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이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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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사의 얼굴은 몇 번이나 치어다보았다. '의사도 인간이다, 나하고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이렇게 속으로 아무리 부르짖어 보았으나 그는 의사를 한낱 위대한 마법사나 예언자 쳐다보듯이 보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의사는 붙잡았던 그의 팔목을 놓았다 (가만히). 그는 그것이 한없이 섭섭하였다.
부족하였다. '왜 벌써 놓을까, 왜 고만 놓을까? 그만 보아 가지고도 이 묵은[老] 중병자를 뚫어 들여다볼 수가 있을까.' 꾸지람 듣는 어린아이가 할아버지의 눈치를 쳐다보듯이 그는 가련 (참으로) 한
눈으로 의사의 얼굴을 언제까지라도 치어다보아 그만 두려고는 하지 않았다. 의사는 얼굴을
십장생화(十長生畵) 붙은 방문 쪽으로 돌이킨 채 눈은 천장에 꽂아 놓고 무엇인지 길이 깊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길게 한숨 하였다. 꽉 다물어져 있는 의사의 입은 그가 아무리 쳐다보아도 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안방에서 들리는 담소(談笑)의 소리에서 의사의 웃음소리가 누구의 것보다도 가장 큰 것을 그는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눈물날 만큼 분하였다. 그러나 '자기의 병이 그다지 중(重)치는 아니 하기에
저렇지. '하는 생각도 들어, 한편으로는 자그마한 안심을 가져 오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에도 그가 잊을 수 없는 것은 그의 팔목을 잡았을 때의 의사의 얼굴에서부터 방산(放散)해 오는 술의 취기 그것이었다. '술을 마시고도 정확한 진찰을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여가며 그래도 그는 그의 가슴을 자제하였다. 그리고 의사를 믿었다. (그것은 억지로가 아니라 그는 그렇게도 의사를
태산같이 믿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나오는 의사의 큰 웃음소리를 그가 누워서 귀에 들을 수 있었을 때에 '내 병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지! 술을 마시고 와서 장난으로 내 팔목을 잡았지, 그 수심스러운
무엇인가를 숙고 하는 것 같은 얼굴의 표정도 다 - 일종의 도화극(道化劇)이었지! 아 - 아 - 중요하지도 않은 인간 -.' 이런 제어할 수 없는 상념이 열에 고조된 그의 머리에 좁은 구멍으로 뽑아 내는
철사처럼 뒤이어 일어났다. 혼자 애썼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 - 고만하세요, 전작이 있어서 이렇게
많이는 못 합니다." 의사가 권하는 술잔을 사양하는 이러한 소리와 함께 술잔이 무엇엔가 부딪히는
쨍그렁하는 금속성 음향까지도 구별해 내며 의식할 수 있을 만큼 그의 머리는 아직도 그다지 냉정을 상실치는 않았다.
의사 믿기를 하느님같이 하는 그가 약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은 그 무슨 모순인지 알 수 없다. 한밤중에 달여 들여오는 약을 볼 때 우선 그는 '먹기 싫다.' 를 느꼈다.
그의 찌푸려진 지 오래 인 양미간은 더 한 층이나 깊디깊은 홈을 짓지 아니하면 아니 되었다. 아무리 바라보았으나 그 누르끄레한 액체의 한 탕기가 묵고 묵은 그의 중병(단지 지금의 형세만으로도
훌륭한 중병환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을 고칠 수 있을까 믿기는 예수 믿기보다도 그에게는
어려웠다.
묵은 그대로 타 들어온다. 밤이 깊어 갈수록 신열이 점점 더 높아 기고 의식은 상실되어
몽현간(夢現間)을 왕래하고,바른편 가슴은 펄펄 뛸 만큼 아파 들어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우선
가슴 아픈 것만이라도 나았으면 그래도 살 것 같다. 그의 의식이 상실되는 것도 다만 가슴 아픈데
원인 될 따름이었다. (절어고 그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나의 아프고 고(苦)로운 것을 하늘이나 땅이나 알지 누가 아나.'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말을 그는
그대로 자신에서 경험하였다. 약물이 머리맡에 놓인 채로 그는 그대로 혼수 상태에 빠져있었다. 얼마 후에 깨어났을 때에는 그의 전신에는 문자 그대로 땀이 눈으로 보는 동안에 커다란 방울을 지어 가며 황백색 피부에서 쏟아져 솟았다. 그는 거의 기능까지도 정지되어 가는 눈을 치어들어 벽에 붙은
시계를 보았다. 약 들여온 지 10 분, 그 동안이 그에게는 마치 장년월(長年月)의 외국 여행에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약탕기를 들었을 때에 약은 냉수와 마찬가지로 식었다. '나는 이다지도
중요하지 않은 인간이다. 이렇게 약이 식어버리도록 이것을 마시라는 말 한마디하여 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는 그것을 그대로 들이마셨다. 거의 절망적 기분으로, 그러나 말라빠진 그의 목을 그것은 훌륭히 축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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