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것은 VS 적절하지 않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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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질문으로 생각보다 자주 들어오는 내용에 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문학을 수업하다보면 이 질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이 것도 이렇게 해석하면 답이 될 수 있지 않나요?"
어떤가요? 이 생각을 문학 풀 때 한 번은 해본 적이 있을것입니다. 문학에서는 이런 질문이 드는걸까요?
그 이유는 독서와 문학의 질문을 분석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우선 조금 재미없는 이야기를 짧게 해보겠습니다.

교육공학이라는 학문에서는 학생들의 평가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수능을 출제하시는 교수님들과 교사는 모두 이 과목을 잘 알고 있죠.
교육공학에서는 평가를 위한 질문은 긍정형으로 제시하라고 합니다.
즉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보다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를 더 많이 사용해야한다는 것이죠.
독서는 이 원칙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10개년 독서를 분석해보면 독서는 '적절한 것은?'(긍정형)이 54%, '적절하지 않은 것은?'(부정형)이 46%. 긍정형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문학은 다릅니다. 문학은 긍정형 43.5%, 부정형 56.5%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의 질문이 더 많습니다.
특히 선택 과목으로 바뀐 2022학년도부터 문학 문항이 회차당 늘면서, 부정형이 회차당 평균 8.4개에서 9.6개로 올라왔습니다.
발문의 비율이 반대인 것은, 출제자가 두 영역에서 서로 다른 채점 원리를 쓴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독서의 선지는 참/거짓(T/F)입니다
독서 선지는 참 아니면 거짓, 둘 중 하나로 떨어집니다. 근거가 지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A는 B이다"라는 선지가 보이면, 지문에서 A를 찾아 정말 B인지 1대1로 대조하면 끝납니다. 중간 지대가 없습니다. 그래서 독서는 긍정형('적절한 것은?')으로 출제해도 풀립니다.
그렇기에 제가 늘 강조하는 타임스탬프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문을 처음부터 음미하며 읽는 게 아니라, 발문이 요구하는 정보의 위치로 점프해서 참/거짓만 판정하는 겁니다.
문학의 선지는 T/F가 아니라 %입니다
문학은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평가원은 거의 항상 <보기>를 줍니다. 이 <보기>가 해석의 좌표축입니다. 지문을 <보기> 에 근거해 해석하고, 각 선지가 그 해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따지게 만듭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문학 선지는 겉으로는 참/거짓을 묻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적절함의 정도'를 묻습니다. 완벽하게 거짓인 선지는 잘 안 나옵니다. 다섯 중 어떤 선지는"그렇게 볼 수도 있다"가 일부 성립합니다.
정답인 하나만 "이렇게 볼 수 없다"가 99.9%입니다.
그러니까 문학의 부정형 문제는 '틀린 것을 찾는 게임'이 아닙니다. '가장 안 맞을 확률이 높은 것을 골라내는 게임'입니다.
평가원이 문학에서 부정형을 56.5%까지 출제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애매한 선지 네 개를 깔아 두고, 그중 제일 안 맞는 하나를 골라내라는 거죠.
누가봐도 이건 적절하지 않은 것.
그것이 바로 평가원이 문학을 출제하는 태도입니다.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도 없이 이 선지가 99.9%를 넘어 100% 정답이길 누구보다도 바라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이 체점 방법, 즉 평가 방법에 따라 독서와 문학은 아예 다른 과목처럼 움직입니다.
독서는 '지금 이 지문'만 정확히 처리하면 됩니다. 사전 지식은 보조일 뿐, 들어가서 읽고 정보처리하면 됩니다.
문학은 반대입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머릿속에 두 가지가 이미 있어야 합니다.
첫째, 평가원의 판단 기준을 기출을 통해 판례처럼 쌓아야 합니다.
"이런 해석이 주어지면 평가원은 이런 선지를 부적절로 본다." 이 패턴은 기출로만 쌓입니다. 변호사가 판례를 외워 두고 새 사건에 적용하듯, 문학은 평가원의 과거 판결문을 외워 두고 새 작품에 적용하는 과목입니다.
느낌이 아니라 기억입니다.
기출 분석을 작품 감상이 아니라 판례 수집으로 바꾸는 순간 문학 공부의 길이 보입니다.
둘째, EBS 연계 작품의 핵심을 외우고 들어가야 합니다. 연계 작품은 시험장에서 처음 해석하는 게 아니라, 이미 아는 좌표를 확인하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낯선 작품을 즉석에서 99.9% 정확도로 주어진 시간안에 해석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최근 시험은 점점 더 그렇게 출제되고 있습니다.
독서는 '정보 처리', 문학은 '판례 + 확률 판정'입니다.
채점 원리가 다르니 푸는 손도 달라야 합니다.
독서를 문학처럼 느낌으로 풀면 근거를 놓쳐 틀리고, 문학을 독서처럼 1대1 대조로만 풀면 "둘 다 맞는데?"에서 멈춰 도박을 하게 됩니다. 아직 1등급이 완벽하게 나오지 않는 학생은 대개 한쪽 손을 다른 영역에 잘못 쓰고 있는 겁니다.
이번 주에 기출 한 세트를 풀 때 실험해 보세요. 독서 선지 옆에는 T 또는 F를, 문학 선지 옆에는 0부터 100까지 점수를 적는 겁니다. 손이 다르게 움직이는 게 분명히 느껴질 겁니다. 그 감각이 두 과목을 분리하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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