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전교꼴찌 [825838]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12-02 00: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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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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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일기장.. 혼자 두기엔 아까워서


5월달에 수능 하루전 일기를 누군가가 쓴것을 보고 당장 이 노트에 베껴 적었어, 정말 대단하고 본받고 싶어서.

나도 당연히 저런 멋진 글 하나 남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러고 시작했던 내 반수생활은 정말정말 길었어.

아, 정말 이 날이 올껀 알았지만 기다리고 기다리고 아직도 멀어보였어.

결국 오늘이 됬는데도, 아무런 감흥이 없어. 이제 다시 험난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것이 설레면서도 정말 두려워.

그런데, 정말 진심인건, 나 노력했어. 나 노력 진짜 많이 했거든.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았고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맨날 나랑 함께했었어.

그런데도 매일같이, 매일같이 공부했어. 지금 이 순간까지.

매일 계획표를 쓴 게 오늘이 144번째네. 하루도 빠짐없이 썼어.

너무 많이 공부해서, 노력해서, 솔직히 믿기지가 않아. 

그 동안의 내가, 도대체 무슨 수로 이런 고통을 견뎠을까.

그저 하루하루만 보고 살았던 것 같아.

그간의 내 생각들. 내 꿈. 내 기분과 감정들과 내 스스로에게 오글거리는 말은 차마 못하겠으나,

너무너무 만족해. 아, 진짜 뿌듯해. 그래서 행복해.

난 내일이 두렵지가 않아. 생각이 없지는 모르겠으나, 뭐 그냥 존나 잘 볼 것 같아.

평소처럼 똑같이 풀고 시원하게 끝내자. 수능 뭐 별게 있니.

내일이면 이 생활이 끝나겠으나...

진짜 준비하느라, 달려오느라 힘들었지만 참 재밌었던 것 같아.

특히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난 여기서 벗어날 준비조차 안되있는데, 벌써 이별이야.

더 이상 돌아오지는 않을꺼야.

만감이 교차한다는게 딱 지금인가 싶어.

이 글도 어떻게 끝내야될지 모르겠어.

약간의 아쉬움. 

내 감정도 제대로 모르겠고,

벅찬 기분을 느끼고 싶지만 내가 할 말은 별 거 없을 것 같아.

달콤씁쓸하게 이 일기도, 내 마라톤도 끝내자.

다음은 무엇을 향해 달려볼까.




수험생 분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건승을 빕니다. 모두 원하시는 대학, 학과 붙으시길 바래요.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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