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윤은 칸트를 잘못 가르치고 있다 - 칸트 입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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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뇌피셜과 드립이 난무하는 글입니다. 설명을 위해서라면 교육 과정의 선타기가 아니라 선에서 멀리뛰기를 시전하는 필자이니 이점 유의 바랍니다. 반박시 여러분의 의견이 맞습니다.
*필자가 재미있는 글을 추구하다 보니 맞춤법 실수가 잦습니다. 사실 그냥 능지가 모자란 것이니 넓은 아량을 베풀어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예 여러분 반갑습니다. 눈덩이 아카이브의 눈덩이입니다.
저번 머리말 분석에 이어서 [윤리형이상학 정초]의 1절인 ‘평범한 윤리 이성 인식에서 철학적 윤리 이성 인식으로의 이행’을 분석 및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일단 머리글에서 우리는 윤리형이상학은 인간학(윤리학)의 토대가 되어주는 학문으로 예지계에서 사변 이성(실천 이성)의 형이상학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살펴 봤습니다. [윤리형이상학 정초]의 논리 전개 방식은 선의지의 개념을 제시하고 정언 명령의 가능성을 분석해보며 도덕 법칙들의 체계를 마련한 후 자유의 이념을 검토하며 정언 명령의 정당성을 살피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1절은 선의지 / 행복 / 존경심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분석할 것이며 아마 2부작으로 나누어야 할 듯 합니다. 그럼 가보도록 합시다.
잉잉 같이 가줘잉
‘이 세계에서 또는 도데체가 이 세계 밖에서까지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선하다고 생각될 수 있을 것은 오로지 선의지뿐이다. 지성, 기지, 판단력, 그밖에 정신의 재능이라고 일컬을 수 잇는 것들, 또는 용기(의기), 결단성, 초지일관성 같은 기질상의 성질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선하고 바람직스럽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만약 천부적 자질들을 사용하는, 그 때문에 그것의 특유한 성질을 성격이라고 일컫는, 의지가 선하지 않다면, 극히 악하고 해가 될 수도 있다.’
인용한 부분은 [윤리형이상학 정초] 1절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단락의 시작입니다. 갑자기 아무런 빌드업 없이 선의지가 가장 선하다고 말하니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분명 우리는 윤리학의 의문을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로 보고 있었고 ‘도덕성의 최상의 원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환원하여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도덕성의 최상의 원리를 찾으려면 무제한적으로 선한 가치를 찾아 행위 원칙에 연결시키려고 했던 것이 칸트의 의도이고 이를 선의지라고 말하며 시작한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선의지는 ‘어떤 것이 옳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려는 의지’입니다. 그렇다면 의지는 무엇일까요? 참고로 1절의 제목은 평범한 윤리 이성 인식에서 철학적 윤리 이성 인식으로의 이행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칸트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상식에서 철학으로 이행하기 때문에 그 당시 독일에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정의들에서 고찰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해석본을 보아도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행히 근대 사람이라 평범한 윤리 이성 인식을 어느정도는 현대와 공유하고 있는 듯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의지가 무엇인지 칸트가 따로 정의를 해놓지는 않지만(당시 공유하고 있는 평범한 상식이므로) 철학과 생도가 정리한 칸트의 의지는 ‘어떠한 인과성’ 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듯 싶습니다. 즉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유의지를 선택을 해야하고 이 자유의지는 행위의 인과성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본능(경향성)에 의해 행동할 수도 있고 이성(의무)에 따라 행위할 수 있습니다. 어떤 근거든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한 것입니다. 다만 칸트가 말하는 자율은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능에 의한 행위가 자유로운 선택이었던게 아니라 의무에서 비롯된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이 자유로운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인간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명제는 널리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런데 칸트는 인간의 행위 원칙이 되어줄 최상의 도덕적 가치를 탐색하면서 행복이 이러한 가치가 되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행복은 경향성의 총체로 어떤 상태가 행복인지 보편적으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행복은 선의지와 결합되지 않으면 오만방자한 행동을 유도하고 경향성에 지배당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칸트 윤리학에서 경향성(Neigung)이란, "욕구능력의 감각에 대한 의존성"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종의 '자연적 충동', '감성적 욕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경향성은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인간이 자연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인데 경향성에 충실한 삶, 더 나아가 경향성에 지배당하는 삶이 왜 나쁜 것일까요?
‘어떤 유용함도 고려에 넣음이 없는, 순전한 의지의 절대적 가치라는 이 이념에는 생소한 점이 있어서, 평범한 이성조차 모두 이 이념에 찬동하기는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혹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즉 어쩌면 한낱 높이 날아오른 망상이 슬며시 그 근저에 놓여 있지는 않을까, 자연이 왜 우리의 의지에게 이성을 통치자로 부가했는가 하는 그 의도에서 자연이 혹시 잘못 이해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혹 말이다.’
칸트 역시 이러한 고민을 했습니다. 분명 인간은 경향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성을 지닌다는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면 만들었지 행복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간 따위가 자연의 의도를 미약하게 통찰하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행위를 하게 냅둘 이유가 있을까요? 만약 인간의 목적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인간에게 이성을 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생명을 위해 우리가 원칙적으로 상정하는 바는, 이런 존재자에게 있어서는 그 목적에 가장 적합하고, 그것에게 가장 알맞은 것 외에는,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도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성과 의지를 가진 한 존재자에게 있어 그것의 보존과 번영이, 한마디로 말해 그것의 행복이 자연의 본래 목적이라고 한다면, 자연은 이러한 자기의 의도의 실행자로 그 피조물의 이성을 선발하는 매우 나쁜 조처를 취한 셈이겠다. 왜냐하면 유기체가 이런 의도에서 실행해야만 할 모든 행위들과 그것의 처신의 전제 규칙은 그에게, 일찍이 이성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것보다는, 본능에 의해서 훨씬 더 정확하게 지시될 수 있을 터이고, 그에 의해 저 목적도 훨씬 더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답은 뭐가 되겠습니까? 인간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인간의 이성은 인간의 최고의 실천적 사명을 선의지를 세우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에 따라 사는 삶을 인간의 목적으로 보았습니다. 옳은 것을 옳기 때문에 선택하여 행동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 행동해야할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옳은 것(도덕 법칙)을 제시하는 흐름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도덕 법칙은 의지의 주재자인 실천 이성 세움으로써 인간은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살아가면서 필요를 만족해야 합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며 예지계와 동시에 현상계에서 공존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주의하실 것이 지금 다루는 것은 형이상학으로서 현상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위의 토대가 되어주는 것의 정당성을 살피는 것입니다. 어쟀든 그렇기에 자연은 필요를 만족해야 하는 인간에서 본능적으로 자연의 법칙을 심어 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법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연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사실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야 하는 행위도 맞습니다. 수험생들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아니 자기 보존이나 행복 추구 같은 것들은 이성으로 세운 도덕 법칙이 아닌 자연 법칙인데 칸트 입장에서 이를 강조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자기 보존은 제일의 의무라고도 말하니까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선의지를 증대시키는 행위는 아닌 것처럼 보이거든요 표를 통해 더 자세히 봅시다.
악필 양해 바랍니다 ㅎㅎ
칸트는 목적론자로서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목적을 위의 표처럼 보았던 것입니다. 자연법은 아래로 도덕 법칙은 위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둘의 근거는 다릅니다. 그렇기 칸트는 두 법칙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인용되었던 [윤리형이상학 정초]는 백종현 교수님이 번역하신 버전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인용하는 번역본 원전은 다 아카넷에서 출판한 책이니 읽어보실 분들은 이점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행복과 존경심 부분을 보면서 1절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또한 2025학년도 윤사 수능 문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하는 선지를 살펴보는 것도 함께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는 눈덩이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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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윤러라면 이런 글 안 읽는 거 좋음.괜히 잡다한 낭설,개념 섞여서 꼬임. 그래서 나도 사설은 교육청 더프만 보고. 교육청 더프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처리함. 이상 작년 생윤 99
안녕하세요 눈덩이 아카이브 필자 눈덩이입니다. 확실히 생윤러들은 그냥 소소한 재미나 교양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 드릴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출 선지에 대한 분석을 깊게 할 예정인데(이정도는 생윤러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때를 위한 빌드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