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허기를 경계하며: 좌절과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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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하는 와중에 가끔 허기를 느끼고는 합니다.
분명 배가 고파서는 아닐텐데, 왠지 모르게 무언가가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을 하는 와중에, 게임을 하는 와중에, 공부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크리스피 크림의 글레이즈드 도넛과 아메리카노 한 잔이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럴 때 허기에 속아 넘어가는 것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속도 좋지 않을 것이고, 집중력도 낮아지도, 궁극적으로는 비만증이 올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먹어버릴 때 우리는 그 행동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짜'에 속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짜'를 멀리하고 '진짜'를 가까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도움이 되는 것은 '진짜'니까요.)
우리 뇌는 -몸을 통제하는 최종적인 기관으로서- 간혹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는 합니다.
대체로 옳은 결정을 하지만, 한 두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뇌는 우리에게 손상을 입힙니다.
방금 언급한 폭식이 대표적이겠습니다만, 다른 예시로 폭음과 흡연 등이 있겠습니다.
과학적인 논의는 제 전문은 아니니, 얼른 제가 떠올린 상념으로 넘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뇌의 '가짜 신호'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허기는 영어로 Hunger 입니다. 그런데 Hunger 의 다른 뜻으로는 갈망도 있습니다.
허기의 이면에는 갈망이 숨어있고, 어쩌면 리비도(libido)적인 인간의 본능도 가미되었을 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런 우리의 갈망이 '가짜 신호'를 만들어 낸다고 한 번 생각을 해 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정제되지 않은 불확실한 갈망'이 가짜 신호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갈망'은 아주 폭력적이고 직선적인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갈망의 정의를 검색하면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간절하게 바라는 일'이라고 나옵니다.
좀 뭉근하고 어이없는 과장을 보태어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갈망이란 우리의 생명력을 담보로 얻어낸 추진력이라고.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지 못하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갈망이란 우리로 하여금 목적에 다다르지 못하면 죽어버린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그렇다면 갈망하는 사람들은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죽음의 각오를 불사하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됩니다.
그런데 만약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다면, 심리적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가짜 허기'의 정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짜 허기에 대한 상념을 주절주절 읊어대며, 에어컨이 고장나 더위에 헐떡이는 가운데,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여러분의 갈망이 여러분을 잡아먹는 어둠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오르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의식이 아마 대부분 같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봅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당연히 누군가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겠지요.
그들 중 갈망이 불러 일으키는 어둠을 경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짜 허기'에 휘둘리게 될 것입니다.
공부 자료를 공유한다는 명목 하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공부 자료를 수집한다는 핑계로 여러 현강 자료를 쌓아만 두고 보지 않기도 하고,
단순히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을 채우기 위해 이런 저런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트레스를 분출할 것입니다.
그 모든 행동이 '잘못되었다' 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비슷한 말은 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위험이 있을 때,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막아내어 해결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생명력을 담보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여러분은 많은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겪을 것입니다.
그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가짜 허기'를 일으킬 지 모르겠습니다.
갈망이 낳은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목표 달성의 대체제를 찾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그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않고 우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우리는 대체제에 만족해 버린 채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남을 탓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스스로 제거하지 못한 것은
결국 자신의 탓이니까요. 누굴 탓하겠습니까.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심연과도 같은 수험 생활 동안 -또는 모든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다양한 좌절과 스트레스, 불안, 초조, 예민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것 또한 온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심연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따라서 위험에 직면해 언제든 잡아먹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니까요.
제가 그러했던 것을 여러분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자 적었습니다만,
오늘따라 날이 더우니 말이 점점 중언부언에 잡설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 글은 가볍게 씹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뱉어버리셔도 좋습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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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잡아먹혀버린것 같네요 ㅠ
근데
"뭉근하다"가 무슨 뜻인가요?
사전에찾아보니
"세지 않은 불기운이 끊이지 않고 꾸준하다"
이렇게 나오는데 어떤식으로 단어 뜻을 받아들여야할까요?
'뭉근한 감자조림', '뭉근한 수프' 와 같은 용례를 생각하시면 더 좋을 듯 합니다! 저는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모호한' 이라는 뜻으로 썼는데, '러프하다와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함다ㅎ
이분은 쓰는 글마다 레전드시네
무슨 필력이... 본받고싶네요
요새 예민해지고 불안하고 그랬는데
그런것들 모두 결국은 제가 이겨내야 할 몫이라는 게 참 와닿습니다 ㅜ
좋은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