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사는 법-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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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과외가 끝나면 항상 나에게 물었다.
'니들 공부한거 맞니?'
내 방 너머로 엄마방까지 내 웃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유였다. 그만큼 형과 나는 재밌게 수업을 했고, 또 사이가 정말 좋았다. 특히 예과 1학년 1학기때의 썰은 정말 내가 상상하던 대학생활 그 자체 였다. 일주일에 5일을 술 마시고, 날씨 좋으면 수업 제끼던 낭만 넘치던 대학생활이 나는 정말 부러웠다. 한편 그런 친근함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는 오히려 더
ㅈㅂ같게 보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입시에서만 들어본 내신을 대학교 입시에서도 쓰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때 나는 절대평가와 상대 평가의 개념도, 1등급이 몇프로인지도 잘 몰랐다. 그러던 나에게 '수시'라는 단어는 낯설었다. 그때부터는 더이상 수학 과외가 아닌 '대입 특강'이 되었다. 의대에 갈 수 있는 방법은 2가지 가 있다고 하였다. 수시와 정시(이때 논술은 그냥 말도 안했다.) 정시는 수능에서 도합 4-5개를 틀려야 갈 수 있다고 했다.(그중 수학은 1개 이하만 틀려야 된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의대가 이렇게 높은 곳인 줄을 알았다. 학교 시험에서도 5개를 틀리기 어려운데, 어떻게 수능에서 5개를... 내가 그건 너무 빡셀 것 같다고 했더니 그건 '선택받은 자들'만이 할 수 있다면서 내게 수시를 권했다.
'나도 자공고에서 내신 1.2 받고 삼룡의 중 1곳 최저 맞추어서 현역으로 수시로 붙었어'
ㅋㅋㅋㅋㅋ 아니 뭔소리야 ㅋㅋㅋㅋ. 무슨 말인지 당최 하나도 몰랐고 당연히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도 몰랐었다. 수시에 관한 설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교과 전형'이었다. ㅈ반고 1.0이 외대부고 1.5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모집 집단이 다른 고등학교 내신을 가지고 일괄적으로 평가 할 수 있는게 말이 되냐고 물어어지만, 그게 바로 수시이며, 심지어 현재는 뽑는 인원중 수시가 70프로, 정시가 30프로라고 답했다. 이 말이 사실이면 나는 외대부고를 갈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고등학교 생활 3년 하는 거, 정시로 가면 3년의 의미가 없고, 또 수시를 써도 정시를 쓸 수 있는데 굳이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형은 정시로 가면 "와... 내가 여기를 갔네" 이지만, 수시로 가면 "와!!!! 내가 여기를 갔네!!!!"라고 한 말도 기억난다. 당시에는 뭔 소리인가 했지만, 이 글을 보는 정시러 중 100프로는 아마 공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그 형은 전교 2등이었다고 하는데, 저런 사람이 전교 2등이면 내가 가면 전교 1등 쌉가능이라고 생각했다.(첫문단 참고)
그날 이후 나는 넘쳐나는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왠지 모르게 희열을 느꼈다.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어린 나이에 사회의 구조와 대학 입시의 맹점을 파악한 것 같아서 ㅈㄴ 대단해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교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당시의 나는 '그래도 오직 돈과 안정성을 보고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많는 것인가? 가슴 뛰는 일을 찾아야 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문과적 성향을 가지고 이과를 가는 것이 맞나?'라고 고민했다. 밤마다 고민하고 혼자서 고민했다.(내 친구들은 아예 관심이 없었고 공감조차 못했기 때문에 나도 말도 안 꺼냈다.) 그렇게 고민한 끝에 엄마에게 선언했다.
'엄마, 나 내신따러 고등학교 멀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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