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몬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01-13 0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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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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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어는 저번에 추천받은 '나라(nation)'이다. 


'나라'는 일단 중세국어에선 '나랗'으로 소급되는데 보이다시피 ㅎ종성체언이었다. 최초 문헌 기록은 용비어천가의 '나라ㅎㆍㄹ'과 '나라히', '나라해'이다. 그리고 월인석보나 석보상절 등의 다른 문헌에서는 '나라마다' 등의 표기가 보이니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오거나 ㄱ이나 ㄷ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오면 ㅎ이 나타나지만 이 외의 조사와 결합하거나 단독으로 쓰일 때는 ㅎ이 나타나지 않았다. '나랗/나라'의 교체를 보인 것인데 16세기부터 원래 ㅎ이 쓰이던 자리에서도 ㅎ이 탈락한 예가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나라'와 '나랗'은 서로 공존하였는데 이는 19세기까지 지속된다. 그러다 종성의 ㅎ이 탈락하여 '나라'가 정착하게 되었다.


한편 19세기에는 아래아의 제2차 음가 소실로 인해 아래아와 'ㅏ'의 발음이 같아져 과도교정을 한 '나ㄹㆍ'나 'ㄴㆍ라' 등의 표기도 등장한다. '나라'의 'ㅏ'가 원래부터 'ㅏ'로 쓰였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래아에서 변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기반으로 한 표기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나라'의 어원을 알아보자


솔직히 '나라'의 어원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일단 '나라'는 고대국어에서도 보이는 유서 깊은 표현인데 이는 일본사기에 쓰인 '素奈羅(소내라)'와 '須奈羅(수내라)'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한자는 금관가야를 뜻했던 말로 앞의 素와 須는 '금(쇠)'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뒤의 '내라'는 '나라'의 음차 표기로 보인다. 奈羅는 가야어이고, 奴나 惱, 那는 고구려어, 國惡는 신라어이다. 奴, 惱, 那의 자음은 n이나 모음의 음가가 불명이다. 그러나 [na]나 [nu] 정도로 재구된다. 그리고 가야어와 고구려어의 기록을 보면 첫음절의 자음이 ㄴ이다. 따라서 신라어의 '國惡'는 [국악]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國을 훈독자로 보고 [narak] 정도로 재구하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단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나라'를 한 번 더 나누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기문 교수와 유창균 교수는 '나라'를 뜻하는 고구려어가 내(壤, 土)와 동원어라고 보아 '흙'과 그 연관성을 찾았다. 여기서 이기문 교수는 '나라'의 '나(na)'를 땅, 흙을 뜻하는 말로 보고 뒤에 명파접 '-랗'이 붙은 것으로 보았다. 만주어와 골디어 등의 남방 퉁구스 제어에서도 'na'가 '흙'을 뜻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라'는 '땅'을 뜻하는 '나'에 접미사 '랗'이 붙어 파생된 말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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