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yo [33499] · MS 2003 · 쪽지

2018-04-10 16:04:04
조회수 3,435

재밌고 슬기로운 중환자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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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슬기롭진 않네


항생제라는게 생각보다 비쌈. 

제일 많이 쓰는 3세대 세파가 한개당 3500원, 

어른들 용량은 5-6000원

하루 3번 투여하면 항생제 값만 15000원


세파는 그래도 양반이지


메로펜 1병당 13000원 

반코 15000원



혈액종양에서 쓰는 약은 더 비싸지


항진균제 캔시다스 47만원



암튼 중환자실에서 오늘내일 하면서 상태 안좋은 환자들 꽤 있음


항생제를 한개도 아니고 2-3개를 줄줄이 달고있음


항생제 말고 다른 약제도 많이 달고있지만 


어쨌거나 의외로 회복도 안되고 악화도 안되는 상태로 길게길게 몇주씩오래오래 상태가 오락가락 하면서 버티는 환자도 꽤 있는데


물론 학술적으로나 심평의학적으로도 현재 호전이 안되고 있는 항생제를 몇주씩 계속 유지하는건 득보다 실이 많을수도 있음. 

대충 2-3주? 이상 안티 계속 쓰면 그 이후분은 무조건 삭감먹는걸로 알고있음. 


반코마이신 같은 약제는 감염내과에 협진해서 사용신청을 해서 신청 허락을 받아야 보험사용이 가능했음. 그래서 매번 컨설트 넣고 신청서 썼지. 


처음에는 감염내과 주니어 스탭이 되게 열정적인 분이셔서 그랬는지 사용 신청서 꼼꼼히 살펴보고 컨설트 답변 세세히 달아줬음. 근데 언제부턴가 그냥 대충 신청해도 다 그냥 쓰라고 함 ㅋㅋㅋㅋ 일단 컨설트가 너무 많음 ㅋㅋㅋ 혼자서 병원전체 항생제 사용 컨설트를 어떻게 다 처리함 ㅋㅋㅋㅋ


아무튼 그얘기가 아니고 

3-4주 넘어가면 그때부터 항생제 끊는거 진지하게 고려해봐야함. 병원 입장에성 어차피 삭감되는거 하루에 4-5만원씩 계속 꼴아박고 있는거임. 물론 전공의 입장에선 내돈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보험처방 내고 근데 그게 쌓이다보면 과 전체에서도 부담스러운 금액이 되고 슬슬 비급여로 처방내라고 압박이 들어오는데 그럼 그때부터 약값만 하루에 4-5만원씩 계속 보호자에게 떠넘기게 되는거임 ㅋㅋㅋㅋ


아니 물론 머리로는 끊어야 한다는거 암 ㅋㅋㅋ 효과 없는거 계속 쓰는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는데 막상 하루하루 간당간당 하는 중환자실 환자 상태보면 약끊으면 바로 죽을까봐 끊을수가 없어 ㅋㅋㅋㅋ미치겠음 ㅋㅋㅋ 중환자실 원내감염도 무섭고 환자 컨디션도 무섭고 약끊고 죽으면 꼭 내책임일거 같아서 끊을수가 없어 ㅋㅋㅋㅋ 물론 교수님이 끊으라면 끊지 ㅋㅋㅋ 그건 내 판단 아니잖아 ㅋㅋ



아니 솔직히 니네 가족이 중환자실에서 오늘내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머리로는 의미없는 항생제 치료 줄이거나 끊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끊을수가 없다니까 ㅋㅋㅋ ㄲ



환자를 안보는 사람은 그걸 모르지

그냥 처방내역만 보고

이 또라이 새끼 무슨 약을 이딴식으로 오래쓰고 질알이야 트레이닝을 무슨 똥꼬로 쳐받았나 중얼중얼거리면서 나를 욕하겠지


아 


다시는 중환자 볼일 없어서 너무 산뜻하다

이대사태가 나에게 마지막 남은 한떨기 망설임마저 없애줘서 요즘은 감사하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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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녜르비 · 795958 · 18/04/10 16:06 · MS 2018

    진짜궁금한데 심평원 직원들은 의료인이 아니에요? 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만들지

  • yoyo · 33499 · 18/04/10 16:08 · MS 2003

    아니 이건 솔직히 효과없는 안티 오래쓰는건 좀 아닌거긴 함 ㅋㅋㅋ 근데도 끊을수가 없음 ㅋㅋㅋ 약끊은뒤로 죽으면 담당의사가 항생제 끊어서 죽었다고 할거 아녀 ㅋㅋㅋㅋ

    걔네들은 의료인 아님 ㅋㅋㅋ

  • 조녜르비 · 795958 · 18/04/10 20:37 · MS 2018

    아 근데 항생제 말고 이대 목동사건도 그렇고 여러므로 탁상공론 적인 정책이 많은 것 같아서요. 그럼 그냥 행시쳐서 들어가는 공무원이에요?

  • yoyo · 33499 · 18/04/10 16:12 · MS 2003

    아 미안욤 다시 읽어보니까 핵노잼이고 슬기롭지도 않네 ㅋㅋㅋㅋㅋ

  • Ultracet® · 6955 · 18/04/10 16:21 · MS 2002

    그나마 보호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게나 해주면 다행입니다. 일당정액제 요양병원에서는 폐렴, 패혈증에서만 정맥 항생제 투여할 수 있고 그것도 심평원이 정한 폐렴, 패혈증 기준에 맞지 않는 상태에서 쓰면 전부 병원 부담이에요. 다른 환자한테서 남겨서 중환자들한테 쓰란 이야기죠.

    그런데 여기에선 보호자들이 치료 그만 해달라고 먼저 요청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건 좋네요. 노년을 맞은 노인들과 그 자식들의 여러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됨...

  • 뭐라하는거임 · 684443 · 18/04/10 18:20 · MS 2016

    저수가보다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더 큰 문제죠 (물론 붕괴의 선행 요인에 저수가가 포함되긴 하겠습니다만...)

    특정 몇 개 병원이 외과 환자 쌍끌이 끌 듯 모두 쓸어가서 암병원이니 뭐니 크게 지을때, 나머지 외과의사들은 자기 전공을 포기하고 GP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계시죠

    특히 최근에 난이도 높은 수술일수록 수가 더 주는 방향으로 개선되서, 의원급 외과의원들은 더더욱 힘든 실정이죠. 그렇다고 병원급 일자리도 없고... 난국입니다

    사실 중환자실 적자 감안하고 몇 백 병상으로 크게 운용되는 곳도 걱정해야 하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죠

  • 날개없는천사 · 775303 · 18/04/11 22:35 · MS 2017

    뜬금없이 궁금한게 있는데 항생제가 몸에 안 맞는 환자들은 어떻게해요? 순간 이 글을 읽으면서 항생제 몸에 안 맞는사람은 나중에 아프면 앓다가 죽는건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