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의 어휘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9336280
수능 D-5다. '다섯 날'을 뜻하는 '닷새'의 어휘사를 알아보자.
'닷새'는 15세기에 보이는 '닷쇄'로 소급된다. '다쐐'로 표기된 예도 있으나 기본형은 '닷쇄'이다. 우리가 지금 보는 '닷새'라는 표기는 16세기에 등장하였는데 제2음절의 'ㅗ[w]'가 탈락한 표기이다. 이는 '엿쇄>엿새'의 변화와 '닐웨>닐에(이레)'의 변화에도 보이는 현상이며, 일종의 통시적인 표기 차원의 단모음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닷새'가 '닷쇄'를 밀어내고 정착하였는데 표기만 '닷새'였지 ㅐ의 발음은 [애(ɛ)]가 아니라 '아이'를 빠르게 발음한 정도인 [ay]이었다. 근대 국어 후기 때 'ㅐ'가 단모음화를 거쳐 [ɛ]가 되어 발음도 현대 국어의 '닷새'와 같아지게 되었다.
한편 18, 19세기의 표기에는 '닷ㅅㆎ’도 보이는데 이는 과도교정의 결과일 것이다.
근대 때 제1음절의 'ㆍ'가 즉 음운론적 자격을 아예 소실해 버린 비음운화를 거쳐 'ㆍ'와 'ㅏ'의 음운론적 대립이 사라졌다. 즉 두 모음의 소리가 같아짐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ㆎ'는 'ㅐ'로 바뀌게 됐다. 그런데 일부 지식인층은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여 원래의 표기를 쓰는 것이 맞는다고 보아서 새로 등장한 표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원래 쓰이던 관용대로 쓰려고 시도하다가 잘못된 단어에까지 그 교정을 적용해 튀어나온 새로운 표기를 말한다. 일례로 '조심'은 원래부터 ㅈ의 음을 가지던 놈이었는데 일부 지식인층이 '조심'의 '조'를 '됴'에서 구개음화와 단모음화를 거친 표기로 잘못 이해하여 '됴심'이라고 쓰기도 했다.
아무튼 몇몇 사람들은 원래 'ㆎ'였는데 'ㅐ'로 바뀐 놈들을 도로 ㆎ로 바꾸려다가 애먼 놈들에게까지 ㆎ로 바꿔 버린 거다. 원래부터 ㅐ로 쓰이던 놈들에게까지 ㆎ를 썼는데 '닷ㅅㆎ(원래 새)', 'ㄱㆎ(원래 개)'가 그 예다.
아무튼 아예 아래아를 표기에서 제외하게 되면서 '닷새'가 표준어가 되었다.
'닷새'나 '엿새'의 '새'가 어디서 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日의 뜻을 지녔으리라 추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새' 자체가 日을 뜻하는 하나의 어휘였는지 '아흐레'에서 보이는 '-애(日)'가 붙어서 분철 표기가 된 것일 수도 있다만 '쇄'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관건이다. 어휘사는 조사하기 쉬워도 어원은 거의 다 상상력에 기반한 추측이라는 점이 한편으론 재밌기도 하다.
아무튼 닷새밖에 안 남았으니까 선배님들은 힘내시길 바라며 N수는 하지 맙시다.
국어 어휘사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르비 논술학원 다닐까 생각중인데 확실한 정보가 안나와있어서 고민중이에요ㅜㅜ...
왜 ”잣“이 눈에 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