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괴물 [26215] · MS 2017 · 쪽지

2004-08-11 22:40:19
조회수 3,939

파란만장 뒷산괴물 대학생 만들기 - (5) 방탕한 대학 생활, 그리고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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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력은 정확히 건대에 갈 정도였지만 난 이유없는 자신감 아니 자만심에

빠져있었다. 새터에 가서도, 학교를 다니면서도 왜 내가 이런 녀석들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_-

짧게나마 사귀었던 K양과 같은 학교라는 사실도 싫었다. -_-

수강신청을 할때는 비교적 수능에 도움이 될 법한

과목들을 멋대로 넣었고 동기들이 대부분 듣는 과목은 비교적 적게 들었다.

하지만 정작 수능공부는 하지 않았다.-_-;

2학기부터 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다가 알게 된 사실은 1학년때 휴학을 하면

1년 휴학을 해야 한다는 것. -_- 집에서는 그러다가 실패하면 재수해서 건대간 것과

다름없으니 그냥 학교 다니면서 시험을 치라고 하셨다.

여러 가지 이유들로 1학기는 동기들과 거의 친해지지 못했고, 수업이 끝나면 과방에만

죽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선배들과 친해지게 되고 -_-;

3월 7일. 음주중 첫실신-_-을 한다.

96학번형에 의해서-_-;. 그날 둘이 먹은 술은 포카리1.5   2병과 맥주 6병 소주 12병.

물론 이것들은 적절히 혼합해서 뿅가리스웨트 등을 만들어서 마셨다. -_-

나의 1학기는 이렇게 술로 얼룩졌다. 내게 남은 것은 02학번 중에 제일 술 잘먹는 놈.

놀기 좋아하는 놈. -_-이라는 호칭과 94학번까지 넘나드는 넓은 인간관계였다.

그리고는 여름방학을 맞았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의고사를 봤다.

부푼 마음으로 9개월만에 본 시험은 304.2점 3등급. -_-

짜증이 났다. 대충 3일정도 구민회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었는데 ;;;

(언어 1회 수탐2 2회 수리2회 정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1학기때 그렇게 방탕하게 생활했으니.

아니 그정도라도 나와주는 게 신기했다;

학점도 3.0을 간신히 넘은 정도였다. -_-

이 동안 고3때 1년내내 짝이었던 S군은 고려대에 입학했다가 반수 중이었고

전편에 언급한 수능망친 Y군은 S군과 같은 학원에 있었다.  

Y군에게는 수능 D-100에 밥을 사줬는데 며칠 후에 수시1학기로 성대에 합격하고

수능은 결국 시험 잘보라고 밥을 사준 내가 보게됐다.-_-

고3때 수시1학기로 성대에 합격한  Y군과

초중고에이어 대학교 동창까지 되는 순간이었다. 이 둘은 이름도 거의 같다;

S군은 모의고사 전국 200등 혹은 100등권에 꾸준히 들면서 ㅚ수의 면모를 보였다.

반면에 나는 공부를 일주일도 안한 채로 방학을 보냈고

공부 중인 S군을 뒤로한 채 대천으로 놀러 다녀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방학을 보내고 2학기에 들어갔다. -_-;

2학기에도 여전히 음주 퍼레이드;는 이어졌다. 술에서만은 과톱;이었다.

요즘 같았으면 나를 ‘술짱’으로 불렀으리라...-_-

수능시험을 쳐야한다는 압박감은 잊고 흑인음악에 관심이 있던지라

힙합동아리에 들어갔다. -_-a

거기다가 생활도서관이라는 자치공간;의 운영위원이 되기까지 했다. -_-

학교공부고 수능공부고 할 시간이 없었다. 30으로 시작한 당구는 80이 됐다.

(공부할 시간은 없고 당구 칠 시간은 있;;)  수능원서접수를 하고도 여전히

정신은 못차리고 있었다. -_- 학교에서의 이런 활동 외에 PC통신 나우누리;에서도

동호회 활동을 두 군데나 하고 있어서 주말에도 바빴다. 술마시랴 학교일 하랴

동호회 행사 나가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물론 다 노는 일이었다. -_-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밀려오는 외로움으로 미팅도 여러번 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 첫 미팅을 주선해준 친구와는 의절;을 할 뻔했다.-_-

몇 군데 걸었던 작업도 다 삑사리;였다. 정말 실속없이 놀았던 것이다. ㅡㅜ

우리 친척들 중에서는 비교적 공부를 잘해서 기대가 높았던 나인지라

추석 때는 다시 수능 볼 거라고 호언장담;을 해둔 터였다.

대체 무슨 깡이었을까. -_-

그렇게 2학기는 흘러가고 어느덧 10월 말

그 날은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_-;;; 미팅에 앞서 당구를 치는데 친척누님으로부터

공부는 잘되냐고 전화가 왔다. -_-; 젠장; 가슴이 뜨끔했지만 적당히 둘러댔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후에 이 누님께서는 수고했다고 빕스;에서 밥까지

사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죄송할 따름이다. -_-a

11월 초. 수능이 3일쯤 남은 시점. -_-

서울대에 다니는 고3때 1등 녀석과 술을 마셨다. 그 녀석도 수능을 본다고 했다.

물론 재미로 -_-;

수능 전날 학교로 가보니 이번에 시험을 치는 곳은 용산공고-_-였다.

역시나 엄청 멀었다. 친구들 몇 명의 응원을 받고 대충 잠이 들었다.

학교에다가는 수능보는 친구들 응원간다고 구라;를 쳐둔 터였다.

가장 친한 대학교 친구도 내가 수능을 치는 사실을 몰랐다.

1교시 언어영역. 작년보다 조금 쉬운 느낌이었다.

2교시부턴 작년의 느낌이었다. -_-;

2교시가 끝나고 S군에게 전화를 하니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수능 두 번째 친다고 전화기도 그냥 가지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나보다는 이녀석이 잘돼야하는데...라고 생각하며

격려를 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들이 꽤 많이 보였다.

대학 다니는 놈이 왜 시험을 치냐는 야유와 함께 점심시간은 끝나고

대충 3 4교시를 보고 나왔다. 올해도 잤다. -_-;

어머니는 올해도 오셨다. 죄송스러웠다.

집에와서 채점을 하니 290 후반대가 나왔다.

올해도 이정도 점수면 건대를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까 화가났다.

그냥 미친 척하고 동국대와 홍익대 국어교육과에 원서를 썼지만 결과는 역시나.

붙을 리가 없었다.

공부를 안했다고 해도 내 자신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공부를 안한 것에도 실망을 했고

그냥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놈인가...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내가 만든 결과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이렇게 나의 입시생활이

끝났을 리가 없지 않은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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