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per7530 [1015245]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6-16 20: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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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를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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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인스타를 삭제했다. 그나마 보여주기 효과가 덜 한 카톡만 남겨뒀다.

어제 하루 동안 불쌍한 내 핸드폰은 단 한 차례도 울리지 않았다. 가련하다. 울리는 것이 너의 역할이건만...

요즘은 정신의학과에 다닌다. 간헐적 우울증으로 인해 견디기 힘들다. 기분 좋을 때는 없으니 조울증은 아닌 듯 하다. 사실 지난주 금요일에 시험이 끝난지라 기뻐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수능이 끝나고 상실감에 빠졌듯, 사회와 관계맺음이 적은 사람은 무엇이든 과제가 주어지길 바란다.

수험생활이 그립다니,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아싸는 많은 disadvantage를 갖고 산다. 대학에서는 인싸들의 '족보' 공유로 인해 학점을 손해본다.(물론 그분들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으시기에 비슷할 것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털어놓을 곳이 없다.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은 부모님이 유일하다. 슬픔은 배가 되고, 기쁨은 반이 되는 것이다. 친구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같이 한다는 것인데, 친구 없는 나는 오히려 그 기능을 더욱 여실히 느끼는 듯 하다. 하다못해 대학영어 speaking 시간에 '지난 주에 뭐했어?'라는 질문에 '친구들이랑 놀았어요'와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대답도 나를 아프게 한다. 2학기부턴 전면 대면인데, 벌써부터 혼밥걱정도 한다. 머리가 아프다. 이외에도 아싸의 disadvantage는 셀 수 없이 많다.

가끔 인싸들이 '아싸여서 좋은 점'을 말하거나 '나 사실은 아싸야'와 같은 발언을 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러나 내색할 수는 없다. 자신의 결함을 남들 앞에서 인정하는 것은 아프다.

아싸는 되고 싶어 되는 것은 아니고, 오로지 책임이 개인에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 궁핍과 비슷하다. 부모님이 가난하면,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벗어날 수 있다. 노력을 하지 않거나 적당히 한다면 벗어나기 힘든데, 그렇더라도 온전히 나의 책임은 아니다. 애초에 환경적 요건이 너무 부실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싸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벗어날 수 있다. 노력을 하지 않거나 적당히 한다면 벗어나기 힘든데, 그렇더라도 온전히 나의 책임은 아니다. 애초에 성격적 요인을 잘못타고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사회에서 강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

돈 많은 사람이 살아남고, 인싸가 살아남고, 비장애인이 살아남고 등등등.... 그런데 그 강자를 결정하는 요인들 중에는 선천적인 요인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세 경우 모두 선천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변명처럼 들릴진 몰라도, 개인에게 남들 이상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노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비난의 사유가 될 리는 만무하다. 나도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해도 살아남고 싶다.

이상 아싸의 푸념이었다.

인싸는 아싸를 너무 무시하지 말고

그럴싸는 박탈감을 느낄 때 저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며 위안을 얻고

아싸는 나를 보며 동질감으로부터의 위안을 얻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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