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문학에서 역설의 차이점과 그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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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5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수능 국어에서는 수사법으로 역설에 관해 선지로 제시할 때, ‘역설법’이라는 어휘보다는 ‘역설적 표현’ 같은 어휘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수사법에서 말하는 표층적 역설로 그 의미를 제한하고, 심층적 역설이나 철학의 역설과 구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학자들이 말하는 ‘역설’이란 자연스러운 가정으로부터 모순이 도출되는 상황을 말한다. 논리적으로 엄격하게 따져보면 철학적 역설 속에서는 반드시 모순이 드러난다. 논리학에서 모순이란 ‘둥근 사각형’처럼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 말은 거짓이야”라는 문장을 보자. 이 말이 거짓이라면 이 문장은 참이 되어야 하고, 이 말이 참이라면 이 문장은 거짓이 되어야 한다는 모순이 생겨난다. 이것이 거짓말쟁이 역설이다. 철학의 역설에서 모순은 숨어 있다. 따라서 숨어 있는 모순을 발견하려면 일상적 생각보다 더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철학사에서 역설의 기능은 무엇일까? 가능해 보이는 것에서 불가능한 것을 찾아냄으로써 사고력을 높이는 것이 역설이 철학사에서 수행해온 기능이다.
반면, 수사법에서 말하는 역설이란 철학적 역설과는 반대로 겉으로는 모순이 들어나 있지만 그 안에 진리가 숨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는 역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백히 모순되고 부조리해 보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진실을 담고 있는 진술을 말한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식과 사고를 일깨워 주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문학 이론가 휠라이트는 역설을 표층적 역설과 심층적 역설로 나누고 있다. 표층적 역설은 드러난 표현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고, 심층적 역설은 표층적 표현과 심층적 내용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층적 역설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한 면이 있기 때문에 객관식 시험 문제로 내기에는 부적절하다. 따라서 시험출제자들은 아무래도 기준이 애매모호하지 않은 표층적 역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표층적 역설의 대표적 유형은 ‘옥시모론(oxymoron)’이다. 수능 문학 문제에서 ‘역설적 표현’이라고 하면 주로 이 옥시모론을 의미한다. 옥시모론이란 그리스어로 ‘똑똑한 바보’라는 의미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모순어법(矛盾語法)’이나 ‘모순형용(矛盾形容)’으로 번역되는데, 상반되는 어휘가 함께 사용된 수사법이다. 예를 들어 ‘달콤한 슬픔’, ‘쾌락의 고통’, ‘빛나는 어둠’, ‘눈 뜬 장님’, ‘소리없는 아우성’ 등이 그렇다. 그런데 표층적 역설에서 ‘모순’은 폭넓은 의미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교 문학 교과서에서 역설의 예로 제시하고 있는 ‘차가운 아름다움’을 비롯하여, ‘찬란한 슬픔’, 강철로 된 무지개‘, ‘못생긴 공주’, ‘젊은 현자’, ‘위대한 절망’, ‘상처뿐인 영광’, ‘조용한 시위’, ‘잔인한 4월’ 등은 양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기보다는 어려운 조합들이다. 그런데 이런 조합들도 모두 옥시모론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문학에서의 모순은 ‘낯섦’으로 정의하는 것이 좋겠다. ‘표층적 역설’이란 양립하기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보이는 어휘를 결합시킨 표현을 말한다고 정의하면 수험생들에게 유용하다. 모순의 의미를 철학에서처럼 ‘불가능한 것’으로 좁게 한정하면 ‘차가운 아름다움’이 왜 옥시모론인지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표층적 역설의 기능은 무엇일까? 양립하기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단어들이 결합되어 있으면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 두뇌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면서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그 의미는 강조된다. 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것에서 모순을 찾아내는 철학의 역설과 양립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보이는 조합에서 진리를 찾아내는 수사법에서의 표층적 역설은 모두 우리를 깊이 생각하게끔 하여서 인식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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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준쌤 새로 도입하신 C E, D C 잘 쓰고있습니다. 스튜디오할때는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현장버전 듣고나서 고민이 해결됬어요. 스튜디오 때는 4범주만으로 이항대립하는게 어려워서 이탈한 수강생이 많을듯한데 진화하시는 것 같아서 이원준학파로서 기분이 좋네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작년 수강생인데 CEDC가 뭔가요
방금 CDE(이항대립2.0) 매뉴얼을 올렸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http://orbi.kr/00011866415/
C E,D C 는 이번년도 기본강의부터 적용되고있는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오늘도 좋은 칼럼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5월달에 월간수능 현장모의고사 기대하겠습니다
5월 현장모의고사 고사장에서 뵙겠습니다~^^
쓰신글자체가 비문학지문같이 어렵고 그래서 더욱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말허고자 하시는바도 잘 전달된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예전에 메가로스쿨에서 선생님의 언어이해 강좌를 수강했었던 학생입니다.
최근에 과외 학생이 국어 인강을 고민하길래 이원준 선생님 강의를 추천했는데요, 학생이 수강 중에 애로가 많이
생겨 제가 꽤 많은 부분들을 해결해줬고 그 과정에서 느낀 부분들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1.
예전에 제가 언어이해를 들을 때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논증, 조건문 등의 논리적인 사고 형식이 무리 없이 이해가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은 논리 과목을 많이 수강하고 스키마 자체가 고등학생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많이 스킵하고 넘어가셔도 찰떡같이 이해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많은 논리 사고가 '왜 굳이 저렇게 해야하는 지도 잘 이해가 안 되고 강의가 중구난방인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제가 강의를 수강할 때) 선생님께서 '논리가 약하면 논리가 강한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익혀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었는데, 수능 인강에서도 왜 1+3에 대한 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많은 지문과 문제를 풀면서 이를 녹여 말씀하시는지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그래서 제가 생각해본 것은, 입문 강의 이전에 1~2강 정도 구체적으로
1) 논리란 무엇인지
2) 왜 1+3을 구체적으로 더 설명하지 않고 많은 예시 지문을 통해 설명하는지
와 같이 기본적인 것 같지만 논리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한 얘기들을 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상위권 학생들은 무리없이 잘 따라가는 것 같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비고츠키 교육 사상과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보니 중~하위권 학생들은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원준 선생님의 교육 철학에 많이 공감하고, 또 많이 배웠던 제자로서 교육계를 계몽시키기 위한 선생님의 노력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
언어이해 수업을 들었던 이원준 학파를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 ^^ 더 깊은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 제게 쪽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