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사는 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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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때부터 몸이 약했다. 밥맛이 없어 영양분을 잘 섭취하지 못했다는 엄마의 입덧이 원인인것 같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약했다. 환절기만 되면 비염과 중이염은 기본이며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눈을 못 떴다. 잘은 기억 안나지만 5살때는 폐렴에 걸려서 거의 죽을뻔했다고 들었고, 말도 느려서 4살까지는 문장을 구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별의 별 병원에 다 갔었고, 많은 의사선생님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선생님 보다는 삼촌들 처럼 어렸던 나를 대해줬고 대단함보다는 친근함이 훨씬 많았다. 자연스럽게 내 '적성과 잘하는 것'에는 제외가 되었고, 따라서 장래희망 리스트에도 한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의사를 추천 받고 순간 당황했다. "내 '적성과 잘하는것'이 아닌데"(이렇게 가스라이팅이 무섭습니다 여러분)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수술과 피를 보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감염병을 수술하다 감염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들었다. 그 형은 왜 의사가 되어야 되는지를 알려주었다.
1. 군대 : 나는 군대에 가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이 땅위에 모든 남자들처럼 군대는 기피의 대상이었고, 그러나 빠질 수는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의대에 가면 '공중보건의'라는 아주 휼륭한 대체복무 제도를 통해 군대를 안갈 수 있고 장교로 가더라도 훈련은 면제되는 아주 편한 군생활을 할 수 있다는걸 들었다. 물론 기간은 3년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2. 수입 : 보통 풍족하게 자란 아이들은 부족함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내 경우는 반대다. 나는 외동의 이점을 바탕으로 정말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부족함 없이 산다. 부모님은 돈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한 적은 단 한번도 없고, 나 역시도 자연스레 돈 때문에 부모님의 눈치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나는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는 사실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나는, 요즘 내집 마련할 정도로 부동산 값이 오르고 물가도 올라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기사를 보고, 월급 또한 걱정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아니면 경력이 쌓여도 충분하지 않은 월급에, 공무원 또한 박봉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는 전문직의 배타성을 바탕으로 의료 업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3. 안정 : 취업자들의 뉴스만큼 퇴사자들의 뉴스도 많이 보았다. 저렇게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도대체 왜 퇴사하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사유는 다양했다. 월급, 인간관계 등등등... 또한 대기업도 '45정'(40~50세에는 정년퇴직을 해야한다)이라는 신조어를 피해갈 수 없었던 만큼 평생 직장이라는 단어는 옛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의사는 정년이 따로 없고 자격증만 있으면 손이 떨리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렸을 때 자주 보았던 백발의 한의사 선생님이 이 말을 더욱 믿음직스럽게 만들었다.
4. 확정 : 사실 이 모든 것이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 입시와 취업이 분리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힘든 입시를 거쳐도 대학에서 졸업하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다시 사회에서는 쪼랩의 신분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해진 커리큘럼만 따라가서 졸업하는 학교과 달리 사회의 취업은 너무 막막할거라고 생각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15살때 생각 맞습니다) 그러나 의대는 달랐다. 의대처럼 메디컬 직업들은 대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의사 자격증이 나온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직업의 정반대 모습이었다. 물론 국가 고시를 통과해야 된다고 했다는 말에 약간 김이 빠졌다. 임용고시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 나는 바로 합격률을 찾아봤고 95프로의 합격률을 보고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너무 완벽한 직업이었다. 이 직업을 간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의 취준생이 아닌 20살의 대학생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한 더 좋은 조건에서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외로움도 그렇게 달래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형은 어떻게 의대에 갈 수 있었냐고 물어봤고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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