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에 합격한다는 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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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러면 그렇게 좋은 지위에 오르게 되는 과정은 어떨까요. 상식적
으로 생각해 봐도 뭔가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만, 아마 법조계
쪽으로 관심이 없는 대다수의 분들은(특히 고등학생이라면) 그
과정에 대해 잘 모르실 겁니다. 저는 제가 법학과에 다니고 있어
서 그런지 다들 잘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의외로 법학과 외의
분들과 얘기해보면 거의 모르시더군요. 법학과 학생들 중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판사와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법시험에 통과해야 합니다.
물론 이 사법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능을 거쳐 대학이라는
관문은 패스한 것을 전제로 합니다. 예전처럼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붙는다는 것은 요즘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단
사회의 학력 자체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도 있고, 특히 요즘은
사법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법학 과목 35학점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법학과, 또는 타 학과에라도 일단 대학에 입학해서 그 학점을
따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학원이나 다른 제도에 의해서도 딸 수
있긴 하지만, 하여튼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고졸 출신 사시 응시자 & 합격자는 거의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두각을 나타내어 서울 법대를
비롯한 소위 \'명문 법대\' 또는 다른 명문대 학과에 입학했다고
칩시다(물론 안 좋은 학과에 입학했다고 해서 사시에 붙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과 사시는 전혀 별개의 시험입니다.). 그럼
끝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_-;.
법학과에 입학해서 적당히 공부하고 놀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1학년이 지나면 이제 슬슬 압박이 오기 시작합니다. \'사시 준비
해야 하는데...\' 이때쯤 되면 남자 같은 경우에는 군대의 압박도
있고 군대를 다녀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도 하게 되죠.
뭐 하여튼 이러면서 학생들은 점차 슬슬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 시점에서 보면 한숨이 나오죠. \'내가 이 사법시험에 통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어려운데? 공부는 언제 다 해? 못 붙으면
어떡하지? 군대는?\' 등등 각종 고민들이 차오릅니다. 이때쯤
되면 의대생인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의대야
그 과정이 힘들다 해도 어쨌든 입학과 동시에 미래가 보장이 되는
거니까요(남학생인 경우에는 군대도 자동 해결이죠.). 법대생의 입장에서
는 그 과정도 힘들뿐더러 그 관문을 통과하기도 매우 어렵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합격했을 때를 그리며 애써 자신을 위로할 뿐입니다ㅠㅠ.
보통 사시 준비 기간은 4년에서 7년 정도라고들 합니다. 물론 합격자
들의 이야기이죠. 그 이상 해도 못 붙는 사람들도 많고(오히려 전체적으로
보자면 못 붙는 게 원칙이고 붙는 게 예외입니다-_-;) 10년 이상 해서
붙은 사람들도 꽤 많죠. 그런가 하면 2년 해서 붙는 천재들도 \'간혹\'
있고 3년만에 깔끔하게 붙어버리는 사람들도 꽤 됩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
은 그 기간 동안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우수한 머리는 기본이겠고
거기다 어느 정도의 \'운\'까지 갖춘 사람들이죠.
사법연수원 평균 입소연령이 한국 나이로 31세에서 32세 정도라고 합니다.
남녀 합쳐서 그 정도면 남자만 치면 한 32세에서 33세 정도가 되겠죠. 그럼
남자들이 다 군대를 다녀온다고 치고 군대 2년에다 학교 4년 하면 6년인데,
그래도 대학에 입학하는 나이인 20세부터 32~33세까지는 7~8년 정도가
남습니다. 그럼 그 기간은 사시를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얘기죠. 그러나
학교 다니는 4년 동안 사시 준비를 안 하는 것도 아니니 거기에 학교
에서의 수험 기간을 더하면 기간은 더 늘어납니다. 물론 이건 단순
계산이고, 실제로는 그 기간 중 사시 준비를 안 한 기간도 있을 수
있고 또는 다른 활동을 하다가 사시 준비에 착수했을 수도 있죠. 또는
군대를 미루고 바로 사시 준비에 매달린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여튼 확실한 것은 사법시험이 그렇게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는 겁
니다.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가끔 \'사시 한 2년 정도만 하면 다
붙는다.\' \'다들 대학교 3~4학년 때 한번에 패스하더라.\' 등등의 말들
을 많이 봅니다만 그렇다면 사법연수원 입소 연령이 저렇게 높을리가
없겠죠? 헛소문, 또는 일부의 특이 사례들일 뿐 사시 합격자들의 대부
분은 매우 길고 힘든 과정을 거친 사람들입니다.
4. 사시를 준비한다는 것은 그냥 학교 생활을 빡세게 하면서 열심히 공부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일단 사시 준비를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시험 기간\'과 \'노는 기간\'이 따로 없으며 오로지 365일
이 다 \'시험 기간\'일 뿐입니다. 그리고 물론 \'방학\' 도 없겠죠.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기간으로서의 방학이 있으면 몰라도. 물론 오로지
공부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중간 중간 쉬긴 할 겁니다. 하지만 그 쉰
다는 것도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사시 준비를 하는 그
수년간의 긴 세월 동안 쉬지도 못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파묻혀 산다
는 건데,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기다가 학교에서처럼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학
교를 다니면 수업 시간표대로 수업 듣고, 시험 보면 그 일정에 맞춰서 공부
하고 그러면 됩니다. 아무리 전공 과정이 빡세다 해도 학교 커리
큘럼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시 준비
는 그 긴 기간 동안 오로지 자기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하고 다스
려가며 공부에 매진해야 하죠. 공부하는 것의 힘듦과 동시에 자기
스스로를 다스려서 힘들게 공부하도록 해야 하는 어려움이 추가됩니다.
그래서 사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이라고도 하죠. 고등학생들은
이것의 어려움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또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과 외로움이라는 큰 문제가 남아있죠.
물론 고시생들도 사람에 따라 사람과 잘 어울리며 하는 사람도 있습
니다만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혼자서 공부하는 기간이 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도 잘 못 만나고, 동료들을 만나도 기본적으로는
혼자이고.. 그럼 그 외로움은 정말 엄청나다고 합니다. 성격 자체
가 외로움에 잘 견디거나 별 신경 안 쓰는 성격이면 낫지만, 친구들
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잘 못 견디는 성격이면
(제가 그렇습니다만;;)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시는 응시만 하면 붙여주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불확실성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불안함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 사람을 더 미치게 한다고 합니다.
뭐 그 이외에도 어려움을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겠죠. 그
모든 난관을 뚫어 내고 사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정말 인간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겁니다. 그럴 자격도 충분히 있구요.
한마디 부연하자면, 사시는 \'연고대 이상 입학할 정도의 머리만
되면 열심히 2~3년만 하면 충분히 붙을 수 있는 시험이다.\' 라는
명제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고등학교 교과 과정
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머리(또는 전교 30등 안에 들 정도
의 머리)만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고3때 열심히만 하면 서울대 법대/의대에
갈 수 있다.\' 라는 명제와 똑같은 말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 말이
맞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입니다. 물론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게 매우 힘들기에 그렇게 열심
히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서울대 법대와 의대 정원보다
몇 배나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서울대 법대/의대에 들어가
는 사람들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죠. 물론 머리와 노력 외에 공부 방법의
좋고 나쁨 기타 다른 요소들 또한 합격/불합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저 명제는 다분히 이론적이고
원론적인 말에 불과한 것입니다.
사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고대 이상의 학교에서도 사시 붙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수많은 명문대 출신들이 도전했다가 줄줄이
낙방하고 그 중 일부 사람들만이 합격의 영광을 누립니다. 게다가
아까 얘기했듯이 사법연수원 평균 입소 연령이 31세에서 32세 인걸
봐도 결코 사시 붙는 것이 \'연고대 이상 갈 머리면 2~3년\' 수준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고시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안 하기
때문에 저 안에 못 붙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합격자들
중 연고대 이상 학교 출신에 2~3년만에 붙은 사람들 몇 명이나 될까
요? 그 사람들 말고 그 이상 공부한 수많은 연고대 이상 출신 합격자들은
과연 공부를 열심히 안 했기에 오래 공부한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그리고 합격자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사시 응시자들 중 \'연고대 이상
에서 2~3년만에 합격한 사람들\' 빼고는 다들 열심히 안 하고 대충대충
공부한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물론 그들 중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 시간만
보내는 \'무늬만 고시생들\'도 상당수입니다. 이들을 꾸짖는 의미에서,
혹은 사법시험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저런 말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치열하게 청춘을 다 바쳐가며 4~7년
혹은 그 이상 고생해서 붙은 사시 합격자들, 그리고 그렇게 치열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붙지 못한 더 많은 수의 불합격자들을 생각한다면 \'열심히 2~3년
이면 누구나 합격 가능\'이라는 말은 매우 과장된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 정도 시험이라면 사람들이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둘 리가 없겠죠.(물론 열심히 2~3년 한다는 것도 결코 쉬
운 일이 아닌 것은 당연합니다.) 쉽게 붙은 것처럼 보이는 일부 사례를
가지고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렵게 붙은 사례를 무시하면 안 될 것입니다.
쓰다보니 말이 빗나갔네요^^;
하여튼 사법시험에 드디어 합격하면 드디어 대망의 사법연수원에
입소하게 됩니다. 학교를 아직 졸업하지 않았다면 학교를 졸업하고
가겠죠. 사법연수원에 가면 또 다른 시작입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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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의대생들은 치대생을 조낸 부러워 한답니다 ㅡㅡ;;;;;;
공부절대량의 차이.....
특히나 저희학교 본1 선배님들 중에 치대 붙은거 안간거 후회하시는 분이 많으시더라구요 ㅎ
아 그리고 제발 이글에서 사시준비가 어렵냐 의대본과공부가 어렵냐 논쟁은 안나왔음 하네요 ㅡㅡㅋ
저도 사시야 대학교 2학년 때부터 4학년 정도 해 가지고 3년 빡세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_-;;;;
4년~7년 -_ㅠㅠ
오오, 공부하는 기간이 굉장히 길군요; 저는 3-4년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의대의 경우 어느 병원/어느 과에서 인턴/레지던트를 하냐가
상당히 중요해서 입학해도 스트레스 꽤 받죠.
치대/한의대 쪽도 전문의 제도가 준비되어
전문의 배출이 예정되어 가고 있는 상황...
막달리나
IMIN: 60060, IP: 59.0.235.227
헐....
의대생들은 치대생을 조낸 부러워 한답니다 ㅡㅡ;;;;;;
공부절대량의 차이.....
특히나 저희학교 본1 선배님들 중에 치대 붙은거 안간거 후회하시는 분이 많으시더라구요 ㅎ
아 그리고 제발 이글에서 사시준비가 어렵냐 의대본과공부가 어렵냐 논쟁은 안나왔음 하네요 ㅡㅡㅋ
본과공부; 아직 1학년 마치지도 않았습니다만;
그냥 커리큘럼대로 쭉 따라가면 됩니다. 빡시면 빡신대로 ㅅㅂㅅㅂ 하면서 하면 되는거죠;
예과생들이야 뭐 본과생들이 겁주는 거도 좀 있고 해서 그런진 모르겠습니다만;
막상 닥치면 다 하게 됩니다.
아. 그리고 전 치대생이 별로 안부럽습니다
사시준비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실성\'이 아닐까요? 청춘을 다바쳐 미친듯이 공부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