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체육대학문제는 우리사회의 폭력성의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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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칼게 올리려고 했지만,
칼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여기로 옮겨왔습니다.
**작년에도 자게에서 하도 예체능학생들을 까는 글이 올라와서 비슷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선배들이 말해요\' - \"지방 모대학의 이야기\"라는 글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리플을 발견했다. 등록금 투쟁의 진압을 그 학교의 체대생들이 맡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역시 익명성이라는게 사람을 다소 경솔하게 만드는지 여기에서 대해서 그들의 입장은 고려하지는 않고 체대생에 대해 \'무식하니까 용감하다\', \'머리 똥만 찼으니까 그렇지...\'와 같은 몇몇 리플이 올라왔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체대생들이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가상승률을 지나치게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률을 -그것도 참 황당한 방법으로- 관철시킨 학교를 옹호하는 행동을, 그것도 물리적인 방법으로 한 것은 같은 학생으로 용서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 또한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내가 등록금 투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아 X발 또 우리나가서 뺑이쳐야돼, 그딴거 하지마\"라고 한 친구와 관계가 아주 소원해진 일이 있다.
나는 그 때 왜 친구가 나의 말에 그렇게 감정적인 대꾸를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 체대생들 몇몇을 만나보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고 사이가 벌어졌던 친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분도 이번 학기 초에 T.V에서 봤듯이, 체대의 구타, 얼차려 문화는 아주 심각하다. 공부도 좀 해야 갈 수 있는 서울의 유명대학의 체육대학에도(스카이는 어쩐지 모르겠다) 구타, 얼차려 문화는 -오르비에서 무시하는- 지방잡대와 큰 차이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 없이 때리고, 몇 시간씩 운동장을 전속력으로 돌거나 대가리를 박는 일들...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바로 우리나라 군대의 악습과 꼭 닮았다.
그리고 삼수를 하고 들어온 신입생이 한살 어린 선배에게 \'다,까\'를 붙여서 말하고 깍듯이 인사를 해야 하며, 입학후 한달 동안은 10시까지 집에 못가고 체육관에서 굴러야 한다는 그들- 아! 이런 X같은 악습이 언제 어디서 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폭압적인 군대문화를 벤치마킹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또 한가지 유명 대학의 체육 대학에 들어오려면 오르비의 몇몇 유저들이 그토록 까대는 무식함과는 조금은 거리가 먼 친구들인데, 왜 뇌에 지식이 어느 정도 차있는 유명 체육대학의 그들도 얼차려문화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까...? 어쨋든 이글은 체대생 보다 훨씬 지식이 많고 고상하다고 자처하는 몇몇 오르비 유저를 \'까기\' 위해서가 아니기 만큼 본론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겠다.
그들의 군대 문화는 한달 동안의 얼차려와 선배에 대한 깍듯한 대우를 통해서 신입생들에게 주입된다. 그리고 그렇게 기존 집단의 문화에 동화된 신입생이 이제는 선배가 되어 새로운 신입생들에게 뻉이를 돌린다. 악습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아무리 이성과 합리에 익숙한 자유주의자라도 그 집단의 문화를 바꾸려하면 엄청난 보복을 당할것에 두려워 차마 그러지 못한다. -잠깐 한병태와 엄석대를 생각해볼까?-
한달 동안. 혹은 한 학기 동안의 얼차려로 조성된 권위주의는 불합리한 명령도 반드시 따르게 만든다. 언제서부터인가, 교내의 학생운동의 무력진압을 체대생들이 맡게 되었는데 (이것의 유래는 모르겠다, 어쨋든 이 전통?은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학생시위 진압을 거역할 용기는 이미 얼차려 1달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 권위주의 문화 아래서 자유주의적 사상을 폭력으로 탄압하는 것도 사회의 악습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이제 없어졌다. 모방의 대상이었던 사회가 먼저 사라졌으니 앞으로 체대의 악습도 많이 사라지겠지만...-
체육대학의 모습은 우리사회가 한때 갖고 있었던, 그리고 지금도 어느정도 갖고 있는 악습의 축소판을 담고 있다. 극단적인 폭력적 권위주의가 행해지는 모습, 그리고 그곳에 순응하는 구성원들, 인간의 보복의 욕망이 불러오는 악순환, 그리고 그렇게 공고해진 권위주의가 대학 전체, 사회전체에 끼치는 또 다른 폭력.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수있는가 !
그리고 그것을 보고 냉소만 퍼부으며 실질적인 행동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지식인의 모습과
\'재단의 농간과 체대 내부의 심각한 폭력문제\'라는 문제의 본질을 집지는 못하고
몇몇 체대생들을 아그작아그작 씹고만
계신 몇몇 오르비 유저의 모습도 너무나도 닮아있어서 씁슬하기가 그지없다.
그분들을 비판하려고 하지만 사실상 까는글을 올리고 있는 나도 한심하고....
P.S
그 쪽 사정을 잘 모르고
함부로 \'무식하니\', \'머리에 똥만찼니\' 운운 하는 것은
지성인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네요.
그리고 그 리플을 다시 분이 권위주의가 판치는 군대같은 곳에서,
불합리한 권위에 저항하실 용기가 있는 분인지도 참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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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들네여
마지막 부분은 참 적절하네요.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에 기대고 있지만
조금 경솔한 리플들은 모두가 자제해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