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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날개™ [18129] · MS 2003 · 쪽지

2004-08-15 02: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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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수능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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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수능 당일.

가까운 학교를 다 놔두고, 나는 하필이면 가장 먼 J공고로 배정되었다.

그래서 조금 일찍 일어나서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어머니와 함께 수능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기사아저씨가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미친듯한 차선변경을 하는

곡예운전을 하셔서 수능긴장따위는 할 여유가 없었다.ㅡ_ㅡ

당장 생존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는데 수능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물론 기사님은 수능보는 학생이니 안늦게 정시에 도착시키시려는 따뜻한 마음으로 하셨....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어쨌건 실력좋은 기사님덕분에 수능 입실 제한시간에 한 5분여정도 남기고 도착할것을

20분 이상 남게 되었다ㅡ_ㅡ

그말은 결국 수능시험은 1시간가까이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

교문에서는 학년부장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용기를 북돋워 주시고, 잠깐 기도도 해주셨던걸로

기억한다.

어쨌건 나는 어제 예비소집때 보아두었던 자리에 가서 조용히 앉았고, 평소 나에게 최적의 집중을

가져다 주었던 언어시간 30분전에 커피를 한캔 가볍게 원샷했다. 그리고 가져간 녹차도 홀짝댔으며,

초콜렛도 주섬주섬 먹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미리 화장실에 가두었고, 언어시험지를 받아들었다.

종치기 전까지 풀지 말라고 해도 풀려고 했는데 막상 아무도 안풀어서 그냥 눈감고 잠시 회상했다.

기숙사 친구들과 내신시험 전날 야구하다 혼났던 일들, 고스톱으로 지새웠던 날들, 함께 공부하며

서로 질문했던 시간들..... 나를 위해 항상 기도하시는 할머니와 외할머니, 교회분들....

언제나 뙤약볕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얼굴... 부담될까봐 잘보라는 말 없이 묵묵히 보내시던

어머니의 얼굴.... 아들 공부 잘하는걸 평생의 자랑으로 유일한 낙으로 삼고 계시는 아버지의 얼굴.

종이 쳤다.

어떻게 풀었는지도 모르고 난이도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다 쏟아 부었다. 1교시 끝종이 쳤다. 답지를 걷는 틈에 시험지를 보고 낼롬 가채점표에 옮겼다.

한 학생이 울며 시험장을 나가고 있었다. 후문엔 언어영역 답안지 교체에 실패했다고 한다.

머리가 멍했다. 피로가 조금 몰려왔다. 하지만 아직 괜찮다.

쉬는시간에 맑은 공기를 마시라고 하지만 나가봐야 담배연기뿐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갔다가

담배연기가 없는 곳에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돌아왔다.

수리시험이 시작되었다. 역시 나름대로 긴장속에 풀었다. 의외로 잘 풀렸다. 모의 점수가 70중반에서

멈춰서 항상 나를 불안하게 했는데, 정말 의외로 잘풀렸다.(나중에 다 쉬웠다고 한다ㅡ_ㅡ)

시간이 남아서 확률문제를 셌다. 근데 센것과 푼것이 결과가 달랐다. 어쩌지..어쩌지..아직 마킹은

안한 상태다....시간은 없다..결론을 내려야한다... 결국 직접 센것을 골랐지만, 나중에 처음에

푼게 맞았다는걸 알았다ㅡ_ㅡ

J공고로 온 친구가 얼마 없어서. 그닥 잘 알지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이시간만큼은 같은고등학교만인것으로 충분히 동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말라던 난이도 평가를

함께 했다. 이때 수리가 쉽다는걸 깨달았다. 나만 잘본게 아니라는 자극이 주어져서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밥을 먹고나자, 머리가 멍했다. 졸린건 아닌데 머리가 멍했다. 아무래도 오전에 너무 집중력을 다

소진한것 같았다. 상관없다. 과탐이 껴있으니 대충 풀어도 된다.

3교시가 시작되었다....아..머리가 멍하다...도저히 집중이 안된다...잘까? 잠도 안온다...

긴장탓에 잠도 안온다..여기서 잠들면 날 깨워줄 담임선생님 같은 존재도 친구들도 없다...

못깨면 그대로 끝장인 것이다.....

컨디션 최악인 상태에서 과학을 억지로 억지로 풀었다. 평소에 쉬웠던 과학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아아.... 될대로 되라지,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풀었다.

이제 사탐 풀 차례인데, 머리가 좀 가라앉긴했지만, 여전히 멍하다. 띵하면서 조금씩 아파온다.

선택과목인 세계사를 펼쳤다. 어렵진 않았지만 수능인지라 검토를 여러번 했다. 의심가는 보기를

좀 오래 고민했다. 그러고보니 사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정신없이 풀었다. 3교시 종이쳤다.

제출했다.

외국어영역만이 남았다는 해방감, 허탈감등이 교차해서 밀려왔다.

듣기를 시작했다. 중간에 못들은 문제가 세개정도 생겼다. 당황했지만 참았다. 다음문제마저

놓칠수는 없다. 결국 집중력 저하로 나중에 듣기만 2개를 틀렸다. 정말 내 마지막 힘을 다 짜내어

평소에도 정말 풀기 싫던 외국어영역을 다 풀었다...

이제 끝났다......아니 제2외국어가 남았다....공부를 거의 한적없는 영역이다....하지만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해이해지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제2외국어가 시작되고...매우 쉬웠다.재밌게 풀었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남겨두고 마킹을 끝냈다.

다들 마찬가지 인가보다. 슬슬 답을 맞춰보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발만 동동 굴렀다.

빨리좀 끝내줫으면 좋겠는게 그게 안된단다....

결국 종이치고..2004 수능시험은 그렇게 끝이났다....

오랫만에 어릴적 친구를 만나서,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버스 안 라디오에서 올해 언어영역이 쉬웠댄다. 슬슬 불안해졌다. 나는 그리 쉽게 풀지 않았기 때문

이다. 다른 건 언급이 없다. 아...역시 무난했나보군 나머지는.... 좀더 불안해졌다.

버스에서 내려서.... 집에까지 가기가 너무 떨려서 게임방으로 들어갔다.

점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언어영역....쭉 선전하다 마지막에서 잔뜩 틀렸다. 후에 복수정답 처리로 2점이 올랐지만

못마땅한 점수이다....110점..

수리..실수를 확인하고 땅을 쳤다. 77점..

과탐... 내 눈을 의심했다...도저히 믿을수없었다. 20점대....

사탐은 기억이 잘 안난다. 다만 그닥 좋은 점수는 아니었다. 항상 모의에선 거의 만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영어는...듣기만 2개 틀렸다 뼈아프긴 했지만 문법을 다 맞았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제2외국어.. 별로 기대 안했지만 한개정도 틀렸던듯하다...괜찮다...

오르비에 가보니 이 점수로는 법대는 좀 힘들고 사회대 경영대정도는 해볼만 하며

인문은 안정지원인듯 싶었다.....\"그래....이정도면 됐어\"

집에 들어갔다. 부모님은 내가 안오길래 혹시나 수능을 망치고 쓸데없는짓-_-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불안해 하셨다.

우리 부모님들은 많이 배우신 분들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서민층이시다. 그래서 자질구레하게

입시에 대해 늘어놔 봐야 잘 모르신다. 그래서 간단히 말씀드렸다.

\"과가 문제지 서울대는 갈 수 있을듯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염장이나 잘난체일 가능성이 있지만 현장성을 위해 그대로 옮겼습니다.)

부모님의 얼굴은 환해지셨고. 밀려오는 친척들 전화에도 그리 대답하셨다.

그렇게 허탈하게, 허무하게 수능은 끝났고. 나는 서울대 1차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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