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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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대상은, 대입을 앞둔 수험생 여러분 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공부의 목적에 대해 알려드리려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인터넷을 하다가,
수능 끝나신 학생분들 생각이 나서,
몇가지 생각을 던져드리려고 왔어요.
내용은 대학공부와 관련된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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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 너도밤나무 그릇으로 만족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은 전쟁으로 고통받지 않았으니- 호메로스>
질문: 무슨 공부를 할까?
- 대입을 앞두고, 무슨 과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이유로는,
가고 싶은 과가 없거나
가고 싶은 과를 못가거나
과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과 같은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혹은 가고 싶은 과가 있더라도, 그것이 바른 선택인지 확신이 안 서는 경우도 있겠지요.
의치한, 상경계 등,
안정적인 직업과 (그나마) 관련이 깊은 학과가 요즘 인기이지요.
여러분은 무슨 과를 가고 싶으신가요?
대학의 <학과>는 <전문적인><공부>를 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학과에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 학문에 대한 심도깊은 공부를 한다는 것이지요.
공부, 그것도 심도깊은 전문적인 공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공부가 말처럼 쉽거나 재미있는 것이 아니지요.
억지로,
누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 공부를 해왔다면 더욱 잘 느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에 가면 그 심도깊은 공부가 가능할까요?
물론 우리나라 대학의 상당부분은
심도깊은 공부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심도깊다는 것은,
내용이 전문적이라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심도있게 사유하는> 넓은 의미를 말하겠지요.
원하지 않는 과에 가더라도,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듣더라도,
원하지 않는 내용이더라도,
학점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공부 역시
억지로,
누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 공부를 반복하는 것이겠지요.
눈치빠르신분은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현재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를 다 포기해도 된다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주입된 사이,
여러분의 소중한 현재는,
잊혀진 과거로 떠내려갑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좋은 학과에 가면 미래는 보상받을거야
라고 혹시 들어오지 않았나요?
현재에 충실하지 않는 사람은
다가올 현재에도 충실하지 못합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우리는 흔히 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하지요.
왜 공부를 하냐고 물으면 대게 이렇게 대답하지요.
<나중에 행복하려고요>
이 말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면,
당신은 세상의 최면에 빠진 것입니다.
왜냐고요?
<나중에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현재 행복을 모른다는 말이고,
이는 결국 행복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기 때문> 입니다.
내키지 않는 공부를 죽어라 하면,
나중에 행복해질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세요.
여러분은 세상의 공부를 하는 것이지
<행복을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훌륭한 사람이니 모르시는 분은 검색해보세요)
라는 사람이 말한적이 있듯이,
학교에서 화학은 공부하면서 한번도 빵은 구워본 적이 없고
학교에서 경제는 공부하면서도 한번도 직접 노동을 해본적은 없는
이러한 삶에서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행여 노파심에서 묻지만,
농사한번 안 지어보고 대신에
명차에 호화로운 강남주택에 살면
행복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때가 되면 <현재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단언하건데,
우리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인류의 소중한 문학 걸작이 증명하듯이,
인류의 고전이라 칭송받는 작품들이 말해주듯이,
그러한 사람은,
절대로 현재에 행복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들이 느낄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다시 말해
<끝없는 욕심 뿐>입니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는 삶을 논할 수 없다>고 딜타이가 말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아 나는 행복하다>
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신은 그 순간에도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할 거야>라고
떳떳하게 외칠 것인가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대학에 어떤 과에 가야할지 생각해볼게요.
(답은 이미 나왔지만 말이지요)
대학은, 공부하러 가는 곳입니다.
그것도 깊은 공부요.
4년의 대학시간 동안
행복 대신 세상을 공부하실 것인가요?
<나란 누구인가>는 묻지 않은채
점점 <내가 낯설어지게 만드는> 공부를 할 것인가요?
나를 모르는데 행복은 어찌 알 것이며
행복을 모르는데 어찌 미래에 행복하길 바랄 것인가요.
여러분.
입시를 통해 세상의 최면에는 이미 찌들만큼 찌들었습니다.
이제 최면을 깨야할 때가 왔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억지로,
누가 시켜서,
미래를 위한,
공부가 아닌
스스로,
즐겁게,
행복하게,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해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무슨 말인지 잘 알겠는데,
그래도 무슨 과를 가야할지는 모르겠다고요?
그럼 물어보세요.
주위 사람이 좀 많나요.
요즘은 인터넷에 정보도 많지요.
아니면 가장 좋은 선생인
<나 자신>과 진지하게 얘기해보세요.
이런 얘기 처음 들어봐서
무슨 개소리냐 싶으신가요.
무슨 말도안되는 현실도피냐.
현실을 무시하는 너는 얼마나 잘났길래 그러냐.
이렇게 말하고 싶으신가요.
현실을 누가 무시하고 있는지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따져보세요.
귀 있는 사람에게 들리기를 바래요.
여러분,
<늦지 않았어요. 행복을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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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해요
다시 한번 열공해야겠다는 생각이 :) 열심히 할꼐요 ! ㅎ
멋진글인데 조회수가 낮군요..
지금 재수를해야할지 고민중이였는데 많이 도움이 된거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은 글로 다가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