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가망없나 [1159823] · MS 2022 · 쪽지

2022-11-16 18: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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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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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1. 내일이면 수능이니 '내일'의 어휘사를 알아보자. 


'내일(來日)'은 '오늘의 다음 날'을 뜻하는 어휘로 한자어이다. 현대 국어 '내일'은 15세기에 보이는 ‘ㄴㆎㅿㅣㄹ’로 소급된다. 'ㄴㆎㅿㅣㄹ'은 한자어 ‘래일(來日)’의 한글 표기로 이는 같은 15세기에 'ㄹㆎㅿㅣㄹ'이라는 표기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16세기에는 반치음 ㅿ의 음가가 소실되어 'ㄴㆎ일(17C)/ㄹㆎ일(18C)'로 나타난다. 18세기 이후 제1음절의 'ㆍ'가 'ㅏ'로 변화함에 따라 'ㆎ'도 'ㅐ'로 바뀌었는데 20세기에는 두음법칙이 활발해 '내일'로 나타나 정착한 것이다. 


이 '내일'의 어원에 대해서 주류 의견은 단순히 한자어로 보는 것이지만 소수설로는 고유어설도 존재한다. '앞으로 가다'를 뜻하는 '나ㅿ다'나 여기서 파생된 '나ㅿㅏ가다'에서 온 말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사흘, 나흘, 열흘에서 보이는 'ㅇㆍㄹ(日)'이 붙어 '나ㅿㆍㄹ'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 의미와 음가가 비슷한 來日과 통용되다 아예 한자어로 굳어졌다는 것인데 그닥 타당하지 않다. 'ㅏ'와 'ㆎ'의 발음은 확연히 다르며 '나ㅿㆍㄹ' 정도의 표기는 문헌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ㅏ'로 쓰인 적이 없고 '나ㅿ-'로 본다 하더라도ㆎ의 등장을 해결할 수 없다. 한자어로 보는 게 현재 국립국어원의 의견이기도 하고 주류 학계도 한자어로 본다. 


그런데 '그제-어제-오늘-내일(?)-모레-글피'에서 '내일'만 한자어인 게 이상하다. 시간 계열을 나타내는 어휘에서 유일하게 한자어인 것이다. 오히려 '작일'과 '금일'과 비슷하게 조어된 어휘이다. 그렇다면 '내일'에 해당하는 고유어는 없던 것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계림유사에 "明日曰轄載" 기록이 있는데 이는 "내일을 轄載(할재)라고 한다"라는 뜻이다. 즉 고려 시대에는 '내일'에 해당하는 고유어가 있던 것이다. 계림유사의 기록을 재구할 때는 그 당시 송나라의 중국식 발음과 중세 형태를 고려하며 재구하는데 '轄載'는 '할재', '하제', '흐제', 'ㅎㆍㄹ제'로 재구되기도 하고 '올제'로도 재구하는 등 학자마다 다르다. 그러나 ㅎ을 포함하고 그 중 '흐제' 정도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송강가사와 언해태산집요에서 '후제'라는 표기가 轄載의 후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휘적 의미를 보면 '내일'이 아니라 '후일(後日)'을 뜻한다는 점에서 '후제'의 '후'가 '後'일 수도 있다. 아무튼 轄載의 확실한 재구음은 없으나 後와 의미가 같아졌거나 발음하기가 어려워져 한자어 내일(來日)과의 경쟁에서 져 사장되었을 것이다. 언제 소실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문헌 기록에서 주로 '내일'의 전신이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근대에서 사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일이면 바로 수능인데 몸조리 잘하시고 좋은 성적 받으시길 바랍니다.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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