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duck [815205] · MS 2018 · 쪽지

2018-12-10 01:14:13
조회수 1,848

재수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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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을 처음 치뤄본 99년생입니다.


핑계처럼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공부라는 행위 자체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 또한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녔던 지라 더더욱 공부와는 멀어진 삶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다들 하는 책상에 몇시간 동안 앉아서 진득하게 책을 읽고 문제를 푸는 공부는 올해 7월부터 한 샘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수능 성적은 남들이 보기에 썩 좋지 않은 성적으로 나왔습니다.


수능 성적표를 받았을 당시에는 지거국은 못 가지만 국립대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고 대학 가서 열심히 공부 해야지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이번 수능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계속 남았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어머니께 재수를 해보고 싶다.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어머니께서는


"나는 네가 어떤 대학에 들어가서 어떤 과에 들어갈 의지가 있다면 재수를 허락하고 싶다. 하지만 네가 알다시피 우리 집안은 돈도 없고 너를 밀어줄 만한 시간도 50이 넘어가는 엄마에게는 많이 부족하다. 설령 네가 재수를 한다손 치더라도 네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성적을 받지 않는 이상 갈수 있는 대학교는 전남대같은 지거국밖에 없다.


또 우울증을 앓고 있는 네가 공부를 하면서 혼자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고작 4달 동안에도 그렇게나 많이 봤었는데, 지금부터 근 1년동안 네가 공부를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네가 혹여 마음속에서 부터 와르르 무너져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너를 그냥 지금 성적에 맞추어서 대학에 보내고 싶다." 라며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속마음을 들으니 재수를 하고 싶다는 결심도 많이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저희 집안은 남들이 흔히들 말하는 "흙수저" 집안이기 때문에 수능을 대박을 치더라도 갈 수 있는 대학은 서울대가 아닌 이상 지거국 선에서 한정되어지며, 아무리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사설은 사설인지라 돈이 많이 들텐데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러한 비용을 저희 집안에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군요.


또 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작년에 수능 준비를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죄책감 때문에 자해 행위같은 해서는 안 될 행위를 많이 저질렀었고, 그러한 행위때문에 제 정신건강이 많이 피폐해졌었는데 이렇게나 고되고 힘든 수험생활을 올해와 같은 4개월정도의 단기가 아닌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달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 '재수를 하고 싶다는 결심'이 '재수를 해도 될까?' 하는 걱정과 고민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수능에 대한 아쉬움과 욕심때문에 재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많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보았을 때 과연 내가 재수를 하는게 옳은 선택일까?', '나이로는 삼수생인 내가 수험생활을 한번 더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지라 여러모로 많은 고민이 되네요.


워낙 두서 없이 쓴 글이기도 하고 저라는 사람이 배움이 없는 지라 글이 제대로 읽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고민을 올릴 만한 커뮤니티가 오르비밖에 없는 지라 오르비에 게시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시고 댓글로 의견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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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신안해 · 841801 · 18/12/10 01:15 · MS 2018

    ㅆ노베에서 4개월공부해서 저정도면..
  • Green Ibanah · 728629 · 18/12/10 01:15 · MS 2017

    4달치고 많이 좋은 성적인 건 확실해요. 하고 싶다면 응원합니다.

  • 금빛바지 · 741516 · 18/12/10 01:17 · MS 2017

    으음...섣불리 1년 더하라고 저는 얘길 못하겠네요. 정시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많이 미끄러지는 시험이고요. 뭐라 말해드리기 힘든게 괜히 죄송스러워지네요

  • 성의는고맙지만 연의 · 834565 · 18/12/10 01:18 · MS 2018

    근데 멘탈잡기 힘들수있어요. 전화로라도 고민털어놓는 친구 만드시고 ebs강의는 공짜긴한데.. 음 일단 반수는 어떠신지

  • 맑은샘 · 749564 · 18/12/10 05:48 · MS 2017

    잘본건 아니지만 저도 놀다가 공부한 케이스라 18수능 국수영생지순으로 43134》22331 아쉽긴 하지만 열심히만 하시면 충분한 가능성 ㅇㅇ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