(x)에 π를 대입하는 걸 까먹었구나, 얼른 대입하자.
답은 이렇게 나오고요,
저는 대입할 때 계산 실수해서 틀렸습니다... ㅎㅎ;;
어려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무지성으로 풀어도 답이 나오긴 합니다.
2. 자연로그를 이용한 풀이
시험 끝나고, 같은 반 친구들과 얘기하던 중,
자연로그 씌우면 5분컷이던데 ㅋㅋ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풀이는 간단합니다.
항등식의 양변에 자연로그를 씌운 뒤, 양변을 미분하면 됩니다.
선생, 설명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니오?
풀이에 오류가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오류가 뭔지 한번 고민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힌트: 로그 안 진수와 관련이 있어요.
3. 풀이를 보고 든 생각
그때의 저는 자존심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친구가 떠올려낸 풀이를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했습니다.
'이건 너무 발상적이야.'
심지어, 계산실수로 문제를 틀려놓고는,
'계산이 너무 많아. 평가원스럽지 않아'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평가원 기출이 평가원스럽지 않다니, 코메디죠.
사실 계산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4. 사후적 풀이에서 얻어갈 수 있는 점
결론적으로는, 진수조건 때문에,
무지성 자연로그를 쓰면 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로그 안 f(x), g(x)가 양수라는 말이 없거든요.
하지만, 이 풀이에서 알아갈 수 있는 점은,
꼴의 함수가 나왔을 때,
자연로그 미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앞으로 문제를 풀 때,
가 등장한다면, 어 이거?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죠.
문제를 본 순간, 어 이거? 라는 발상이 들면,
그때부터는 여러분이 활용할 수 있는 사전적 풀이가 됩니다.
5. 결론
저는 이 문제를 지금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도
처음 제가 풀었던 분수 미분법을 사용합니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비록 답을 맞추었더라도,
사후 분석을 통해 다른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잘 체화한다면
사전적 풀이에도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사후분석도 중요하니까,
사후분석의 중요성을 잊지 말자는 게 오늘의 결론입니다.
사후분석으로 얻은 아이디어는 큰 자산이 될 수 있어요 :)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시면 성심껏 답변드릴게요!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 댓글 부탁드립니다 :)
수학 칼럼)
실수를 줄이는 현실적 방법 https://orbi.kr/00072183669
모의고사 당일에 '무조건' 복기하세요 https://orbi.kr/00072575369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N제 활용법 https://orbi.kr/00072763112
계산실수가 많다면 버려야 할 습관 https://orbi.kr/00072173494
진도가 늦어서 불안할 때 https://orbi.kr/00072313784
공부해도 성적이 안 오르는 진짜 이유 https://orbi.kr/00072860292
당장 써먹는 실전 복습법 https://orbi.kr/00072957487
체계적으로 문제 읽기 1 https://orbi.kr/00072237485
체계적으로 문제 읽기 2 https://orbi.kr/00072300008
극한상쇄 (231114) https://orbi.kr/00072371992
부정적분은 적분이 아니다 https://orbi.kr/00072697375
0 XDK (+5,500)
-
5,000
-
500
-
반박시 우리집 와서 빨래 접어주길 바람
-
앞으로 못 볼 생각하니깐 너무 슬펏음 ㅜㅜ
-
에....여기엔 조금 오해가 있습니다 한때 물리학과를 비롯한 공대가 다 쓸어담던...
-
확통은 0
엔제가 필요한가요? 아님 기출만으로도 충분한가용
-
학교에서 경합 붙으면 567모 기준으로 판단한다는데.. 솔직히 잘 칠 자신이 없어서 불안하네요ㅠ
-
문학이랑 언매까지 만들어서 풀세트 모의로 뿌릴까
-
넘무 뒤처져써.. 12
이제 통합기출이라니이 갈 길이 멀구나
-
그건 바로 이 글을 읽는 "너"라는 것 학평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니까 과몰입하지...
-
잘자요 모두들 13
5월 모의고사 화이팅이에요 고3 아가들은 폰 너무 오래 붙들고있지 말구 일찍 주무셔요 내일 봐요
-
미적사탐이야뭐요즘많이보이고
-
급) ㅈ됨 13
내일 어버이날인거 까먹고 선물 준비 안했는데 급하게 만들거나 편의점에서 사올수...
-
아그냥같이살고싶다
-
요즘 수면패턴 ㅈ됨..ㅋ 예열지문만 뽑고 자려구요 다들 잘자~
-
수학 n제 추천 0
작수 미적 72 입니다. 스블 원솔멀텍 다했는데 n제 뭐 푸는게 좋을까요? 4규...
-
내가 사범대가 아니라서.. 사범대 가지말라고 해야함
-
수능끝나고 3
삼수 준비하기
-
바로 아이디어 해도 될까요? 아니면 기생집 2,3점하고 아이디어 할까요?
-
아시는분 제발 알랴주세여 ㅠ
-
어떻게 봤는지 진짜 이해가 안 댐..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랑 개구리남자 <<< 절대...
-
잠이 안와!! 1
좀만 더 놀다가야지
-
지금 중국이 나라 하나 통째로 쳐먹었는데 아무도 모름 3
이나라인데 중국 공산당이 100% 지배하고 투표권도 중국인한테만 있다고함... 세상 무섭네요
-
발췌독이 우월전략인건가 나도 한번 연습해볼까…?
-
ㅈㄱㄴ
-
중국인 거리 1
어려운 지문임
-
리짜오밍각하를 존경하기 때문임
-
뉴런 시냅스 끝냇고 n제 하려는데 김기현 선생님 2024 커넥션 괜찮을까요..?...
-
국정원 기밀문서 사야할까요?
-
진짜임
-
술먹을까 2
심히 고민되네
-
20수능 가형 3
만점이 대단한걸까 24수능 미적 만점이 더 대단할까?
-
전 게시물 올린 뒤로 여르비분들 연락이 좀 와서 연락하다가 갑자기 선물을 보내주심…...
-
오르비 잘자요 1
내일 봐요
-
지문은 2024년 예술계의 주요 변화와 트렌드(지속가능성, 디지털/AI 예술,...
-
개처망햇슴 1
진짜 말그대로 개처망함 다항함수 미분 잘못하고 인수분해 잘못하고 이미 뺀 상수항...
-
대략 백분위로 어느정도가 합격선일까요 감이 안잡혀서용 ㅠㅠ 화학과 생명과학과 같은거용
-
제가 그때당시 설대식 406.xx였고 그분이 설대식 424.xx였나 그랬음 근데...
-
오르비 잘자요~
-
인문학책 두꺼운 건 건드릴 엄두도 안 나는데 소설 같은거 말고 철학책이라던가 역사서...
-
6모 전까지… 0
국어 매일 인강민철 강민철 현강에서 매주 이감 모고+강E분 n제 강E분 문학 완강,...
-
어지럽다 2
말이 안나오네
-
한번 정 떨어지면 사람의 단점만 보이나봐요 답이 정해진건 당연하고 참 허망하네...
절댓값을 씌우고 로그를 취하자
음수에 로그를 씌우면 오일러 귀신이 꿈에 나와요
저거 자연로그 풀이가 오류?인가요? 절댓값씌워도 되지않아요? f(pi)가 0이아니라서 근방에서 f가 0이 아니라 f가 음수더라도 절댓값 씌우고 미분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거 아닌가
친구의 풀이는 절댓값이 없었어요 ㅎㅎ
절댓값이 없어서 오류입니당
+ 추가로 g(x)에 절댓값 씌운 녀석이 미분가능한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결론은 미분가능하긴 합니다. 함부로 로그를 씌우면 안 된다는 게 제 요지에요 ㅎㅎ
글에 자연로그를 사용해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써있는만큼 학생들이 오해해서 가기 딱 좋은거같은데요...
아 다시 읽어보니까 오해하실 수도 있겠네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ㅎㅎ
걍 양변에 exp(x) 곱해서 곱미분으로 계산하는 게 나은 듯
그것도 좋은 풀이죠 ㅎㅎ

1번에 '부끄럽지만' 이라고 쓰시려 한 듯한데 오타가 있네요사후적 풀이도 그 자체로 얻어갈 것이 있고
추후 다른 문제에 적용될 여지도 있으니 나름의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엇 오타가 있었네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