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선지가 틀렸다고? 절반이 속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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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어만 계속 흔들릴까.pdf
26수능 34번, 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은 ③을 의심하지 못했을까?
34번의 정답률은 49%.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오답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작품을 이해하지 못해서 틀린 문제가 아니다.
거의 맞는 말과 정확히 맞는 말을 구별하는 것.
34번은 바로 그 차이를 묻는 문제였다.

③ (다)에서 연이 ‘솟아올라 구름’에 걸치는 것을 보고 화자가 연줄의 힘을 빌려 ‘먼 데 임’에게 가려고 하는 것은 대상의 역동성이 화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여 주는군.
이 선지를 읽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왜냐하면 <보기>에는 이미 이렇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는 대상으로부터 화자의 정서가 촉발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학생들은 곧바로 연결한다.
연이 힘차게 올라간다.
→ 화자가 임을 떠올린다.
→ 대상이 화자의 욕망을 불러일으켔다.
→ 맞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다.
그래서 ③은 틀린 선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학생들은 한 단어를 놓쳤다.
(다)의 마지막 구절을 다시 보자.
‘먼 데 임 줄맥을 길게 대어 낚아 올까 하노라.’
학생들이 머릿속에서 만든 장면은 이렇다.
‘연줄을 타고 내가 임에게 간다.’
하지만 작품이 말하는 것은 다르다.
‘연줄을 길게 이어 임을 이쪽으로 낚아오고 싶다.’
즉, 화자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임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학생들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이해했지만, 욕망이 향하는 대상을 바꿔 읽었다.
왜 이런 실수가 생겼을까?
시험장에서 학생들은 내용을 빠르게 연결한다.
연이 올라간다.
→ 임이 생각난다.
→ 만나고 싶다.
→ 내가 임에게 간다.
이 사고는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자연스럽다고 해서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평가원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운 추론을 함정으로 만든다.
학생이 작품을 대충 이해했는지가 아니라, 표현 하나하나를 끝까지 정확하게 읽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KAOS 오류 유형]
: [함정 1] 주체·출처·대상 교란
학생들은 화자의 욕망 자체는 맞게 읽었다.
문제는 욕망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실제 작품
: 화자 → 임을 이쪽으로 데려오고 싶다.
학생의 해석
: 화자 → 임에게 가고 싶다.
욕망은 같지만 행동의 주체와 대상이 뒤바뀌는 순간, 선지는 거의 맞는 말이 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선지가 평가원이 가장 좋아하는 오답이다.
상위권 학생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상위권 학생들도 처음에는 ③이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한다.
‘정말 임에게 간다고 했나?’
그리고 작품으로 다시 돌아간다.
마지막 구절을 확인하는 순간,
‘아니다. 가는 게 아니라 낚아오는 거구나.’라는 차이를 발견한다.
상위권 학생들은 감으로 문제를 풀지 않는다.
선지의 표현 하나를 작품 속 표현과 끝까지 대조한다.
[복구 코드]
수능에서 가장 위험한 오답은 완전히 틀린 선지가 아니다.
그럴듯하게 맞아보이는 선지이다.
그래서 선지를 읽다가 ‘이 정도면 맞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특히
- 누가 행동하는가?
-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
- 방향은 어디를 향하는가?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원문과 대조하자.
“그럴듯한 직관 대신 지문과의 일치 여부를 판단하라.”
[이 문제의 진짜 교훈]
34번은 작품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작품의 표현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는가를 묻는 문제다.
틀린 학생들은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바꾸어 버렸다.
수능 국어는 거시적인 내용을 아는 것은 물론이고, 미시적인 독해도 요구한다.
34번은 그 사실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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