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aring toward the future - (4)

2학년 겨울방학. 이제 본격적으로 물을 쏟아 부을 시기다. 그 전에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의 입학전형을 점검했다. 이미 나의 진로는 법대로 굳어진 상태. 서울대와 고려대 모두 과학탐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대의 경우 사회탐구는 오직 2배수를 선발하는 1차 전형에서만 소용이 있었기 때문에 만점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따라서 겨울방학에 사회탐구를 전체적으로 정리한 다음에는 내신시험 공부와 모의고사 풀이로 만족하기로 했다. 학원에 가니 ‘사회탐구 ○팀 3달 완성’이라고 쓰여 있어서 바로 등록했다. 겨울방학에는 사회탐구에 공부량의 80%를 할애했다.

정식으로 3학년이 되었다. 나는 학교에 있는 동안은 미친 듯이 공부하고, 일요일은 정확하게 3시간만 공부하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내 의지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상은 내 생활 리듬을 파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 더 공부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주로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하는데, 못 가르치는 선생의 수업은 아예 미리 문제를 다 풀어놓고 그 영역 공부를 했다. 그리고 오전에는 전반적으로 시간을 느슨하게 보내고, 오후에는 최대한 시간을 아껴서 빡빡한 공부를 했다. 아참,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3학년 초에 공통수학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특히 1학년 말에 놀아버린 탓에 함수, 지수, 로그, 삼각함수 쪽은 상당히 심각했다. 그래서 3월부터 노트를 마련해서 개념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교과서에 있는 정의, 정리, 중요 공식을 모두 연습장에 옮기고, 각종 참고서나 문제집, 인터넷 상에 있는 정리자료 등을 한데 뭉쳐서 일종의 단권화 작업을 했다. 물론 다른 공부에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에 작업이 늦어졌다. 약간 초조했지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 탓인지 별 걱정은 없었다. 8월이 되어서야 작업이 끝난 것 같다.

그리고 3월 모의고사 직후 오르비를 알게 되었다. 문제집 선정에 있어서도 꽤 도움을 받았는데, 주로 모의고사 점수들을 보며 자극받는 용도로 사용했다. 내 모의고사 점수는 36x에서 38x, 기억나기로는 무려 27점의 점수가 두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며 심한 기복을 보였다. 주로 수리영역과 과학탐구영역에서 점수 변동폭이 컸다. 과학탐구야 사실상 0점을 받아도 상관없었지만 수리영역은 8월이 되어서야 안정세를 찾아갔다. 라이벌 아닌 라이벌과는 1, 2점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했었는데, 나는 그 친구의 승부(?)를 즐겼기 때문에 총점이나 백분율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다만 모의 지원 결과는 대개 ‘서울대 법과대학 - 진학이 어려움, 고려대 법과대학 - 노력하면 합격 가능함’이어서 섭섭했다.

9월 모의수능 결과는 수능이 불과 2달 남은 시점에서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6월 모의수능에서는 대박을 터트려서 ‘쿠하핳 역시 난 수능형이야 -_-v\'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였다. 그 시험이 수능이었다면, 하는 생각에 섬뜩해졌다. 재수한다고 생각하고 2개월 동안은 일요일에도 하루 종일 공부를 했다. 그 때 내 생활은 7시 기상, 학교에서 11시까지 공부, 집에 와서 씻고 그날 공부를 정리한 후 1시 취침 - 단순했지만 매일 매일 꾸준히 공부했다. 마지막 정리를 할 때는 사부로 님의 수기를 참고해서 그대로 행했다. 수능 당일에 볼 내용을 미리 한 달 전부터 요약하고 정리해서 준비했다.

그리고 수능 당일. 새벽 4시에 일어났다. -_- 제길슨. 다시 잘만한 시각은 아니었다. 1시간 동안 눈을 감고 쉬었다. 그리고 밥을 먹고 준비물을 챙긴 후 6시쯤 집을 나섰다.


* 이렇게 쓰니까 공부 진짜 열심히 한 것 같이 보이는데 강박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학년별로 내 생활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학년 - 내신기간 빼놓고 쳐놀았다 -_-
2학년 - 내신기간에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엄쉬엄 놀기도 하고 공부하기도 했다.
3학년 -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은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다른 수기에 나오는 옵세ㅚ수들의 생활을 보니 난 정말 인간적인 생활을 했던 것 같다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