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7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3293155
작년 일기장. 혼자 갖고있기에는 아까워서..
원래는 사실 아무 생각도 없었어. 사실 수능이라는 것에 대한 실감도, 그 시험장의 모든 상황들도. 내 가능성도 잊은 채 묵묵히 하루하루 일어나고 씼고. 밥먹고 옷 입고. 운동하고. 엄마랑 얘기하면서 고양이 몇번 만져주고. 그러고 머리 말리고 양치하고 시계보면 6시. 아무생각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하루를 출발했고 학원에 도착해서 아침에는 좀 졸리지만 그래도 수업때까지는 졸 망정 자지는 않을려고 매3비에 제멋대로 푸는지 낙서하는지 풀었고, 특히 국어 공부는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아. 아침 수업은 정말 다 졸렸어. 제대로 들은 적이 몇 번 없었던 것 같아. 그래도 시험 보는 날 시간은 정말정말 졸리더라도 종 딱치면 최면 풀리듯이 열심히 시험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몇백번은 본것 같아. 잘 볼때도 있었고, 못 볼때도 많았어. 처음엔 남들과 비교하고, 내 뒤처지는 성적이 정말 끔찍할 정도로 싫었어. 그런데 많이 보다보니 체념인지 아니면 방관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내 실력에 불만은 없어졌어. 성적도 안정화되고, 내 스스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냥 담담히 별로 의미부여를 안하게 됬어. 그렇게 무심히 살았어. 무려 5개월 남짓동안. 매일매일 플래너에 하루의 계획표를 쓰고, 내 지나온 주들을 보며 항상 뿌듯하면서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렇게 쓰고. 넘기고. 쓰고 넘기고. 어느덧 그 주들이 20개를 넘었을때 문득 더이상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어. 정말 긴 시간이었거든. 나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던 것 같지만, 모르겠어. 고생을 했는지도 회의감이 드는 건 항상 그랬으니까. 확실한 건 이렇게 돌아보면 계속 조금씩 울컥해. 참 길고 외롭고 생각도 많고 바깥 세상에 대한 갈증과 두려움. 자아성찰과 여러가지 다양한 인생과 세태에 대한 생각들을 내 자신과 대화하고,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느껴보고. 얻은게 있는지는 글쎄, 뭐라 답해야겠지 모르겠지만 그런걸 굳이 억지로 찾아내야 되나 싶기도 해. 오늘 수업이 다 끝났고. 내일은 이제 끝이야. 이제 다음주 목요일 날 모의고사 한세트 더 풀면 난 다시 더 많은 걱정들과 고민들을 해야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될지도 뭐 그대로 일상일지라도, 다음주 목요일은 지금까지의 너의 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마라톤. 너의, 운전대를 잡은 너가 달려온 5개월간의 기록에 대한 수료증이야. 성적표가 아니라 수료증이야. 달려온 사실에 대한 소박한 자격증이야. 독서 마라톤 다 끝나면 끝난 기념으로 상장을 주잖아? 똑같이 가서 당당하게 받아오란 말야. 완주 다했는데 왜 소심해. 넌 끝까지 달렸잖아. 넌 받을 자격이 있어. 가서 멋있게 멋지게 어깨피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수료증 받아와. 그러고 시원하게 끝내. 알겠지? 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에 울컥하는 내가, 얼마나 인정받고 싶었는지 나도 몰랐네. 이 기분을 나중에 일고 똑같이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누구보다 수고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
이 글은 수능 끝나고도 생각날때마다 항상 읽은 글입니다. 글 내용을 거의 외울정도로...
정말 글 쓰고 많이 울었었는데...
모든 수험생분들, 진심으로 고생하십니다. 꼭 모두 수료증 당당하게 받아오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왜 존재하는거지 이게뭐지 보면서 어버버하는중…. 이사람 한국사도 잘하네
-
07들 억까 당하는거임? 07들 귀여워서 괴롭히고 싶던데 다들 비슷한 마음인가봄
-
종건 0
음음
-
나도 처음봤는데 ㄹㅇ 존재함...
-
쇼츠만 보면 ㅈㄴ 웃김 ㅋㅋㅋㅋ
-
밑 글 바보 0
히히
-
오해원 반박 안받음
-
12시반입니다 0
ㅈㄱㄴ
-
모고점수가 개작살이 났는데요
-
원작 서사 파괴도 있고 작붕도 있고 너무 길기도 해서 본 게 애니 오리지널이...
-
다 가졌어 아주
-
낼 1교시수업인데 오늘 오후 12시에 일어나서 잠이 안옴 1. 억지로 잠을 청하고...
-
예전에 어느 분이 오르비에 독서기출 모아놓은거 올려주신 기억이 나는데 못찾겠어서요..
-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 이감 파이널 모의고사 아니 ㄹㅇ ㅈㄴ 가슴이...
-
자취하고싶음.. 자취해야 부모님이랑 안부딪히는듯
-
질문해조 2
젭알
-
지듣노 1
텐쇼ㅡ 쇼ㅡ텐쇼ㅡ 텐쇼ㅡ 쇼ㅡ텐쇼ㅡ
-
만약 나왔다가 학생 성적 안나오면 결국 무적기 ‘학생이 따라오지 못했다‘를...
-
오늘의 하루일과 4
공부를 하기전 뇌를 깨우는 용도로 가볍게 롤을 6시간을 했다 이제 뇌가 다...
-
바탕 모고 좋낭 0
Keep바탕 그거 살려하는데 좋음??
-
밤낮이아예바뀜 4
오늘은오후7시기상 슬슬 점심을 먹어야겠군...
-
엔티켓 이해원 끝내고 할라하는데
-
슈냥품타 들어갔는데 10
나 거의 꼴등 수준인데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하냐
-
받아 보겠습니다
-
오늘 아침에 국어공부 안되었지만 그래두 꾹꾹 읽어 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힘들어두...
-
아 드디어 갔다 4
근데 갈 때 걍 다 때려뿌시는거 같은.. 와장창 우르르르르
-
그건 아니긴 한데 너무 덥다
-
진짜 충격이다 9
지금까지 ‘너를’ 달래는 줄 알았어
-
국어 강사는 왜 까임??
-
모두들 꿈나라 갈 시간
-
. 1
-
불수능은 확정이라는데, 원래 수능 난도가 수특 표지 따라가지 않았나..? 수특수완...
-
3등급대면 웬만해선 강원대 하나씩 찔러봄
-
이미 사놔서 현우진쌤 커리 사이에 끼워서 풀어야할 것 같은데 조언 부탁드립니다!
-
이게 맞는 건가.. 수강생 분들 계시면 의견좀요
-
갸을장마라는 말 살면서 처음 들어봄 10월인데 낮에는 30도야 미친
-
국영탐에서 어느정도 경지에 올랐다는거 근데 수학이 아직 범부 버러지임
-
오캡틴마이캡틴 1
-
질문해드리겠슴 69
고고
-
요새 안보이는 뱃지 14
치대 수의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
저도 질문해주세영~~ 12
야식 먹으먄서 할게 없네잉
-
2409 2022도 어렵고 하 ㅈㄴ 걱정된다 진짜
-
의뱃 설뱃 연뱃이 간지나긴해
-
2-1 맛있음...헤헤 28틀 96 이거는진짜15랑3고민한나자신을때리고싶고.....
-
뭔가 아는눈치지만 굳이 아는체 안하는것같기도함 이번엔 꼭 떠날게요 ㅜㅜㅜㅜ
-
n제추천받아여
-
겨드랑이 4
킁카킁카
-
파이널용으로 좋아보이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당당하게 받고 시원하게 끝내길 바래요ㅎㅎ
형은 진짜 노력하고 고생한게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올려주시면 좋겠고 연대 합격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고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ㅎㅎ 남은 일기도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