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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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에서 하나가 바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였습니다. 다소 결론이 충격적이었는데,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상상하듯이 결론이 뭐였냐면 '단순 암기식으로 몽땅 머리에 때려박고 생각과 개성을 죽이고 교수님이 주입해주는 대로 답안에 옮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으며,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녹음 녹화 필기하고 2,3번씩 반복하여 완전히 암기하는 것이었으며,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학생인 것 같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고 쩔쩔 맸다는 내용' 입니다.
약간 웃픈 사연이 좀 섞여 있는데, 한창 고등학교 자퇴 고민으로 마음이 심란하던 저에게 그나마 대학교 교수님들이 '그래도 대학은 좀 다르다. 대학에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라고 위안과 위로를 해주셔서 좀 희망을 가졌었는데, 아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마저 고등학교와 별반 다를 바가 없구나 나라는 존재는 한국에서 갈 자리가 별로 없구나 다시 절망감의 구렁텅이에 미끄러져 끌려들어간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중졸은 면했네요;; ㅎㅎ;;
아마 서울대를 나온 학생들 중에 많은 이들은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며,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할텐데 확실히 이 책의 요점은 학점 4.3점 만점의 4.0 이상의 최우수 모범생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이며, 이 친구들 또한 서울대에 와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학생들을 보면서 말합니다 '보통 저런 (창의적인) 친구들은 학점이 낮다'고요. 실제로도 낮게 나왔습니다 ㅋㅋㅋ
이 책에서 그러한 태도에 문제제기를 하는데, 그 와중에 꽤나 그럴듯한 논리로 자신의 무비판적이고 수용적이고, 암기 위주의 공부 방식의 정당성을 옹호(막무가내로 옹호한 것은 아니고, 나름의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의견을 냈었습니다 간접적으로 전달을 하려니까 좀 왜곡 없이 전달하기가 힘드네요)를 하던 학생의 논리가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아직 고작 학부생이지 않냐. 그래도 일단 뭔가 요리사 자격증을 따기로 주방에 들어가서 처음 배울 때는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부터 일단 머리에 암기를 하는 것이 우선인 것처럼, 우리는 아직 지식을 수용받아야 하는 어리고 젊은 학생으로서 수용적이고 무비판적인 태도가 그렇게까지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 학생의 일화가 기억이 납니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가 나름의 설명을 했었는데, 엄청 와닿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오해랄까요, 과연 우리는 언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의견을 내고, 그 연습을 하며 사고력을 발휘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 나름 좀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전에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살아갑니다. 뉴턴부터 시작해서 온갖 획기적인 이론과 전망을 내놓은 천재들이 쌓아올린 탑을 일단 대학교~대학원 시절까지 허겁지겁 빨아들이고 따라가고 이해를 하기에 바쁩니다. 만약 우리가 뉴턴 시대 이전에 태어났다면, 뉴턴 이전까지 정립된 이론까지만 수동적으로(?) 공부를 하면 됐었을 텐데, 그 동안 꽤나 많은 천재들이 태어난 덕분에 우린 고등교육까지 꽤나 많은 이론과 내용을 상당히 오랫동안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인류가 쌓아온, 축적한 지식의 양 자체가 일단 많긴 하죠(생각해보니 항상 오늘까지의 지식이 가장 적네요. 내일에는 또 하루 만큼의 진보가 있었을 테니까요)
뉴턴 또한 만만찮은 천재지만, 그도 이전 시대에 쌓인 가설과 과학적 사실들, 예컨데 지동설에 대한 이론이나 천체물리학적 증거들이 아니었다면, 그것을 일일이 검증하고 증거를 수집하는데에 한 평생을 다 쏟아야 했었을 것입니다. 뉴턴의 업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오로지 뉴턴만의 업적이 아니라는 것이죠
https://www.gn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36319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우리는 어쩌면 심지어 죽을 때까지 수동적인 공부만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에 대해서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천재가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내가 볼때 양자역학을 온전히 이해한 인간은 없다' 그러니까 우린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평생 공부를 해도, 수동적으로 앞선 과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고 그것을 이해하는데에 시간을 쏟아도 모자른다는 소리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확장해가다 보면, 결국 우리는 언제나 초보이고, 언제나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 들여야 하고, 단지 이전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이론을 달달달 외우고(심지어 대부분을 복습을 제때 안해서 까먹기도 하고) 살아야 하나, 언제쯤 우리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하여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평생을 앞서 살아간 과학자들의 이론만 주구장창 외워야 한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요? 내가 반드시 그 모든 것을 머리에 쑤셔 박아야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대체 몇 살부터 박사를 따서 이제 본격적으로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분야를 개척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나름 내린 결론이 뭐냐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은 다름 아닌 지금 당장' 항상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너무 의미없는 말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데 나름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한번 중학교 커리큘럼을 토대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로 중학교 때 배우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이 최소 10가지, 아마 한 17가지 정도 된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https://www.geogebra.org/m/nnyscqbf
앞선 그 서울대생의 말처럼(그 서울대생을 욕하는건 아니고, 나름의 탄탄한 논리에 대해서 나름의 반론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우리는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으로 모든 지식을 머리에 집어 넣기만 한다면, 대체 언제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 중학교에 배우는 내용만 해도 이미 오래 전에 많은 학자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검증하고 연구를 한 것을 우리는 '결론'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중학교 커리큘럼이 이렇게 정립이 되기 전, 아주 먼 옛날에는 과학자들도 이런 교육을 받질 못했었겠죠? 뭐 예컨데 한번 우리 커리큘럼 기준으로 딱 초등학교 수학까지만 기존에 알려져 있었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그럼 지금 우리가 배우는 커리큘럼의 중학교 내용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서, 과거의 학자들은 초등학교 수준의 공부를 우선 한 이후, 본격적으로 피타고라스 정리 등 새로운 이론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특히 피타고라스 정리를 제가 가져온 이유는, 번뜩이는 관찰력으로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해서 한방에 도출해냈을 수도 있는 좋은 예시이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수학적 증명 없이, 이런 타일 바닥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 만으로도 피타고라스 정리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피타고라스는 이런 타일 패턴으로부터 힌트를 얻고 나서 수학적으로 엄밀한 정리와 증명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겠죠
https://blog.naver.com/kymmath7951/222145139461
자 이제 한 계단 더 올라가서 시대가 흐르고, 우리 기준 중학교 커리큘럼까진 완성이 되었고 이제 우리의 고등학교 커리큘럼에 해당하는 내용을 새롭게 알아야 하는 가까운 과거의 학자들을 생각해 봅시다. 이들은 우리 기준 중학교 수준의 커리큘럼까지 배우고 나서, 새로운 이론과 통찰, 연구를 통해 우리가 지금 고등학교 때 배우는 커리큘럼에 해당되는 이론들과 내용을 찾아냈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지금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들은, 과거 대학자들이나 무수히 많은 이론가들, 사상가들이나 과학자들이 온갖 경험을 쌓고 연구를 통해 조금씩 축적을 해온 것이고 우린 그 완성본을 요약을 해서 보고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요약본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이미 이전에 오랜 시간 많은 학자들이 쌓아온 정보들(최소 한 6천년 짜리 인간 역사)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전부 복기하기에는 우리의 시간(100년? ㅋㅋㅋ)이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전 결정적인 단서를 얻어내었습니다. 우리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배운 커리큘럼 딱 그 수준에서 곧장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왜냐하면 지금 커리큘럼까지 배우고 나서, 우리가 아직 배우지 않은 커리큘럼까지 밝혀낸 학자들은 딱 우리의 상황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동원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많은 학자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했던 결과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쉽게 습득할 뿐이지, 정말 그 사람들이 연구에 쏟은 시간처럼 F=ma를 증명하고 밝혀내는 데에 몇 년을 쏟아붓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F=ma라고 배우는 것부터 온갖 이론들은 단지 간략하게 요약을 한 것들을 좀 이해하고 빠르게 암기하기 쉽게 정리를 한 것이고, 우리는 그 과정에 무수히 많은 학자들이 던졌던 가설들과 질문들, 논쟁들, 철학적 고민과 연구들을 전부 복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말이 좀 빙 둘러가는 것 같아서 다른 예시를 들자면, 예컨데 극단적으로 지금 우리가 딱 대학교 4학년까지 배우는 내용까지 우리 인류 지식의 최전선이라고 가정을 해 봅시다. 만약 앞서 서울대생의 논리대로라면 우린 대학교 4학년까지는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으로 오로지 지식을 암기하고 머리에 집어넣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딱 대학교 4학년이 되고 나서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딱 그 이상부터 정답지와 답안지가 없고, 밝혀지지 않아서 어디서 배워서 바로 암기를 해올 수가 없기 때문이죠.
이때 드는 제 의문이 바로 이거였습니다. '그럼 그때 창의성을 처음 발휘하면 잘 발휘할 수 있을까?' 애초에 우리가 암기하고 이해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부하는 것 또한 인간의 창의성과 관찰, 상상력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물이고 단지 우리는 지금 읽고 소화하기 쉽게 가공된 형태로 받을 뿐이지, 뭐 <프린키피아> 원문 같은 것을 보면 저도 이해를 못 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물리학자이면서 동시에 물리학적 상상력이 대단히 뛰어났던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가정해서 상상해봄으로서, 이전에 알려진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하여 시간과 공간이 서로 연관이 되어 있으며, 뉴턴 역학과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했죠. 저도 고등학생 때 물리1을 공부하면서 대체 이 인간 어디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참 발상의 시작이 정말 궁금하더군요
https://wonder60.com/entry/%EB%AC%BC%EB%A6%AC%ED%95%99%EC%9D%98-%EC%97%AD%EC%82%AC%EC%99%80-%EC%B2%A0%ED%95%99-%EB%AC%BC%EB%A6%AC%ED%95%99-%EB%B0%9C%EC%A0%84%EC%97%90-%EA%B8%B0%EC%97%AC%ED%95%9C-%EC%9D%B8%EB%AC%BC%EA%B3%BC-%EC%9D%B4%EB%A1%A0
우리가 지금 단편적이고 간단히 스낵처럼 먹는 지식 또한 마찬가지로 연구자들은 몇 년을 걸쳐서 연구를 하고, 증명을 하고 실험을 하고 남들을 설득하고 논리적으로 주장을 해서 논쟁을 거쳐서 논문이 인정을 받고 학회에서 주류 정설로 받아들여진, 매우 험난한 과정을 오랫동안 거친 것들입니다. 그것들이 모두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상상력의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단지 당장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이유로, 일단 암기를 하라고 사회에서 교수님들이 시키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대체 언제부터 창의성이라는 것을 발휘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오랫동안 수동적으로 몽땅 다 암기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이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지식과 사고력인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잘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고등학교 때 왜 굳이 우리가 이미 증명이 알려진, 정답으로 알려진 수학 문제를 풀고 증명을 유도해보나요? 그 새로운 이론을 발명하고 찾아낸 사람들 만큼은 아니지만, 그들과 비슷한 정도의 비판적 사고력과 상상력 창의성을 발휘하여 나름의 논리를 전개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당장 저도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 방법이 떠오르는게 많아야 한 2개 정도인데, 나머지 15개 정도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밝혀냈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비록 그들의 기존 방법과 동일하다 하더라도, 지금 제가 가진 지식으로 새롭게 사고하여 다른 증명법을 찾아내는 것이 완전히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행동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이미 17가지나 다른 증명이 나와 있으니, 내가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증명을 시도해서 괜히 이미 알려진 방법을 중복해서 하는 것을 헛수고라고 생각하고, 그냥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서 다른 15가지의 방법을 찾아서 암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순 있겠습니다. 이런 학생은 뭐 대학교 시험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써보시오' 같은 문제에서는 고득점을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창의성을 어릴 때부터 기르지 못하고,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공부법에 쩔어서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거세당한 학생은 결코 나중에 박사 과정을 밟고, 현대 인류 지식의 최전선에 다다르어서 새로움을 탐구할 때는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팔 운동만 했는데 갑자기 마라톤 뛰라고 하면 잘 할 수 있겠어요?
제가 최근에 신경과학에 대한 논문 공부를 하고 토론을 하며 창의성을 발달시키면서 비슷한 것을 느낍니다. 분명 제가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고 정리하게 된 지식이 이미 세상에 나와 있어서, 논문으로 출판을 하기에는 무가치한 지식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나름 제가 가진 지식의 한계를 가지고, 그것을 조합하여 새로움을 창조해낸 경험이 있고, 그것을 통해서 실제로 현실에 논문이 나와서 검증이 된, 현실성이 있고 맞다고 검증된 아이디어로 결론이 났다면 제 논리력과 상상력 창의력이 결코 망상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분명 학자들의 최고의 덕목은 좋은 논문을 많이 그리고 잘 쓰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논문에서 없던 부분을 파헤쳐야 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결과에 불과합니다. 그런 결과를 잘 내기 위한 과정으로서, 기존의 논문을 딸딸딸 암기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적당히 한정된 지식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유추를 해보았고, 그게 비록 기존에 다른 곳에서 밝혀내고 알려진 사실로서 중복되었기에 논문으로 집필할 가치는 부족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단련된 제 체력, 창의성과 상상력은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학에서 교수를 새로 채용할 때도 주로 보는 것은 얼마나 좋은 논문을 얼마나 많이 적었느냐로 판단을 합니다. 마치 우리가 점수로 입결을 결정하듯이, 교수님들도 어떤 사이트에서는 논문의 양과 각각의 피인용지수를 어떻게 잘 계산을 해서, 일종의 점수화하여 교수님들마다의 전투력(?)을 측정한 곳도 있더군요
https://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6
그리고 나름 그런 고통과 창작의 열정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공부했을 때보다 더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다는 것이 교육계와 학자들의 공통적인 경험이자 진리입니다. 단순히 F=ma를 하루 종일 딸딸딸 외운 학생 보다는, 뉴턴 역학의 역사와 배경을 통해서 F=ma가 어떻게 수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는지를 유추를 해 가면서, 결국 F=ma를 나름 증명을 한 학생이 훨씬 해당 식에 대해서 조예와 내공이 높다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일단 논문이라는, 좋은 연구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행 연구를 공부하면서 중복된 아이디어를 회피하는 것이 우선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그간 고등 교육까지 받으면서 단련한 것은 단순히 암기력만이면 안된다는 것이죠. 나중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여 인류가 알지 못하던 분야를 파고들어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할 때, 그동안 창의성과 상상력을 단련시키고 훈련하지 않고 그냥 단순 암기만 주구장창 했던 연구자는 분명 굉장히 큰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라는 말이 전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당장 시험을 잘 치는 것에는 왕도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답안지를 어떻게든 얻어내는 것입니다 해킹이 되었든 뇌물이 되었든. 당신의 사고력과 내공과 상관 없이 성적표에는 좋은 점수가 찍힐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사고력과 창의성이라는 관점에서, 그것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요소와 노력이라는 요소, 직접 경험해보고 증명을 해보며 과거 이 이론을 찾아낸 학자가 대체 어떤 근거들을 바탕으로 관찰을 해서 사고력을 발휘했을까 따라가보는 것이 아주 건설적이고 괜찮다고 봅니다.
물론 결과를 새롭게 내야 하는 박사가, 이미 다 알려진 F=ma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으면 그것은 다소 합목적성이 떨어지고, 적절한 전략이 아니라고 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박사를 달기까지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무엇을 훈련해야 하는가, 박사가 되었을 때 진정 암기와 수동적인 태도가 중요할 것인가, 아니면 그때 중요한 창의성을 위해서 미리미리 조금씩이나마 간단한 지식과 이론에 대해서 증명을 시도하고 재해석을 시도하여, 비록 인류에게 새로움이라는 가치는 가져오지 못하였으나 스스로에게 창의성이라는 가치를 가져오는 행동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창의성을 키워야 하냐고요? 바로 지금 당장입니다. 지금 우리가 배운 내용들은, 아마도 먼 과거 어떤 학자가 가진 최고 수준의 지식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지식 수준에서 무언가 새롭고 이전과 다른 이론을 뽑아내고 유추해낼 수 있다면, 그건 우리가 과거 그 학자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따라가고 성취했다는 말일 것입니다.
https://m.blog.naver.com/say2talk/221329197520
이제 좀 이해가 가실까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탄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 학자들이 경험하고 관찰하고 찾아낸 것에서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편안히 공부를 하고 한 걸음 더 내디딘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우린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는 과정 속에서, 거인이 어떻게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근거와 당대의 한계를 통해서 무슨 상상을 했었는지 그 사고 과정을 탐구하고 창의성과 상상력을 조금씩 훈련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미 남들이 다 알아냈고,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내가 혼자 밤 새서 끙끙거려서 유추해내고 증명하는 것이 뭐가 의미가 있냐 그냥 책에 적혀 있으니까 그대로 읽고 이해해서 응용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도구적이고 목적지향적인 느낌이 강한 공학 계열에선 그게 좀 더 강조되고, 거인의 어깨를 올라가면서 음미하기는 커녕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서 우위를 점거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유를 할 여유가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조금 비겁하고 치사한 느낌 안드나요? 왜냐하면 뉴턴이 만약 지금 시대에 태어났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까지 공부를 하고 나서 여기서 더 한 걸음 인류의 진보를 이뤄냈을 것이거든요. 단지 우리는 먼저 태어났냐 늦게 태어냤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딱히 우리가 더 천재이거나,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오만해져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수동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 더 많아질 수록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반대로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너무 목적지향적이고 결과지향적으로 본다면, 우리가 무엇을 시작하건 이미 그 분야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분야의 천재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쫓아가서 추월하려는 것은 굉장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준 발판 위에 우리가 올라 타서 높이 뛰었기에 비로소 과거의 사람들보다 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딱히 선천적으로 타고나서 비판적 사고력이 충분해서 그 부분을 소홀히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힌트가 될 근거 자체가 빈약했던 과거에 태어났던 사람들이 적은 경험과 관찰만으로도 놀라운 통찰과 결론을 내린 것을 보면, 분명 우리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앞선 모든 이론가들의 사상과 주장을 모두 다 암기를 한 다음에서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가 오늘 새롭게 배운 것에 대해서 적용하면서 조금씩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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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71244421 - 59편 참된 지능이란 생명체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https://orbi.kr/00071521281 - 60편 왜 컴퓨터 공학자들은 인문학과 생물학을 강조할까?
https://orbi.kr/00071742735 - 61편 LEET 찍먹해본 후기와 감상평
https://orbi.kr/00071781252 - 62편 글쓰기와 자아 성찰
https://orbi.kr/00071880362 - 63편 선형성과 빈선형성
https://orbi.kr/00072035544 - 64편 국어든 영어든 논쟁이든 과대해석은 금물입니다
- 65편 우리는 언제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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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수학 ㅗㅗ 4
놀라운건 저게 시간표 최고의 시나리오라는거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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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세명 그림그려드림 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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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아침 8시 기상이네 우짠댜 하루에 3시간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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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오르비 0
On 근데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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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입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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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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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롤이 망겜 같은게 10
예전에 날고 기던 프로게이머가 지금까지도 현역 상위 폼을 유지하는걸 보면 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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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2 0
영어단어 수특3강/1,2강 복습 영단어장 40단어/40단어 복습 내일부터는 한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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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최저 2
교과 최저 맞출 때 선택 과목 상관 있나요? 예를 들면 공대 가려면 미적 선택, 과탐 선택 이런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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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게 오르비하기 10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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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들키면 옯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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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뭨일잇나요 7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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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HS반 갈라면 성적표내라는데.. 잃어버렸어요 혹시 재출력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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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강기분 언매 쭉 타려고 햇는데 너무 안맞음 전형태로 바꾸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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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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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권 풀어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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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일반고 다니는 예비 고3입니다 생기부는 좋지 않아 교과 또는 정시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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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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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에 내접하는 사각형 ABCD가 있다. (∠BAD<∠ADC) M은 A를 포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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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금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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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종종 3
술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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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서 인스타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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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짓거리를 또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무서워요 특히 수학문제 인스타에 뜰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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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1
이젠 리버풀한테 더블까지 당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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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 0
개 큰 여드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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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수특만 사서 해도 되죠?? 전년도꺼는 할 필요 없는건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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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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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마요에 청양참치마요, 김볶참치마요, 베이컨참치마요, 스팸김볶, 계란볶음, 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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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테스트 ㅇㅈ 12
시간 없어서 뒤에 7문제 정도 날렸네요 멍청해서 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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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랍지만 난 살면서 고대생을 단 한번도 보질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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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마 못 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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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확통 개념 0
현역 미적분으로 수능에서 공통 2틀 미적 5틀 해서 74점 받았습니다. 확통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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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면.. 0
내 자식은 공부하고싶은데 돈없어서 울게는 안할거임 너무 많이 그랬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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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쟈 2
언매필기보다가 스르륵 잠들예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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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같은거 먹고 싶을 때마다 부담없이 시켜먹고 시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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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타워급 웅장한 건물 서울한복판에 하나 세우고 수집품으로 박물관 하나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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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멀어진다 1
다시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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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쪽팔려서 힘든건 맞는데 티낼필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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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3되고 상경계열 외에는 생각 안 해봤는데 갑자기 산업공학과를 알게됨.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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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1
이번에 재종이랑 기숙생긴거 보면 그냥 현역들 좆되라는거 아님? 난 왜 그생각밖에 안드냐 자살하고싷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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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스타장점 5
공스타 올리려고 최소한의공부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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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살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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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때 시험지 풀면서 풀었던건데 모르니깐 멘탈이 나감 스윽 훑으면서 다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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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변할까 2
한 번 더 할 수 잇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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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바꾸기전에 언질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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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 레전드 0
내일 7시에 일어나야되는데 지금자면 6시간 잘수잇는줄알앗음 5시간이엇네? 망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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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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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 은테면 인싸 아니에요??? 옯친구만 100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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