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에 합격한다는 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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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법시험 2차 발표에 즈음해서 충동적으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글이 당초 생각과는 달리 너무 길어져서 나눕니다;; 그리고 이 글의 대상은
게시판 취지에 맞게 고등학생들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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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법시험 2차 발표가 났습니다. 저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 이상하게
10.12일 당일에 제가 다 떨리고 설레더군요^^; 1학년 때만 해도 누가 사시
에 붙든 말든 저는 별 신경을 안 썼는데, 이제 슬슬 \'사법시험\' 이라는 거
대한 관문이 눈 앞에 있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합격자 명단을 보며
마음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 당일, 사법시험 합격자 1002명의 명단이 발표되자
마자 그 즉시 법대 건물 엘리베이터 주위와 게시판에 합격자 명단이 붙습니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있나, 친한 친구 또는 선배
가 붙었나 안 붙었나를 확인합니다. 그리고는 저마다 한마디씩 하죠.
\"우와~ 누구누구 붙었네? 진짜 좋겠다!!\" \"걔 붙을 줄 알았어.\" \"아~ 누구는
안 붙었네. 안타깝다.\" 등등..
사시와 아직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학생들조차 저마다 강의실에 들어와서는
사법시험 합격자 얘기로 술렁댑니다. 저도 아는 선배가 붙었는데 그 선배를
아는 아이들은 다들 그 선배에 대한 부러움과 감탄에 입을 다물지를 못합니다.
너무 부러워서 마음이 싱숭생숭하죠. 얼마나 좋을까.. 사법시험에 붙는다는
것은 수능, 대학 입학 시험, 토익, 텝스 등등에 붙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
제입니다. 그것은 세속적으로 보자면 \'신분상승\'을 뜻하는 말이죠. 어제까지만 해도
일개 법대생, 또는 고시 폐인에 지나지 않던 한 주위 사람이 갑자기 최소한
변호사, 잘하면 판사 또는 검사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예비
법조인\'이 되어 버립니다. 그 괴리감이란..^^;
싱숭생숭해하며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떠들고 있던 차에 교수님께서 들어
오십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사법시험 결과에 대해 간략하게 한마디
하시고 칭찬 비스무레한 말씀을 하시거나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경험담 등을 들려주십니다. 듣고 있는 아직 합격하지 못한 대다수
의 학생들은 동경과 함께 \'저걸 언제 붙나..\' 하는 한숨에 휩싸입니다.
2.
한국사회에서 사법시험이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합격자 발표가
나면 1000명의 합격자 전원의 이름이 마치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 발표하듯
각종 신문과 인터넷 포탈 뉴스에 게시되고, 합격자들 중 특이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나오며, 곧이어 수석 및 최연소 합격자,
합격자들 출신 대학 및 고교 분포 등의 분석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또한
합격자들에 대한 분석 자료가 그 즉시 작성되어 국회에 보고되고, 거기서
결과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벌어지죠(직접 다녀오신 교수님께 들은 얘기
입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합격과 동시에 2년간의 연수원
실무 연습 과정을 수료한 후 변호사로 일할 수 있는 일종의 \'변호사 자격
증\'이 부여됩니다. 흔히들 잘못 알고 계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법
시험이 \'사법고시\'라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고시\'라는 것은
합격과 동시에 어떠한 공직으로 임용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행정고
시와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죠. 하지만 사법시험은 합격과 동시에
판검사로의 임용이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변호사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될 뿐입니다. 그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또
상위권의 성적에 랭크된 사람들이 비로소 연수원을 졸업함과 동시에 판검사
라는 공직에 임용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사법고시\'가 아니라 \'사법시험\'
이라는 용어가 맞습니다.
요즘 변호사가 살기 힘들다 어쩐다 말이 많지만 그래도 변호사가 우리 사
회의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인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언론에서
떠드는 \'변호사 위기론\'은 과장된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변호사들 중의
대부분은 여전히 다른 직종에 비해 고소득을 올리며 살고 있습니다. 언론
에서는 변호사들 중 제일 안 풀린 일부의 사례만을 과장시키는 경향이
있죠. 물론 변호사들의 수가 예전에 비해 많아지면서 변호사들이 예전처
럼 다들 잘 사는 것은 아닙니다만, 글쎄요. 그래도 \'변호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변호사들은 돈을 떠나서 자기 권리 하나는 확실히
지키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고도의 법률 전문가로서, 국가
공권력 또는 타인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확실한 메리트일 것입니다.
그럼 판사 또는 검사로 임용이 되면 어떨까요? 흔히들 얘기하듯
판사와 검사는 한명 한명이 일종의 국가 기관입니다. 판사와 검사를
한자로 표기할 때 \'士\'자를 쓰지 않고 \'事\'자를 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죠. 저도 얼마전에 논문에서 대충 읽은 겁니다만 전문
용어를 빌리자면 검사는 그 개인 자체로서 \'단독 관청\' 이라고 합
니다. 한명 한명이 걸어다니는 국가기관이라면 그 맡은 바 책임과
권한은 엄청난 것입니다. 판사는 개인의 판단으로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비롯하여 각종 분쟁의 승자와 패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검사는 이른 바 \'법과 정의의 수호자, 공익의 대표자\'로서 각종
범죄사건을 수사하고 지휘하며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판사와 검사 한명 한명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이러한 막중한 책임에 걸맞게 그 예우도 상당하죠. 책에
서 읽은 바에 따르면 판사와 검사는 연수원을 졸업하고 임관함과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3급의 예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판사
와 검사는 저렇게 급수로 따지는 공무원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
지위는 굉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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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고시와 시험의 차이.
의사는 \'의사고시\' 죠. 합격률 90% 이상의 ㅎㅎ
저도 그 안에 들어야 할텐데 말이죠 ㄲㄲ (예과생의 잡솔)
그렇죠, 의사건 변호사건 힘들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5프로 내외라는 거...... -_- 언론이 쩝...
힘든게 5프로면 정말이지 거긴 천국일거에요 ㅡ_ㅡ;;;
하위 20프로는 언론타는 힘든 의사, 변호사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요. ㅡ_ㅡ...5프로 ㅡ_ㅡ;;
법대 지망생으로써 정말 꿈 같은 이야기네요^^.