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잡아 [72325] · MS 2004 · 쪽지

2008-06-19 14:04:52
조회수 24,895

20살의 연애와 군대라는 벽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347821

취업과 학점을 위해서 대학생이 된 후에 고3때보다 더 열심히 해야된다는 말이 근 10여년째 이어져
오고 있지만 피끓는 20살, 꽃다운 21살 때 사랑에 빠져보지 못한다면 이것역시 말이 안되겠죠.

남고를 나온 저는 고등학교 졸업식때 처음왁스를 발라서 졸업사진이 엉망이 될 정도로(왁스 처음
발라본 남자분들이라면 어떤 헤어스타일일지 아실듯..;) 그때는 외모가꾸는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 쑥맥 중에서도 쑥맥이 OT란 곳을 가보니, 이럴수가.. 이게 바로 신천지! 세상엔 여자들이 참
많고 예쁜애들은 또 왜이렇게 많은지.. 그때부터 근 1년 반동안 뻘짓을 참 많이 했죠. 일단 OT부터
수업시간에 만난 여자분들, 같은 과의 여학우님들께 핸드폰 번호 따는건 참 쉬운데 그 다음 진도가
안나가더군요. 매달리다 차이기도 하고 소심하게 바라보기만 하다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2학년 1학기 무렵 제 짝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800일가까이 만남을 유지하고 있네요.


제가 연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성을 만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참 아쉽게도) 해드릴 말이 없고
4학기동안 학교를 다니고, 또 1년6개월 째 군생활을 하면서 느낀 연애감정에 대해 잠깐 말씀드릴게요


일단 생각외로 준수한 외모의 남자분과 상당한 미모의 여자분들 가운데 1학년때는 연애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말을 하기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외모 수준이
급속도로 상승하죠. 특히 여학우분들은..) 저 같이 고등학교 3년 내내 여자하고 말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쑥맥인 사람은 1학년 1학기때는 무척이나 고생을 했지만 여자들하고 어울리는
시간이 지나자 점차 여유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이성을 대하는건 그야말로 경험밖에 없는듯
싶어요. 많은 이성을 만나면서(밥을 먹고 차 마시고 이야기 하면서) 자신만에 대화 노하우를
쌓는 거죠.

그리고 이건 정말 진리인데 비슷한 수준의 외모(사람을 처음 만날때는 외모가 가장 중요하기에..)를
가진 남녀가 있다면 절대적으로 여자가 연애하기에 유리합니다. 잘생기고 잘나고 성격좋은데도
여자친구 없는 남자분들은 의외로 쉽게 찾아볼수 없지만 반대의 조건을 가진 여학우가 남자친구가
없는 경우는 정말 레어죠..

제 여자 동기중에(약간 려원st) 얼굴 괜찮고 애교있는 친구가 있는데 4년내내 남자친구가 없는
적이 없었고 제가 아는 남자만 족히 20여명은 됩니다.(이런 경우는 좀 특이 케이스지만; 아예
없는건 또 아니에요) 근데 또 정말 신기한게 이 친구를 만나는 남자들 중 대다수는 이 친구가 많은 남성 편력이 있는걸 알지만 거기에 상관없이 이 친구가 접근했을때 사귀더군요.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고;;


다음에는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커플에 유형에 대해 말하자면

제 경우는 cc가 아닙니다만 제가 보기에 CC의 일반적인 경우는
1. 과나 동아리의 동기 커플
2. 과나 동아리의 남자선배, 여자후배
가 대다수 인것 같네요.

일단 3월이 되면 정말 꽃분홍;; 같은 예쁜 새내기 여학우님들이 학교에 잔뜩 보입니다. 그걸
노리는 수 많은 늑대들이 있죠. 이때는 절대적으로 새내기 남학우보다 학교 생활을 오래해본
선배들이 유리합니다. 제가 2학년이 됐을때 저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기대했는데 이럴수가..
정말 아무로 나미에와 싱크로율 90%정도의 일치를 보이는 06학번 여자후배가 생겼습니다. 학교에서
보면 \'오빠\'하고 저 멀리서 달려와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황홀; 했는데..어느순간 보니..
동아리의 99학번 고시생과 손을 잡고 있더군요. 차를 가지고 있는 99학번 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1학년때, 3,4월에는 연애를 하지 마세요. 2월부터..해서
3월과 4월에 정말 많은 커플이 생기는데(대다수가 신입생이죠) 제가 본(족히 30여커플은..) 수 많은
케이스 가운데서 1학기를 넘기는 커플이 아주 드물고 1년넘게 만나던 소수의 경우도도 군대라는
벽에서 다 무너지더군요. 들뜨는 마음에 쉽게 만남을 결정하지만 쉽게 만난 만큼 너무나 금방
헤어지더군요. (제가 말한 경우는 cc였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대학에 처음 들어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되는 중요한 시기에 한 사람밖에 못보게 되니 후에 여러가지 후회를 하게 되죠.

또 두 경우다(cc) 동아리나 과에서 만나기 떄문에 헤어졌을 경우에 타격이 매우 큽니다. 일단
남자의 친구가 여자의 선배고 남자의 후배가 여자의 동기이기 때문에 둘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많죠;

20대 초반이란 나이에 사랑이란 감정을 말하기는 너무 어려운것 같고 아직은 이른것 같습니다.
20살, 21살, 22살..또 지금을 거치면서 제 또래의 많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진지한 교제를 하면서
우린 정말 너무 사랑해 라는 말을 하는걸 수 없이 봤지만 어느새 그들 곁에는 다른 이성이 있는걸
너무나 자주, 또 쉽게 보게 되네요. (꼭 오랜 기간동안 만남을 유지해야 되는건 아니지만 그들이
만나는게 사랑이란 이름을 내세운 그저 달콤한 연애라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한건 아마 군인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남자는 군대를 기점으로
대학생활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뉜다고 볼때 이 군대라는 놈이 커플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
벽이거든요.

일단 군화&고무신 커플중에 절대 다수는 여자쪽에서 먼저 헤어지자고 말을 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군인의 입장에서는 김밥가게에 갔는데 1000원짜리 김밥밖에 없는데 이 김밥을
먹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고 고무신의 입장에서는 호텔 부페에 갔는데 김밥만 먹어야 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라네요.

저희 소대가 24명인데 입대할때는 10명이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저를 비롯해 다른 한명
밖에 없네요. 주변에 친구들을 봐도 만남을 유지하는 커플은 딱 두 커플입니다. (얼추 20커플
이상 가운데서..)

일단 훈련소에서 1/10가량이 헤어지고 첫 휴가를 나오는 이병 말호봉쯤에 3/10정도.. 일병에서
상병 넘어갈때 절반이 헤어지는것 같아요.  일부 안습은 사례를 몇가지 말해보면

#1부대 막내가 첫 휴가를 갔다왔습니다. 이 친구는 입대하기전에 무려 4년간이나 만나던 여자친구
있었는데

\"야 여자친구랑 뭐했냐?\"
\"헤어졌습니다\"
\"어..어..\"

#2 부대 고참 여자친구가 같은 과 cc였는데 (고참은 05, 고무신은 06) 여자친구분이 정말 너무나
잘하는게 제가 질투가 날정도 였어요. 매달 소포보내고 편지도 자주오고 전화통화 1시간 넘게
콜렉트콜해도(거의 매일) 아무 불만 없고 5시간 넘게 걸리는 면회도 분기마다 오고.. 그런데
남자가 상병 말쯤 됐을때 휴가나가보니 여자친구가 08학번하고 사귀고 있더군요.. 고참이 08학번
한테 야 얼마나 만났냐 라고 하니까 그 친구왈 \"갈때까지 갔는데요?\"

#3 학교에 3수한 형이 있었어요. 그 형하고 같은 과에 여자애가 정말 진짜 예뻤는데 그 형은
상당히 평범한;; 외모를 가졌지만 무려 1년이 넘는 구애끝에 연애에 성공했죠. 그 형의 친구들은
이미 제대를 한 시점에도 그 형은 여자친구 때문에 군대를 못가고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4학년이
될때쯤에 군대를 갔습니다. 훈련소때 헤어지더군요.



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별 의미없는 내용만 길어졌는데, 대학생이 되면 이성과 만날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습니다. 그 중에서 자신과 잘 맞는 짝을 찾을 수 있다면 큰 행운이겠죠. 비록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너무 잦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사랑이 뭔지 알아갈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자기도 나중에 피눈물을 흘릴거고 제대한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정말 사람이 아니네요.

군인 동료분들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여자친구에게 서운함 감정을 드러내지 않길 바랍니다.
오래만나고 싶다면요!>


많은 남자, 여자분들이 연애중간에 뜻하지 않게 유학, 군대, 혹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고 힘들어 합니다(저도 중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어요). 정말 많이 힘들죠.
그때 이런 생각을 해보세요. 아 저 남자(여자)는 내 진정한 짝이 아닌가 보다. 차라리 나중에 더
믿음이 강해졌을때 헤어지는것보다 차라리 지금 미리 결과를 알게되서 다행이다라고 위로해
보시길.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다면 매달리세요. 사랑은 자존심 싸움이 아닙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스쿠 · 130998 · 08/06/19 14:10 · MS 2005

    공감하는 군바리 1人

    훈련소때 이혼당한 제 동기도 있음 ㅇㅇ..

  • 돌아돌아돌아 · 97207 · 08/06/19 22:19

    인터넷으로 읽어보면 별별 방법으로 헤어짐ㅇㅇ
    고무신 거꾸로 찍은 사진, 새남친이랑 팔짱끼고 찍은 사진등등...
    흐어어엉ㅠㅠ...

  • Crushcrushcrush · 131719 · 08/06/20 15:00 · MS 2006

    이젠 남 얘기가 아니다
    흐엉ㅎ으어엉거어어ㅜㅜ

  • 뭘 해야하나? · 107602 · 08/06/20 21:40 · MS 2005

    11// 새남친이랑 팔짱끼고 찍은 사진... ;;;

    참 잔인하게 이별을 선고하는 방법이군요 ;;;

  • blx · 65065 · 08/06/21 03:44 · MS 2004

    후암...

  • Violet♡ · 113601 · 08/06/21 04:17 · MS 2005

    저는 현고무신입니다 ㅋㅋ
    그래서 특히 글 후반부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네요 ㅋㅋㅋ
    하지만 글 중간의 \'20대 초반이란 나이에 사랑이란 감정을 말하기는 너무 어려운것 같고 아직은 이른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공감하지 않습니다~!! 물론 글쓴분께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예외도 많지 않을까요? ㅇ_ㅇ
    그리고 고무신이 군화 거꾸로 신은 얘기만 하셨는데,
    참고로 군화가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경우도 전 고무신 카페에서 많이 봤어요 ㅠㅠ
    상병 넘어갈 때가 고비라고는 하더군요... (저도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런데 군화와 고무신의 문제는 고무신에게만 달린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가\' 이해해 줘야 합니다.
    사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여자친구(고무신)가(이) 사회에 있다고
    \'넌 사회에서 네 할 일 다 하면서 있잖아! 내 투정 정도는 받아줄 수 있는 거 아냐??\'
    라며 너무 투정부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저는 제 남친이 투정 좀 부렸음 싶은데 안 하네요-_;),
    여친은 남친 군대 보내놓고 걱정하고 편지며 소포며 다 챙기고(이런 거 일일이 챙기는 것도 다 정성이랍니다~_~)
    남들 연애하는 거 보면서 입술을 깨물며 부러움을 참고ㅠㅠ
    유혹도 뿌리쳐가며 군화만 보며 지내는 거니
    기다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서 함부로 대하지 마시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휴가 나왔을 때 잘 해주시구요!!! 면회 갔을 때 잘 해주시구요!!!
    소포 받으면 좋아해 주세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고무신이 되기 전의 기억이 참 저를 많이 괴롭혔는데,
    이런 것처럼 만약 여자친구를 고무신->꽃신으로까지 이어서 계속 사랑을 이어가시고 싶은 분은
    군대가기 전에 좀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ㅋㅋㅋ

  • Jenifer · 88836 · 08/06/21 06:42 · MS 2005

    이래서 공익,상근이 짱

  • 아싸라비야 · 177145 · 08/06/22 23:58

    상근은 괜찮은데 공익은 국가공인신체이상자라 쫌............

  • Yeti · 63751 · 08/06/23 14:33 · MS 2004

    하나 명심해야 할 사실.

    \'군인이라 헤어진 게 아니라, 2년이라는 세월 앞에서 무뎌진 감정 때문에 헤어진 것이다.\' 는 것.
    실제로, 군 입대 후 차인 남성들을 봐도, 이병 때 차인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일병 말호봉-상병 물호봉이 깨지는(!) 피크라고 할까요 -_-;

  • 다잡아 · 72325 · 08/06/24 06:58 · MS 2004

    그렇죠 2년이라는 세월 앞에서 감정이 무뎌진거죠.. 매일 전화한다고 해도 얼굴을 보는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거죠. 그런데 그 원인이 군대자나요.. 휴 ㅠㅜ

    그리고 이병때 차인 사람도 많습니다. 보통 일말상초에 많이 깨진다고 하지만 그 전에 깨지는 경우도 많더군요

  • 청풍 · 156102 · 08/06/26 10:49 · MS 2006

    그 뿐만 아니라 대학에 처음 들어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되는 중요한 시기에 한 사람밖에 못보게 되니 후에 여러가지 후회를 하게 되죠.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이거명심하세요. 현제 새내기인학생으로서 캐공감하네요.
    한분한테 목매지마세요. 특히 남중남고나와서 여자,연애에 목마르신분들
    기회는많습니다. 절대 한명한테만 그러지마시길 ㅠㅠ

  • 트라우마 · 161073 · 08/06/27 19:21

    ㅋㅋㅋ일말상초ㅋㅋㅋㅋ....
    그래도 2년동안 전혀 못보는게 아니라 휴가때마다 볼수 있으니
    그리 감정이 멀어진 것도 같지 않은 것 같은 현재 군화 1人

  • MB하야기원/No Name · 174054 · 08/06/28 22:10 · MS 2007

    이혼 어뜨케 ㄷㄷㄷㄷ

  • 대박ㅋ · 79558 · 08/07/12 19:06

    난 공익가는데 눈이나빠서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네영~

  • ──초동삼── · 98919 · 08/07/21 20:30 · MS 2005

    전역 6개월 남은 현역으로써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있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이지만..

    없는게 제일 좋은것같아요

  • miyazawa · 30168 · 08/07/22 17:30 · MS 2003

    제대까지 기다려본 사람입장으로서 예비역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글이네요.
    2년이 벌써 흘렀나 싶기도 하고. ㅋ

  • 재수생이었던사나이 · 159355 · 08/07/23 02:55 · MS 2006

    그래도 맘에드는 사람있으면 일단 만나는게 옳은거아닐까요,,,, 시작부터 이거저거 고민하다보면 결국아무것도못하죠

  • 최선을다할게 · 170004 · 08/07/30 18:47

    님좀짱인듯

  • 노벨경제학상 · 175486 · 08/08/14 00:16 · MS 2018

    님좀짱

  • 열혈이과대햏자 · 70832 · 08/08/14 23:35 · MS 2004

    대신 그만큼 연애를 안하면 안한대로 후회하기도 하고, 그 세월을 외로워서 견디기 어렵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