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의 어휘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9040011
수능 D-20이라는데 '20'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은 '스물'이다. '스물'의 어휘사를 알아보자.
'스물'은 중세국어에 '스믈/스믏'로 쓰였는데 음운환경에 따라 ㅎ이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하는 ㅎ 종성 체언이었다. '스믈 여듧 자를 묑가노니...'에서는 '스믈'로, '열히며 스믈히며'에서는 '스믈히' 즉 ㅎ이 덧남을 알 수 있다. '곻(코)'나 '나랗(나라)'와 같은 경우이다. 그러다 근대에 들어서며 ㅎ종성체언의 ㅎ은 탈락하기 시작했고 원순모음화가 일어나 '믈'은 '물'로 변하여 '스물'이 정착한 것이다. ㅎ종성체언의 ㅎ은 대부분 소실됐지만 일부는 그 흔적이 남아있는데 '암퇘지'의 'ㅌ'이나 '살코기'의 'ㅋ'과 같은 격음(유기음)이 바로 그 예이다.
고유어 수사는 고대국어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존재하였는데 계림유사에서 "二十曰戌沒"이라 한 기록이 있다. "20은 戌沒이라 한다"라는 뜻이며 '戌沒'의 현대 한자음은 '술몰'이지만 재구음은 [sümär] 정도로 제시된다. ü는 ㅜ와 가깝고 ä는 ㅡ와 ㅓ 사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튼 '스믈'과 발음은 비슷했을 거다. 그러나 '스물'의 문제는 2와의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물'과 '마흔' 그리고 '쉰'은 각각 '둘', '넷', '다섯'과의 유사성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어형을 가진다. '서른',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은 기본 수사에 '-un'이나 'hun'이 붙었다는 식으로 설명이 되지만 '스물'은 '둘'과 대응이 되지 않는다. 상당히 재밌는 경우이다.
국어 어휘사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통합과학 화학파트밖에 모르는 생노베인데 메가 대성 패스 둘다 있는데 김준 고석용...
이거 읽는데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으면 언어학 체질임?
대학가서 수업을 들어보면 좋을까요
저한테 물어봐도 몰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